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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8시간 걷기 - 2020년 10월 31일(토)

가을은 깊어가고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벌써 시월의 마지막 날이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나이 먹는 것이라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하릴 없이 시간만 흘러보내지 않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몸과 마음, 육체와 영혼이 모두 건강해야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완수할 수 있고, 자신이 계획한 바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나의 몸 상태는 그리 좋지 않다.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한 허리통증을 다스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모든 일을 방어적으로 처리할 수 밖에 없다. 이는 내가 원하는 방향의 삶이 아니다. 우선은 마음 편하게 먹고 몸 건강을 먼저 회복시켜야 하는 것이 선결 과제이다. 병원 치료를 받은 이후에 처음으로 배낭 메고 주말 등산에 나서본다. 짐은 최대한 가볍게 챙기..

국내트레킹 2020.11.01

가을날 오후의 남산 산책 - 2020년 10월 29일(목)

이른 아침부터 연구실 내에서 강의녹화와 업무 처리에 몰두하고 보니 허리가 뻐근해져 온다. '척추전방전위증'으로 인한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고 통원 치료 중인 현재의 허리 상태를 생각해서 오후엔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을 나가보기로 작정한다. 점심시간에 캠퍼스 주변을 걷던 루틴에서 벗어나 가을 풍경이 좋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남산에 오를 생각을 한다. 전철을 타고 버티고개역에서 내려 서울숲에서 남산길로 이어지는 도보길 루트를 따라서 걷는다. 버티고개에 있는 생태이동통로를 통해서 탈출했던 기억이 나는 오솔길이다. 이번엔 그 길을 이어서 남산 방향으로 향한다. 동대문(흥인지문)에서 광희문을 거쳐 이어진 서울성곽길을 따라서 남산(목멱산)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새롭고도 재미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가을 풍광을 오롯히..

국내트레킹 2020.11.01

원주 칠봉유원지와 문바위봉 - 2020년 10월 24일(토)

최근에 개척되었다는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에 자리한 칠봉암장을 처음으로 찾아가 등반하면서 오늘 하루를 여유롭게 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바위에 매달린 첫 동작에서 갑자기 감전된 듯 찌릿한 통증이 허리와 등으로부터 유발되었다. 그 이후로 동반된 심한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암벽에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아직 온전치 못한 허리 상태를 감안하지 않고 섣불리 무리하게 암벽에 붙은 것이 화근이었다. 기실 새벽에 집을 나설 때부터 허리 통증은 다시 시작되었다. 그 순간 등반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연락을 할지 잠시 망설였지만, 악우들과의 약속을 어길 수 없다는 명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끌려온 면이 없지는 않았다. 내 차가 아니면 교통편이 꼬이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내 몸 상태만 챙기자고 다른 친구들의 중요한 주말..

국내트레킹 2020.10.25

김수영과 천상병 시인을 만나는 둘레길 - 2020년 10월 21일(수)

허리 상태가 좋지 않다는 핑계로 강의가 없는 평일 하루를 쉬기로 한다. 주말이면 암벽등반에 몰두하느라 소홀했던 아내에게 충성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함께 둘레길 산책에 나선다. 우이동 경전철역을 빠져나와 백운대 가는 길과 반대인 도봉산 방향의 북한산둘레길을 따라 걷는다. 왕실묘역길 구간에서 잠시 벗어나 김수영 문학관을 구경할 수 있는 행운을 얻는다. 그간 코로나 사태로 문을 닫았었는데, 거리두기 조치가 1단계로 완화된 후부터 다시 열린 것이다. 평일이라서 우리 부부 외에는 관람객이 전혀 없는 문학관 내에서 한참 동안 공부하듯 문학관 내부를 속속들이 구경한다. '풀'이라는 시 외에는 김수영 시인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낀 채 문학관을 빠져나온다. 원당샘 주변의 은행나무와 연산군..

국내트레킹 2020.10.21

창해일속(滄海一粟)

"왕후의 밥, 걸인의 찬······ 이걸로 시장기만 속여 두오."라는 문구는 너무나 강렬해서 지금까지도 나의 뇌리에 남아 있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김소운(金素雲) 선생의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에서 어느 신혼부부의 일화에 등장하는 글이다. 아주 간결하고 짧은 글 속에 인간의 사랑과 믿음에 대한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김소운 선생의 글은 시대를 불문하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보석처럼 빛날 것이다. 선생의 글을 읽고 있으면, "아, 나도 저렇게 진솔하고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란 생각이 저절로 찾아든다.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보물을 발견한 듯한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애석하게도 출판된 책이 드문 관계로 선생의 글을 많이 접하지는 못했지만, 오래 전부터 소장하고..

