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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할매바위 (2020년 8월 1일)

남쪽으로 튀어라. 장마전선의 북상으로 중부지방엔 폭우가 내릴 거라는 주말의 일기예보를 보고 기범씨와 함께 등반지를 고민하던 중 내린 결정이다. 넘어질 때 쉬어간다는 말을 떠올리면서 이번 기회에 내 고향인 전라도의 바윗길을 다녀오기로 하고 여행계획을 짰다. 토요일 새벽 4시에 서울을 출발해서 첫날은 전북 고창의 할매바위 등반 후 전남 나주에 있는 내 고향집으로 이동하여 숙박, 둘째날은 전남 영암의 월출산에서 등반하고 저녁에 귀경하는 일정이다. 기범, 은경, 대섭, 나, 이렇게 4명의 악우들이 함께 다녀온 이번 전라도 등반여행은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던 날씨 덕택에 알찬 등반과 아름다운 추억만들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선운산과 함께 전북 지역의 대표적인 자연암장인 ..

불곡산 독립봉 암장 (2020년 7월 26일)

여름철의 독립봉 암장은 또다른 모습이었다. 부흥사에서 어프로치 하는 산길은 지난 봄에 두 차례 걸었던 길 같지 않게 새로웠다. 원시림처럼 우거진 활엽수림과 이끼 가득한 작은 계곡은 자연의 신선함을 오롯히 간직하고 있었다. 보기 드문 망태버섯을 만나는 행운까지 겹쳐지니 암장으로 올라가는 발걸음은 예전보다 가볍고 기분은 더없이 상쾌했다. 느긋한 마음으로 주변의 풍광을 즐기면서 '꺽정(5.10c)', '돌뫼(5.10b)', '샘내(5.10a)' 루트에서 톱로핑 방식으로 등반했다. 기범씨는 '수퍼문(5.11a)'과 '형제(5.11a)' 루트를 올랐는데, '수퍼문'에서는 우리나라의 바윗길에서 보기드문 니바(kneebar) 자세를 보여주었다.

암빙벽등반 2020.07.26

인수봉 '은정-모설-비원' (2020년 7월 25일)

아침까지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탓에 평소의 토요일보다 한 시간 늦은 오전 9시에 우이동을 출발했다. 다행히 아침에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적중률이 별로 높지 않은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믿고 등반계획을 짤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긴 하지만 이럴 땐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반대로 일기예보가 우연히 맞아떨어져서 비가 내렸다면 오늘 등반은 접어야 했을테니 말이다. 기범씨를 필두로 대섭, 은경, 나, 이렇게 4명이 먼저 출발하고, 동혁씨는 우리 4명이 '은정'길 첫 피치를 완료했을 때 합류하여 오늘의 캐리(CARI, Climbing of All Routes in Insu-peak)인 '은정'과 '모설' 세 피치를 5명 모두가 끝낼 수 있었다. '비원'길은 2피치의 오버행 턱을 넘어서는 것까지 기범씨..

암빙벽등반 2020.07.26

금호강변 아침산책 (2020년 7월 24일)

대구 출장 마지막날의 이른 아침에 호텔 앞으로 흐르는 금호강변을 걸었다. 밤새 내린 장맛비로 강물은 많이 불어 있었고, 내가 산책하는 동안엔 다행히 비는 잠시 멈춰주었다. 중국 곳곳이 홍수로 물난리를 겪고 있다고 한다. 부산에도 폭우로 인한 피해가 심하다는데 금호강도 빠르게 흐르는 탁류의 물살이 제법 사나웠다. 망우당 공원을 거쳐서 동촌유원지의 해맞이다리 부근까지 왕복하니 1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다. 금호강 자전거길을 따라서 아양교까지 갔다왔으면 좋으련만 해맞이 다리를 조금 더 지나니 불어난 강물 때문에 더이상 갈 수가 없었다. 홍수 직전의 사나운 강물을 본 것도 꽤나 오랜만의 일이지 싶다.

국내트레킹 2020.07.24

대구 출장길에서

대구 출장 중이다. 2박 3일 일정으로 어제 아침에 도착하여 내일 저녁 시간에 떠난다. 지난 겨울 코로나 사태로 대구경북 지역이 극심한 몸살을 앓기 직전에 허선생님과 함께 팔공산 산길을 3일 동안 걸었던 이후로 첫 대구 방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대구는 안정을 되찾은 분위기다. 이번 출장지인 호텔은 금호강변의 경치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첫날인 어제는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밤 시간에 허선생님 부부가 찾아주셔서 호텔 주변을 함께 산책하면서 쌓인 회포를 풀 수 있었다. 금호강변을 따라서 이어진 망우당 공원과 동촌유원지를 거쳐서 돌아오는 코스로 천천히 거닐면서 그동안 밀린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즐거웠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알프스로 떠나곤 했던 허선생님은 근 20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에서 여름을 보낸다고 한..

