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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고개 인공암벽 - 2024년 3월 31일(일)

부활주일 1부 예배를 참석한 후, 오후엔 우이동의 북한산클라이밍센터에서 운동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막상 성배씨의 차를 타고 북클에 도착해 보니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주차장은 초만원이고 벽에도 거의 모든 루트들이 점령 당해 있었다. 어느 곳 하나 맘 놓고 줄을 걸 수도 없을 듯한 광경이었다. 어제도 조비산 암장에서 많은 등반자들과 변덕스런 날씨 탓에 마음의 여유를 찾기가 힘들었는데 오늘까지 군중 속에 섞여서 벽에 매달리고 싶지는 않았다. 곧이어 도착한 은경이와 상의하여 당고개 인공암벽장으로 이동했다. 이 선택이 신의 한 수였다. 당고개 암장은 상대적으로 한산하여 우리들 셋이서 오붓하게 등반에 집중할 수가 있었다. 성배씨는 경쾌한 몸놀림으로 5.10c 난이도까지 모든 루트를 깔끔하게 완등했다..

암빙벽등반 2024.03.31

용인 조비산 암장 - 2024년 3월 30일(토)

5명의 악우들이 아침 7시 30분에 서울을 출발했다. 늘 그렇듯 조비산 암장은 이른 시간부터 등반자들로 붐볐다. 동굴 주변의 메인 섹터에 자리한 인기 많은 루트들은 하루종일 끼어들 틈이 거의 나지 않았다. 동굴 우측으로 이어진 루트들의 사정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조비산 암장에서 오붓하고 한가한 등반을 즐기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란 걸 다시금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 비어 있는 루트인 '금빛모래(5.9)'와 'Stay high(5.10a)'에서 워밍업을 하고, 그나마 한적한 맨 안쪽 섹터의 4개 루트에서 우리들만의 등반을 즐길 수 있었다. '막내들의 합창(5.10a)', '꿈의 대화(5.11a)', 'THK(5.10b)', '칼로 물배기(5.10d)' 루트에서 나름대로 ..

암빙벽등반 2024.03.31

석모도에서 만난 봄 - 2024년 3월 23일(토)

강화도 서쪽 섬인 석모도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시각적인 봄을 만날 수 있었다. 상리암장에서 악우들과 함께 봄맞이 암벽등반을 즐겨보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아지랭이 피어오르는 봄날의 따스한 대기는 아침안개로 시작하여 서서히 문을 열었다. 봄바다를 살짝 가리운 옅은 해무는 파스텔톤으로 빛날 봄날의 서막이었다. 상주산 중턱에 자리한 암벽엔 따사로운 봄볕이 아낌 없이 쏟아졌다. 숲에서는 활짝 피어난 진달래꽃과 생강꽃이 봄날의 환희를 발하고 있었다. 등반을 마치고 석모도의 대표적 관광지인 보문사 앞에서 서해의 일몰이 함께 한 저녁을 먹었다. 관광객들이 빠져나간 저녁 시간의 보문사 경내는 한적하고 고요한 산사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보름달과 진배없는 둥근 달과 총총한 별빛이 어우러진 봄밤의 정취에 취하지 않을 ..

국내여행기 2024.03.24

강화 석모도 상리암장 - 2024년 3월 23일(토)

아침 7시 30분에 서울을 출발하여 강화도와 석모도를 이어주는 연도교인 석모대교에 이르렀을 때 주위는 안개 속에 갇혀 있었다. 갈매기들이 날아다니는 외포리 선착장을 통과하여 해무 가득한 석모대교 위에 올라섰으나, 바다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석모도에 뿌리를 내린 다리의 끝지점은 희미한 소실점으로 뭉개져 있었다. 마치 새로운 세상으로 공간이동 하는 듯한 몽환적인 기분이었다. 불현듯 김승옥의 분위기 소설 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상리마을 외곽의 공터에 주차하고 상주산 중턱에 자리한 암장으로 올라가는 오솔길 주변에서는 진달래꽃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올 들어 처음 만나는 진달래꽃이 여간 반가운 게 아니었다. 무채색의 숲 속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참꽃의 화사한 분홍빛은 자신만을 드러내고자 애쓰는 인공적인..

암빙벽등반 2024.03.24

불암산 천지암장 - 2024년 3월 16일(토)

당고개역에서 10시에 악우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너무 많은 등산객들이 운집하여 성배씨와 은경이를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바야흐로 주말 봄산행을 즐기려는 나들이객들과 암장에서 시산제를 하거나 자연바위에서 야외 등반의 기지개를 켜보려는 클라이머들로 당고개역 1번 출구는 초만원이었다. 우리 세 악우들이 천지암장에 도착해서도 사정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암장 아래의 모든 공터는 이미 다른 팀들이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천지암장 끝자락에 옹색하게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별로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그저 슬랩등반에 적응해 보자는 생각으로 천지암장의 밋밋한 두 코스를 오른 후 멀티피치인 '암운장구'에 붙었다. 총 6피치의 '암운장구' 루트 중 1, 2, 3피치를 등반한 후, 4피치는 다른 팀이 한창 등반 중이어서 바로..

