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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소토왕골 '산빛JK' - 2024년 6월 16일(일)

비가 오락가락 했던 어제 날씨에 대한 보상이라도 되는 듯 그 어느 때보다 화창하기 이를 데 없는 하늘 아래 소토왕골로 향한다. 비교적 이른 아침인 7시 40분 즈음에 암장에 도착했으나, 이미 수십 명이 등반 준비 중이었다. 우리팀은 아무도 없는 골짜기 맨 안쪽으로 이동했다. '산빛JK'와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루트를 등반할 계획이었다. 매 피치가 하드프리 암장의 단피치처럼 등반성 높은 '산빛JK' 루트 세 피치를 완료하고 하강했다. 이때까지는 암벽이 그늘져 있어서 좋았다. 간밤에 과음한 탓에 몸상태는 별로였다. 잠시 쉬면서 에너지를 보충한 후에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루트 첫 피치에 붙었으나, 따가운 햇살을 온몸에 받으면서 확보점에 매달려 있다는 게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하강하여..

암빙벽등반 2024.06.18

국립등산학교 인공암벽장 - 2024년 6월 15일(토)

울산바위의 빼어난 절경을 원없이 감상할 수 있었던 북설악 신선대를 다녀온 후, 암벽등반 승인 건에 대한 체크인 요청 문자에 응하기 위해 설악동으로 이동했다. 암벽 이용 당일에 등반 해당 지역에 있어야 체크인 버튼이 활성화 된다는 안내문자 탓이다. 설악산 국립공원 권역 내에서 휴대폰 위치추적 시스템을 활성화 시켜야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할 수 있는데, 이 절차 또한 복잡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산에 들어서는 순간 자연을 즐기고 오로지 등반에만 집중하기 위하여 휴대폰 전원을 꺼 놓는 습성이 있는 나 같은 부류들에겐 여간 큰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었다. 나만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소심한 복수를 하는 셈 치고 전화 상으로 비 때문에 등반을 할 수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면서 공단 직원들에게 체크인을 요청했다. 오후..

암빙벽등반 2024.06.18

북설악 신선대(성인대) - 2024년 6월 15일(토)

새벽 4시에 악우들을 픽업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비가 내린다. 설악산 등반을 나서는 첫 발걸음부터 예상치 못한 비를 맞으니 살짝 황당한 기분이 든다. 어제의 일기예보 상으로 백두대간 너머의 설악산 권역엔 비가 오지 않을 거라 했으니 일말의 희망을 품고 악우들과 함께 양양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오른다. 하지만 간간히 내리는 세찬 빗줄기에 희망은 여지없이 사라지고 인제내린천휴게소에서 커피와 도너츠로 조식을 대신하는 동안에도 비는 오락가락이다. 악우들과 상의한 끝에 오늘 계획한 설악산 유선대 '이륙공천' 등반은 접기로 한다. 플랜B로 생각해둔 일정 중 하나인 북설악의 신선대를 다녀와서 오후엔 국립등산학교의 인공암벽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한다. 화암사 진입로의 노면이 젖어 있으니 암벽등반은 위험할 것이란 생..

국내트레킹 2024.06.18

안성 누나집에서 - 2024년 6월 8일(토)

어머님 생신을 겸한 가족모임을 안성의 큰누나집에서 가졌다. 어머니 슬하의 우리 4형제 부부와 큰누나 아들 가족, 내 아들 부부가 모인 제법 왁자지껄한 모임이었다. 아내와 나는 오전에 일찍 도착하여 소나기가 오락가락 내리는 중간에 누나네 집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안성에서는 제일 큰 호수 인근에 자리한 동네라서 주변 경관이 좋았다. 수도권과 가깝고 제2경부고속도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여기저기 파헤쳐진 흔적들이 아쉽기는 했으나, 오랜만에 농촌의 정취를 엿볼 수 있었다. 누구보다 부지런한 큰누나 부부는 집안 정원 뿐만 아니라 텃밭과 농사 짓는 넓은 밭까지 잘 관리하고 있었다. 밀을 보고 보리와 구별하지 못하는 나를 돌이켜보면서 이제는 한낱 전원생활을 그리워하는 도시인일 뿐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이야기 2024.06.10

노적봉 '님은 먼 곳에' 또는 '아미고스' - 2024년 6월 2일(일)

요세미티 원정 등반을 함께 가게 될 윤선생님 팀에 합류하여 노적봉에 올랐다. 아침 8시를 조금 넘긴 시간, 북한산성 등산로 입구에서 윤선생님, 기영형, 재창씨가 은경이와 나를 반갑게 맞아 주셨다. 오늘 함께 등반할 가을씨와 진하씨는 약속장소를 잘못 인지하여 우이동으로 가는 바람에 뒤늦게 합류하는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윤선생님은 노적봉 정중앙의 가장 긴 바윗길인 '별이 있던 그 자리(구 경원대길)' 루트를 글루인 볼트로 몸소 리볼팅 하신 분이다. 오늘은 당연히 그 길을 등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먼저 등반 중인 팀의 인원이 너무 많았다. 글루인 볼트로 가장 안전하게 정비된 바윗길인 만큼 노적봉에서 인기가 높을 수 밖에 없고, 이런 사실이 정작 우리팀에게는 좋지 않게 작용한 것이다. 할 수 없이 ..