나의 이야기 2020.07.23

설악산 울산바위 문리대길 (2020년 7월 19일)

오후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어서 가능하면 이른 시간에 등반하기로 결정하고 새벽 4시에 기상했다. 미리 예약해둔 식당에서 4시 30분에 조식을 먹고 바로 울산바위를 향한 어프로치를 시작했다. 아침 7시 전에 울산바위의 '문리대 4번길' 앞에 도착하여 숨을 고른 후 곧장 등반에 나섰다. 어제처럼 기범씨가 선등하고 은경이와 대섭이가 거의 동시에 오른 후에 내가 라스트를 맡는 시스템으로 날씨를 고려한 속도등반에 신경쓰기로 했다. 완력이 필요한 구간이 많았지만 우리팀 4명 모두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등반 시스템으로 빠른 시간 내에 5피치까지 올랐다. 나를 제외한 우리팀 모두가 5피치 등반을 끝내고, 내가 라스트로 올라가려고 준비할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물이 묻어서 미끄러운 바위표면의 느낌이 좋을리 없는..

암빙벽등반 2020.07.19

설악산 소토왕골 암장 (2020년 7월 18일)

설악엔 물빛 그리움이 있다. 물빛은 계절마다 색깔을 달리하는 다채로운 산의 모습을 맑은 물속에 온전히 담아내는 빛깔이다. 그 빛깔의 잔영이 가슴 밑바닥에 남아있기 때문인지 자주 다녀와도 실증나지 않고 다시 가고싶은 곳이 설악산이다. 밤잠을 설치면서 새벽길을 달려가는 고생을 자처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이 바로 설악인 것이다. 병을 낫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명약을 구하러 떠나는 사람들처럼 나도 설악산을 찾는다. 설악의 아름다운 바윗길과 청아한 대기 속에는 복잡다단한 세상 속에서 쌓일 수 밖에 없는 마음의 찌든 때를 말끔히 씻어주는 신비한 치유의 물질이 분명히 깃들어 있을 것이다. 토요일 새벽 4시 무렵 서울을 탈출했다. 내차에 기범씨와 은경이가 동승한 다음, 동혁씨를 픽업하러 갔는데 약속 장소에 ..

암빙벽등반 2020.07.19

인수봉 '양지-산천지' (2020년 7월 16일)

시간은 참 빠르게 흐른다. 어제는 1년 전에 소천하신 장모님의 기일이었다. 장모님을 하늘나라로 보내드린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장인어른을 비롯한 처가식구들이 우리집에 모여서 추도예배를 보고 고인을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생전의 마지막 투병생활을 우리집에서 보냈기 때문인지 장모님에 대한 애틋함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 가득한 천사 같은 분으로 각인되어 있는 장모님을 회상하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장모님의 부재가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며 오열하시는 장인어른의 외롭고 힘겨웠을 지난 1년 간의 삶을 반추하면서 이별의 아픔을 가슴저리도록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높은 봉우리가 있으면 깊은 골짜기가 있듯 우리네 삶 속에도 기쁨과 슬픔이 상존..

암빙벽등반 2020.07.16

인수봉 동면 '교대'길 (2020년 7월 11일)

이번 주말에 다녀오기로 한 설악산 등반이 취소되었다. 강원북부산지에 호우예비특보가 발효된 날씨 때문이다. 다행히 서울은 쾌청하여 인수봉 동면에서 악우들과 함께 토요일 등반을 즐길 수 있었다. 먼저 '교대'길을 끝까지 오르기로 했다. 오늘의 캐리(CARI, Climbing of All Routes in Insu-peak)를 '교대'길로 정한 것이다. 기범씨가 선등하고 은경, 정길, 대섭 순으로 올랐다. 나는 라스트를 맡았다. '교대'길은 첫 피치부터 매우 까다로운 페이스였다. 비교적 쉬운 슬랩인 마지막 피치를 제외하면 지금의 내 실력으로 온전히 자유등반 방식으로 오를 수 있는 '교대'길의 피치는 하나도 없었다. 내 난이도를 초과한 수준의 어려운 구간들에서는 추락을 하거나 볼트와 장비의 도움을 받으면서 등반..

암빙벽등반 2020.07.12

인수봉 '양지-의대' (2020년 7월 8일)

평일인 수요일의 인수봉 치고는 등반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동면 오아시스의 시원한 나무그늘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양지'길을 올랐다. '의대'길과 '취나드B'길 사이로 진행하는 '양지'길은 쉽지 않았다. 최고 난이도 5.11a의 루트답게 홀드가 거의 보이지 않는 페이스 구간이 서너 군데 있었다. 종착점인 귀바위 아래의 테라스에서 하강하여 점심을 먹은 후에는 '의대'길 크럭스에서 기범씨의 원포인트 레슨을 받았다. '취나드B'길을 등반하러 온 동혁씨와 민철씨를 우연히 만날 수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인수봉의 오아시스는 여름철에 최고로 시원한 장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암빙벽등반 2020.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