암빙벽등반 2024.03.17

불암산 슬랩 산책 - 2024년 3월 10일(일)

주일예배에 다녀온 후 오후 시간엔 실내암장에서 가볍게 운동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제 산행에서 먼지 쌓인 등산화를 세척하는 동안 아파트 베란다로 쏟아지는 햇볕이 너무나 화사해서 별안간 산에 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새로 구입한 릿지화의 접지력 테스트나 하자는 요량으로 간만에 불암산 슬랩을 걸어보기로 결정한다. 상계역에서 출발하여 불암산 자락길을 통과하고 헬기장으로 향하는 슬랩을 찾아서 오른다. 양지바른 곳의 생강나무는 금방이라도 꽃망울을 터트릴 기세다. 릿지화 밑창의 접지력에 오롯히 의지하여 슬랩 위를 자유롭게 걷는 기분이 남다르다. 오늘 처음으로 개시한 파이브텐사의 캠프포미드 릿지화가 아직은 발을 조금 불편하게 하지만, 접지력 하나만큼은 더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로 확실하다. 헬기장에서 ..

국내트레킹 2024.03.10

남양주 관음봉 - 2024년 3월 9일(토)

개강 첫 주가 흘렀다. 예년보다 한 강좌 늘어난 시간표에 적응하느라 심신이 피곤한 한주간이었다. 여유 없이 빡빡하게 짠 일정으로 알차게 다녀온 울산-영덕 1박 2일 등반여행의 피로가 겹친 탓에 내몸은 힘들어 했다. 몸살감기에 입술은 부르터서 개강 앓이를 호되게 치렀다. 주말의 암벽등반은 생각할 여력조차 없었다. 순탄한 흙길로 길게 이어진 한적한 산길을 마냥 걷고 싶었다. 천마지맥이 먼저 떠올랐으나 아직은 눈길일 듯했다. 대안으로 낮은 언덕이 이어지는 남양주시 오남읍에서 시작하는 관음봉 등산로를 걸어보기로 한다. 어남이고개에서 출발하여 관음봉을 찍고 된봉 능선으로 하산하여 영락동산에서 산길을 벗어나 마을길을 잠시 통과하여 원점으로 회귀하는 코스를 따랐다. 예상대로 한적하고 순탄한 흙길이 계속 이어진 오솔길..

국내트레킹 2024.03.10

영덕 축산항 죽도산 - 2024년 3월 2일(토)

영덕군 축산항에 인접한 죽도산은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육지와 떨어진 섬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섬과 육지 사이의 얕은 바다에 모래 퇴적물이 쌓여 육지와 연결된 육계도(陸繫島, land-tied island)가 되었다. 영덕 블루로드 해벽에서 클라이밍을 마치고 죽도산을 산책했다. 그늘진 해벽이 쌀쌀하여 일찍 철수하고 그때까지 햇볕이 내리쬐고 있는 죽도산 전망대에서 석양을 보는 것으로 이번 1박 2일 울산-영덕 등반여행의 대미를 장식하고 싶었다. 하지만 죽도산 정상의 전망대는 공사중으로 통행제한 상태였다. 하는 수 없이 해파랑길에서 이어지는 죽도산 둘레길을 따라 섬을 한바퀴 도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편하게 이어지는 데크길을 따라 악우들과 함께 거닐면서 등반여행을 마무리하는 것도 꽤나 운치있는 일이었다.

국내트레킹 2024.03.03

경주시 양남면 주상절리 (해파랑길 10코스) - 2024년 3월 2일(토)

우리나라에서 주상절리 해변은 제주도에만 있는 줄로 알았다. 동해안에도 현무암과 주상절리 해변이 있다는 걸 이번에야 처음으로 알았다. 파도소리길은 해파랑길 10코스인 경주 구간으로 울산시 북구 정자동에서 경주 양남면에 이르는 동해안을 잇는 도보길이다. 이 길의 후반부인 양남면의 읍천항 주변에 1.7km에 달하는 해안 주상절리군이 있다. 연휴를 맞아 울산-영덕 1박 2일의 등반여행을 온 일행들의 숙소가 울산과 영덕의 중간 지점인 경주의 읍천항에 있었다. 아침에 숙소를 나와 영덕으로 출발하면서 도로 상에 있는 주상절리 안내판을 보고 잠시 들러서 구경만 하고 떠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해파랑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다른 생각이 끼어들지 못할 정도로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양남면의 주상절리군은..

국내트레킹 2024.03.03

영덕 블루로드 해벽 - 2024년 3월 2일(토)

창밖으로 동해바다가 보이는 경주시 양남면의 숙소에서는 밤새 창문이 흔들릴 정도의 강풍이 불었다. 세찬 바람과 영하로 떨어진 기온 탓에 계획했던 영덕 블루로드 해벽에서의 등반은 아무래도 접어야 할 것 같았다. 차분하게 마음먹기로 하고 숙소에서 아침을 먹은 후 출발하여 기온이 영상으로 오를 때까지 영덕으로 가는 길 중간에 있는 포항의 내연산 산행을 가볍게 다녀올 심산이었다. 그런데 잠깐 눈요기나 할 요량으로 들렀던 숙소 바로 앞의 주상절리길이 전혀 예상치 못한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해파랑길 10코스 말미에 2km 남짓 이어진 주상절리길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내연산 산행 계획은 저멀리 사라져버렸다. 예정된 계획에서 잠시 벗어나 즉흥적으로 현지의 풍물에 동화되어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느끼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