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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단풍 - 2024년 11월 17일(일)

어제 오후부터 내린 비로 하루 사이에 10도 정도가 뚝 떨어진 쌀쌀한 늦가을 날씨로 돌변했다. 우이능선의 테라스에 올라설 때만 하더라도 비 온 후의 신선한 공기에 만족하면서도 찬바람에 대비하여 보온에 신경써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런데 도봉계곡으로 하산하면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단풍의 향연을 즐길 수가 있었다. 도봉산에도 이렇게나 고운 단풍이 가득했었나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은행나무 이파리는 절정의 노랑 빛깔을 자랑하고 있었다. 울긋불긋 형형색색의 단풍잎들이 계곡 양안을 따라 길게 이어졌다.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분 좋은 산행이었다.

국내트레킹 2024.11.17

파주 웅담리 암장 - 2024년 11월 16일(토)

주초부터 시작된 감기가 잘 낫지 않는다. 처음엔 콧물이 주르르 흐르더니 이제는 목이 컬컬하고 가끔 기침이 나온다. 병원에서 감기약을 처방 받아 복용 중인데도 별다른 차도가 없다. 이럴 땐 감기는 병원에 가면 7일, 병원에 안 가면 일주일 걸린다는 세간의 우스갯소리를 믿고 감기를 무시해버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인 듯하다. 그래서 감기 생각은 제쳐두고 망설이던 주말 등반을 거르지 않기로 한다. 가까운 파주의 웅담리 암장에서 어렵지 않은 루트들만 오르내렸더니 오히려 몸이 풀리는 것 같다. 오후 3시부터 내린다던 비가 한 시간 정도 일찍 오는 바람에 충분한 운동은 되지 못했지만, 기분 전환은 제대로 한 셈이다. 암장 주변은 온통 낙엽 투성이여서 산길이 미끄러울 지경이었다. 한편, 올해의 단풍은 아파트 단지 내에..

암빙벽등반 2024.11.16

[서울둘레길 2.0] 6코스(고덕산 코스) - 2024년 11월 14일(목)

광나루역 2번 출구로 나와서 서울둘레길 6코스에 접어든다. 우산을 써야 할 정도로 비가 내리지만 걷는 데 큰 지장은 없을 듯하다. 광진교 초입에서 스탬프를 찍고 다리를 건너간다. 도보길로 재탄생한 광진교를 건너는 발걸음이 상쾌하다. 올해부터 유난히 가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는 아내는 울긋불긋한 가을 색채가 무척이나 아름답게 다가온다고 한다. 한강 고수부지의 미루나무 가로수길은 맨발걷기를 위한 흙길로 잘 조성되어 있다. 우리집 가까이 있다면 매일 걷고 싶은 길이라서 부러운 마음 한가득이다. 암사동 선사유적지 부근의 은행나무 가로수길은 화려한 노랑빛깔의 향연 중이다. 고덕산 정상에서 이어지는 오솔길은 정겹게 이야기 나누며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몸상태만 괜찮았다면 7코스까지 걸어볼 생각이었으나, 감기 들린 몸..

강진 한나절 여행 - 2024년 11월 10일(일)

간밤에 악우들은 월출산 입구의 숙소에서 묵고, 나는 어머니가 살고 계시는 나주의 고향집에서 잤다. 때마침 큰누나와 작은누나, 작은매형이 고향집에 와 있어서 가족들이 명절처럼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었다. 오늘 새벽에 막내 동생까지 합류하여 참으로 오랜만에 어머니와 우리 4남매는 한상에 빙 둘러앉아 아침식사를 함께 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아무런 약속 없이 4남매가 만났으니 여간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제는 모든 기상 여건이 암벽등반을 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그래서 2년만에 다시 찾은 월출산의 연실봉과 매봉에서 아주 만족스런 등반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말 이틀 내내 월출산에서 암벽등반을 원없이 즐겨보리라던 기대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나주의 고향집에서 아침밥을 먹고..

국내여행기 2024.11.11

영암 월출산 연실봉-매봉 [2024년 11월 9일(토)]

월출산이 가까운 곳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땅끝이 가까운, 서울에서 머나먼 곳에 떨어져 있기에 더욱 그리운 것은 아닐까? 전라남도 영암군과 강진군에 걸쳐 있는 월출산이건만, 지금은 폐교가 된 나의 모교인 나주시 소재의 초등학교 교가에도 "정기찬 월출산을 바라보면서"라는 가사가 등장했었다. 실제로 시야가 좋은 날에는 다른 산줄기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월출산의 삐쭉빼쭉한 하늘금을 나주의 고향집에서도 볼 수가 있었다. 그렇게 친숙한 월출산이기에 어린 시절부터 자주 올랐었다. 서울에서 거주한 세월이 어언 30년을 훌쩍 넘긴 탓에 이제는 선뜻 찾아가기 버거운 산이 되었지만, 여전히 월출산은 내 마음 한구석에 고향집처럼 굳건히 살아 숨쉬고 있는 추억과 그리움의 산이다. 간밤에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설치고, 새벽 ..

