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도봉산 [우이암-오봉-송추폭포-우이령] - 2024년 5월 15일(수)

빌레이 2024. 5. 15. 21:42

부처님 오신 날로 모처럼 맞이한 공휴일인데 날씨는 자비롭지 않은 듯하다. 지난 토요일과 비슷하게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다. 암벽등반은 무리라는 생각에 우중 산행을 각오하고 도봉산을 길게 걸어보기로 한다. 우이동에서 07시 30분에 악우들을 만나 원통사로 향하는 등로에 들어선다. 나의 오래된 아지트인 우이능선의 테라스에서 한참을 쉬어간다. 우이암에서 등반 중인 클라이머들을 구경하면서 도봉주릉에 올라선 후, 오봉으로 향한다. 오봉샘 아래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오봉 정상에 오른다. 하산길은 송추폭포를 지나는 숲이 우거진 계곡길로 잡는다. 송추유원지의 음식점에서 인삼튀김을 먹고싶었던 소원은 성취하지 못하고, 대신 해물파전과 감자전에 막걸리 한사발을 걸친다. 길 가던 나그네가 주막집을 들러 쉬어가는 듯한 여유를 부려본다.

 

적당한 취기 속에 음식점을 나설 때부터는 우중산행 채비를 단단히 하고 북한산둘레길을 따라 교현리까지 이동한다. 우이령길은 평일엔 예약 없이 갈 수 있으나, 주말과 공휴일엔 여전히 사전예약을 해야 한단다. 다행스럽게도 현장에서 예약하고 입구를 통과할 수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이라 석굴암을 오가는 차량들로 평소와 달리 신경쓰였던 우이령길은 석굴암 진입로와 멀어지자 빗속에서 걷기 좋은 산길이 된다. 석굴암 아래의 임시주차장에 설치된 천막 속에서 잠시 비를 피하며 커피와 간식을 먹는 여유도 부려본다. 경기도와 서울시의 경계선인 우이령을 넘어서 키토산오리집에서 뒷풀이를 한다. 빗길을 걸어온 나그네들에게 숯불의 온기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내리는 빗속에서 우산을 쓰고 번잡하던 우이동을 벗어나 덕성여대 앞의 카페까지 또 걷는다. 카페에서 등반에 관련된 얘기꽃을 피우다 보니 어느새 주위는 깜깜한 밤이 된다. 악우들의 만보기는 오늘 하루 4만보 가까이가 찍혔다고 한다. 9시간 가까이 산길과 빗길을 길게 걸었다는 뿌듯함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