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기

석모도에서 만난 봄 - 2024년 3월 23일(토)

빌레이 2024. 3. 24. 12:01

강화도 서쪽 섬인 석모도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시각적인 봄을 만날 수 있었다. 상리암장에서 악우들과 함께 봄맞이 암벽등반을 즐겨보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아지랭이 피어오르는 봄날의 따스한 대기는 아침안개로 시작하여 서서히 문을 열었다. 봄바다를 살짝 가리운 옅은 해무는 파스텔톤으로 빛날 봄날의 서막이었다. 상주산 중턱에 자리한 암벽엔 따사로운 봄볕이 아낌 없이 쏟아졌다. 숲에서는 활짝 피어난 진달래꽃과 생강꽃이 봄날의 환희를 발하고 있었다.

 

등반을 마치고 석모도의 대표적 관광지인 보문사 앞에서 서해의 일몰이 함께 한 저녁을 먹었다. 관광객들이 빠져나간 저녁 시간의 보문사 경내는 한적하고 고요한 산사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보름달과 진배없는 둥근 달과 총총한 별빛이 어우러진 봄밤의 정취에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낙가산 중턱의 눈썹바위에서 눈 앞으로 펼쳐진 석모도의 밤바다는 '여수 밤바다'가 부럽지 않은 낭만을 안겨 주었다. 봄안개, 봄볕, 봄꽃, 봄숲, 봄바위, 봄바다, 봄바람, 봄석양, 봄밤까지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축복 가득한 봄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