암빙벽등반 2024.06.03

파주 웅담리 암장 - 2024년 6월 1일(토)

가까운 단피치 암장에서 여유로운 등반을 즐기고 싶었다. 토지 소유 기관의 출입금지 조치로 암장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감악산 등산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파주 웅담리 암장을 찾았다. 운 좋게도 숲이 우거져 그늘지고 고요한 암장이 그 어느 때보다 등반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등반공지를 하지 않았는데도 준수씨와 성배씨가 어젯밤에 따로따로 전화 연락을 주어 오늘 등반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나의 첫 박사 제자인 나영이가 대전의 연구소에서 올라와 참석한 간밤의 회식자리에서 술을 피할 수 없었던 내 몸상태를 걱정했으나 예상보다는 괜찮았다. 벤치에 드러누워 잠시 쉬는 시간이 편안했다. 준수씨가 살뜰히 챙겨온 모기기피제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성배씨는 처음으로 프로젝트 등반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면..

암빙벽등반 2024.06.03

북한산 칼바위 - 2024년 5월 31일(금)

기상 후에도 누적된 피로가 풀리지 않아 몸이 영 개운치 않다. 이럴 땐 산에 가야한다. 조식 후에 아내와 함께 북한산 칼바위에 올랐다. 5월의 마지막 날 무성한 숲의 모양새는 이미 한여름이다. 후드티셔츠와 색안경이 자외선으로부터 내 몸을 잘 보호해 주는 듯했다. 칼바위 정상에서의 조망은 으뜸이었다. 파란 하늘 아래 빛나고 있는 삼각산과 도봉산의 잘 생긴 봉우리들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대동문에서 소귀천계곡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탁족하며 쉬어가는 시간이 즐거웠다. 우이동에서 시원한 콩국수를 사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북한산이 곁에 있어 가능했던 치유의 순간들이 감사했다.

국내트레킹 2024.06.03

운악산 출렁다리와 현등사 - 2024년 5월 25일(토)

운악산에 출렁다리가 생겼다고 하여 진즉부터 구경하고 싶었는데, 오늘에야 기회가 닿았다. 몸살감기 기운을 떨쳐내지 못한 몸이 무거워 강촌에서의 암벽등반을 일찍 접고 남은 오후 시간에 운악산을 찾은 것이다. 출렁다리는 기대보다 실망스러웠다. 현등사 진입로 위를 가로질러 놓여 있는 위치부터가 억지스러웠다. 눈썹바위를 다녀와서 현등사 경내를 구경하는 시간이 좋았다. 풍성한 꽃무리를 피워낸 수국과 찔레꽃이 한창이었다. 발 아래에 앙증맞게 피어난 바위채송화와 초롱꽃이 예뻤다. 한국 최초라는 적멸보궁도 구경할 수 있었다. 싱그러움 가득한 현등사 계곡을 산책했던 순간이 피로에 지친 심신을 치유한 소중한 시간으로 남았다.

국내트레킹 2024.05.26

강촌 유선대 암장 - 2024년 5월 25일(토)

이번 학기 들어 가장 빡빡한 일정으로 한 주간을 보낸 탓인지 그제 저녁부터 몸이 물 먹은 솜이불처럼 무거워졌다. 그간 잘 버텨왔다고 생각했는데 임계점을 넘겨 몸살감기가 찾아든 것이다. 주말 등반을 거를까 싶었지만 집안에 있으면 더욱 늘어질 듯하여 악우와 함께 강촌의 유선대 암장을 가기로 한다. 내게는 굳이 등반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 강촌이다. 때마침 임플란트 시술로 고생 중인 악우도 맘 놓고 운동을 할 처지가 아니어서 등반은 흉내만 내고 철수한다. 남은 오후 시간은 운악산 출렁다리와 현등사를 구경하는 산행을 가기로 한다. 오늘처럼 암벽 앞에서 등반 의욕이 발동하지 않은 건 참 드문 현상이다. 이마저도 물 흐르듯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평온한 마음으로 진중하게 생각하고 현명하게 ..

암빙벽등반 2024.05.26

'장사익과 친구들' 효 콘서트 - 2024년 5월 21일(화)

아들이 다니는 회사에서 주최한 효 콘서트에 자랑스런 아들을 앞세우고 아내와 함께 다녀왔다. 우수 직원으로 선정된 사원들과 부모들을 초청한 행사였다. 가정의 달인 5월 중 21일은 둘이 하나 된다는 의미의 '부부의 날'이라고 한다. 아들의 직장인 하나은행의 명칭을 담은 이번 효 콘서트의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도 모두 하나가 된다는 뜻을 지닌 "하나·같이"였다. 날짜 선정에서부터 초청 가수까지 여러모로 정성스럽게 기획하고 준비한 행사답게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이 세상에서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뻔한 사실을 깨닫고 확인하는 순간은 상대적으로 드물지 싶다. 돌이켜 보면 부모로서 고마울 정도로 독립심이 강해서 스스로 자기 앞길을 잘 헤쳐나갔던 대견한 아들이다. 오늘의..

나의 이야기 2024.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