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명성산 '호수에 빠진 시' - 2024년 4월 6일(토)

빌레이 2024. 4. 6. 21:05

산정호수를 품고 있는 포천 명성산은 예전부터 내가 자주 오르던 산이다. 가을철이면 정상부의 억새평원과 산정호수 주변의 단풍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산이지만, 나는 명성산이 품고있는 암벽과 폭포들 뿐만 아니라 시원한 조망과 함께 길게 이어지는 주능선의 장쾌한 풍모를 좋아했다. 그래서 특별한 계절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코스로 수 차례 올랐던 추억이 깃든 산이다. 겨울이면 여러 빙폭에서 빙벽등반을 즐길 수 있는 명성산이고 보면 병풍처럼 펼쳐진 슬랩에 암벽등반 루트가 없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근자에 책바위 부근과 자인사 위의 바위에 등반 루트가 개척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언젠가 한번은 올라봐야지 하는 생각을 마음 속에 품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 내의 개나리, 벚꽃, 목련 등속을 비롯한 봄꽃들이 일제히 만개한 4월의 첫 주말에 명성산의 대표적인 멀티피치 바윗길인 '호수에 빠진 시'를 5명의 악우들이 함께 등반했다. 서울에 비해 다소 철이 늦은 북쪽인 탓에 자인사를 거쳐 바윗길 초입에 이르는 등로 주변은 이제서야 진달래와 생강꽃이 제철이었다. 총 7피치의 바윗길은 대부분 어렵지 않은 슬랩이었고, 마지막 피치만 힘을 좀 써야 하는 직벽의 크랙 구간이었다. 등반 출발점으로 하강하여 좌측에 있는 '억새와 연가랑' 루트도 오르고 싶었으나, 우리 뒤를 따라 급하게 올라오던 팀이 소속된 대규모 산악회에서 두 루트를 모두 점령하는 바람에 예상보다 일찍 하산할 수 밖에 없었다. 나들이 하기 딱 좋은 날씨 속에서 남은 시간엔 봄소풍 나왔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산정호수 둘레길을 산책하면서 여유로운 뒷풀이를 즐겼다. 

 

▲ 소나무 숲이 아름다운 자인사 진입로 주변 공터에 주차하고 절을 향해 올랐다.
▲ 자인사 뒷편의 좌측 봉우리 중간 부분에 보이는 슬랩에 바윗길이 있다.
▲ 자인사에서 억새평원으로 향하는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30분 정도 오르다 보면 좌측으로 오렌지색 시그널이 보인다
▲ 슬랩 초입에서 좌측이 '억새와 연가랑' 길이고, 우측으로 좀 더 오르면 '호수에 빠진 시' 출발점이 나온다.
▲ '호수에 빠진 시' 출발점으로 접근하고 있는 중이다
▲ 1피치 출발점에 쌍볼트 확보점이 있다. 아마도 하산 시에 가파른 어프로치 구간을 자일로 하강할 수 있도록 설치한 듯하다.
▲ 1피치 등반라인. 신속한 등반을 위해 더블 로프 시스템을 구사했다.
▲ 1피치 확보점에서 내려다 본 장면.
▲ 2피치 초반부를 오르고 있다.
▲ 소영씨가 멋진 동작으로 3피치의 크랙구간을 돌파하고 있다.
▲ 은경이가 4피치 초반부의 턱을 넘어서고 있다. 턱 위의 가로 크랙 위를 올라서는 구간이 조금 까다로웠다
▲ 5피치는 날등 구간의 슬랩이 조금 가파르다.
▲ 6피치는 시야가 훤히 트이는 드넓은 슬랩이 이어진다.
▲ 마지막 7피치는 자유등반으로 돌파하기엔 완력이 필요한 직벽의 크랙 구간이다.
▲ 우리가 더블 로프 시스템으로 5명이 비교적 빠르게 등반했는데도 뒤를 바짝 추격하듯 따라 붙은 다른 팀은 6피치에서 하강했다.
▲ 마지막 확보점에서의 조망은 훌륭했다. 산정호수가 잘 보였다
▲ 등반을 마치고 5명이 함께 모여 멋진 경치를 즐기면서 간식을 먹었다.

▲ 바윗길 정상에서는 좌측의 책바위 암장도 훤히 보였다.
▲ 예상보다 일찍 하산하여 봄이 무르익고 있는 산정호수 둘레길을 산책했다.

▲ 우리가 등반했던 바윗길 전경이 보이는 카페에서 봄볕과 함께 망중한을 즐겼다.
▲ 산정호수 유원지에는 봄나들이를 즐기는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많았다.

▲ 호숫가에 환하게 만개한 복수초꽃이 찬란한 봄날을 축복하고 있는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