나의 이야기 2020.10.18

북한산의 단풍 - 2020년 10월 17일

가을날의 화창한 날씨 덕에 밝은 햇살을 조명 삼고, 푸른 하늘을 배경 삼은 북한산의 단풍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도선사주차장에서 백운대로 향하는 등산로를 올라가다가 한숨 돌리게 되는 하루재에서부터 단풍은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인수봉 주변의 단풍은 특별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단풍으로 물든 가을산의 화려함 이면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산악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계절이 바로 가을철인 것이다. 일교차가 커서 겨울 산행에 준하는 등산복과 장비를 준비해야 함은 물론, 넘치는 자신감으로 자신의 등반 능력을 과신하지 말아야 한다. 나 자신부터 마음 속에 항상 새겨둘 일이다. 갑자기 허리 통증이 심해져서 악우들을 남겨두고 등반 중간에 나 홀로 먼저 산을 내려오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

산행앨범 2020.10.17

인수봉 남동면 - 2020년 10월 17일(토)

하루재를 넘자마자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화려한 단풍이 반겨주었다. 인수봉 남동면의 '인수B'길 출발점 부근도 곱디 고운 단풍이 아침 햇살을 머금고 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그러나 고운 단풍과 화창한 가을 날씨를 즐길 새도 없이 내몸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었다. 어프로치를 끝내고 장비를 착용하려는 순간 갑자기 내 허리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작년에 집안에서 재채기를 하다가 어이 없이 허리를 삐끗해서 며칠 간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다. 그 후부터 상태가 좋지 않던 것이 오늘 다시 말썽을 부린 것이다. 어쩌면 그동안 잘 참아준 것인지도 모른다. 걷지 못할 정도는 아니어서 첫 피치 등반을 해보고 나서 아픈 정도를 파악해보기로 했다. '인수B'길 1피치를 올라가서 테라스에 도착했지만 여전히 허리 통증은 사라..

암빙벽등반 2020.10.17

불암산 노을암장 - 2020년 10월 15일(목)

올가을 들어 가장 쌀쌀한 날씨라고 한다. 아침 기온이 한자리 숫자인 섭씨 8도로 떨어졌다. 기범씨와 둘이서 인수봉 등반을 약속했으나, 추워진 날씨로 움츠러든 기분 탓에 어프로치가 짧은 불암산의 노을암장을 찾기로 한다. 덕암초등학교 부근의 경수사 입구에 주차하고 조금 올라가면 암장에 닿을 수 있다. 도봉산의 선인봉부터 북한산의 인수봉까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하늘금이 한눈에 들어오는 노을암장에서 바라보는 붉은 저녁놀이 아름다울 듯하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하루종일 우리 두 사람 외에 암장을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조용하고 아담한 노을암장에서 쉬엄쉬엄 등반하면서 느긋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나인 투 식스(9 to 6)'가 아닌, '식스 투 나인(6 to 9)'의 일정으로 매우 바쁘게 일해야 했던 ..

암빙벽등반 2020.10.16

인수봉 '인수A-민남-영' (2020년 10월 11일(일))

모든 등산학교들이 인수봉으로 총 출동한 듯했다. 우이동 경전철역을 빠져나온 순간부터 암벽등반 장비를 둘러멘 클라이머들이 도선사주차장으로 올라가는 택시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근래에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우이동 약속장소에서 4명의 악우들이 8시 정각에 기범씨의 차로 출발하여 도선사주차장에 도착했는데, 마땅히 주차할 장소를 찾기가 힘들었다. 새로운 차들이 계속 몰려드는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새벽 산행을 마치고 일찍 하산하는 등산객을 기다렸다가 가까스로 차를 댈 수 있었다. '취나드B'길 출발점에서 오늘 캐리(CARI, Climbing of All Route in Insu-peak)의 베이스캠프인 오아시스로 오르는 루트 주변도 시장통을 방불케 할만큼 많은 등반자들이 매달려 있었다. 우리팀은 ..

암빙벽등반 2020.10.12

인수봉 '궁형-인덕' (2020년 10월 9일(금))

한글날 아침이다. 위대한 한글 덕택에 우리나라가 현재의 정보통신과 컴퓨터 문명 사회의 강국이 되었다는 것에 항상 자부심을 느낀다. 문맹율 제로의 현대 문화 사회를 가능케 해주신 세종대왕을 비롯한 한글 창제의 주역들께 감사한 마음을 새기면서 인수봉으로 향한다. 하루재를 넘어서 인수봉 동면으로 오르는 등로엔 벌써 단풍이 선명하다. 서울의 클라이머들에게 인수봉은 우리 한국인들에게 한글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한글이 우리들에게 마음 속의 생각과 지혜를 글로 풀어내어 서로 소통하게 해주는 훌륭한 표현의 도구이듯, 인수봉은 클라이머들의 열정을 온전히 표출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기 위해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더없이 고마운 존재인 것이다. 캐리(CARI, Climbing of All ..

암빙벽등반 2020.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