암빙벽등반

용인 조비산 암장 - 2024년 3월 30일(토)

빌레이 2024. 3. 31. 23:05

5명의 악우들이 아침 7시 30분에 서울을 출발했다. 늘 그렇듯 조비산 암장은 이른 시간부터 등반자들로 붐볐다. 동굴 주변의 메인 섹터에 자리한 인기 많은 루트들은 하루종일 끼어들 틈이 거의 나지 않았다. 동굴 우측으로 이어진 루트들의 사정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조비산 암장에서 오붓하고 한가한 등반을 즐기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란 걸 다시금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 비어 있는 루트인 '금빛모래(5.9)'와 'Stay high(5.10a)'에서 워밍업을 하고, 그나마 한적한 맨 안쪽 섹터의 4개 루트에서 우리들만의 등반을 즐길 수 있었다. '막내들의 합창(5.10a)', '꿈의 대화(5.11a)', 'THK(5.10b)', '칼로 물배기(5.10d)' 루트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등반하고 점심을 먹었다.

 

점심 직후엔 전망 좋은 조비산 정상까지 산책을 다녀왔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계단길 주변 암벽에 듬성듬성 피어난 진달래꽃을 보면서 '진달래(5.10b)'와 '크리스탈(5.10c)' 루트에 붙고 싶은 마음이 컸으나, 오늘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굳이 줄을 서서 대기하면서까지 꼭 그 루트를 올라야만 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등반의 첫 루트인 '스네이크(5.10b)'를 오를 때부터 갑자기 날씨가 돌변하기 시작했다. 제법 세찬 돌풍이 불고 습기 머금은 먹구름이 몰려왔다. 등반이 그닥 즐거울 수 없는 환경인지라 '그랑블루(5.10a)'와 '서랍장(5.10b)' 루트를 끝으로 등반을 마무리 하고 흩뿌리는 가랑비 속에서 서둘러 짐을 싸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