백운대 'SR 형제길' - 2024년 11월 3일(일)

'SR 형제길'은 백운대 남서벽의 가파른 암릉을 밑단부터 정상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이은 경로를 가진 바윗길이다. 이 바윗길 우측 사면에서 크랙을 따라 이어지는 '시인 신동엽길'과 나란히 진행하는 총 10피치의 'SR 형제길'은 완력을 요하는 오버행 인공등반 구간과 제법 짭짤한 슬랩 위의 크럭스 구간이 쉬지 않고 이어지기 때문에 북한산 일대의 다른 어떤 바윗길보다 등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듯하다. 막상 등반을 해보니 인터넷 상에서 검색해 봐도 다수로 구성된 등반팀이 'SR 형제길'을 개운하게 완등했다는 등반기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를 감안하여 우리팀은 도선사주차장을 07시 30분에 출발해서 백운산장과 위문을 통과하여 'SR 형제길' 초입에 09시가 채 지나기 전에 도착했다...

암빙벽등반 2024.11.04

강촌 유선대 암장 - 2024년 11월 2일(토)

등반 계획이 제대로 꼬인 하루였다. 기범씨가 '춘클릿지'에서 외국인 2명의 가이드 등반에 나서기로 했었다. 은경이와 내가 동행하기로 하고, 강촌역에서 9시에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리 셋은 7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8시 30분 전에 강촌에 미리 도착하여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평택 미군기지에서 근무한다는 2명의 외국인은 우여곡절 끝에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른바 노쇼(no-show)를 당한 기범씨의 실망감이 가장 컸을 테지만, 곁에서 이를 지켜보는 내 마음도 그리 편할 수는 없었다. 세 사람이 상의한 끝에 '춘클릿지'에 대한 생각은 깨끗이 잊기로 하고, 그 대안으로 '조각상 릿지'를 등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등반 출발점에 도착해 보니 이미 여러 명이 대..

암빙벽등반 2024.11.04

[서울둘레길 2.0] 4코스(망우·용마산) ~ 5코스(아차산) - 2024년 11월 1일(금)

평일 오후 시간을 이용해 아내와 함께 서울둘레길을 이어가기로 한다. 지하철 6호선 봉화산역에서 내려 만두와 떡을 사서 배낭에 챙겨 넣은 후, 곧바로 서울둘레길에 접어든다. 지난 번에 걸었던 길을 신내역까지 중복해서 걸어도 좋다. 신내역 이후부터는 새로운 길이다. 양원역 주변에서 방심하다가 길을 잃는다. 서울둘레길은 시내 구간을 통과할 때 길 찾아가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교차로에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금새 길을 잃을 수 있다. 신호등을 건너기 직전과 직후에 이정표를 확인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중랑캠핑숲에서 점심을 먹고 망우역사문화공원과 함께 예전보다 잘 정비된 망우산 허리길을 따라 망우산과 용마산 사이의 깔딱고개 쉼터에서 오늘의 첫 스탬프를 찍는다. 깔딱고개의 가파른 570개 계단을 올라서니 한강..

숨은벽 릿지 - 2024년 10월 31일(목)

노란색이나 갈색으로 물든 단풍도 예쁘긴 하지만, 꽃처럼 아름다운 단풍은 뭐니뭐니 해도 빨간색 계열로 물든 게 으뜸이다. 올 가을엔 설악산에 갈 기회가 없었지만, 오늘 북한산에서 만난 선홍빛깔 단풍은 설악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실내 암장에서 운동하다가 알게 된 이신부님과 함께 숨은벽 등반에 나서는 길이었다. 도선사주차장에서 하루재를 향해 올라가는 등로 상에서 정말 멋진 단풍을 만날 수 있었다. 화사한 붉은 빛깔로 물든 단풍나무가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는 그 찬란한 자태는 가히 일품이었다. 사람이 만든 아무리 거대한 꽃다발일지라도 이 순간 자연 속의 단풍이 발하는 아름다움을 능가하지는 못 할 것이다. 하루재에서 백운산장까지 이어지는 등산로 주변에서도 멋진 단풍이 심심찮게 반겨주어..

암빙벽등반 2024.10.31

서산-태안 1박 2일 가족여행 [2024년 10월 26일(토)~27일(일)]

지난 9월 초순에 딸이 결혼함으로써 나는 명색이 여섯 명으로 구성된 가족의 가장이 되었다. 요즘 시대에 가장의 권위 같은 건 퇴색된 지 오래라고 하지만, 가족 구성원 간에 사랑이 흘러 넘치는 행복한 가정을 가꿔 나가고 싶은 소망마저 저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두가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들마저 얼굴 마주할 기회가 드물다면 행복한 가정은 요원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 우리 부부가 함께 떠나는 첫 번째 가족여행을 계획한다. 숙소는 고급 호텔처럼 새롭게 단장되었다는 만리포연수원으로 정했다. 20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현 직장의 연수원이지만 이번이 첫 방문이다. 처음으로 방문한 연수원 시설은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지난 주에 열린 개교기념일 행사에서 20주년 장기근..

국내여행기 2024.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