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어서 가능하면 이른 시간에 등반하기로 결정하고 새벽 4시에 기상했다. 미리 예약해둔 식당에서 4시 30분에 조식을 먹고 바로 울산바위를 향한 어프로치를 시작했다. 아침 7시 전에 울산바위의 '문리대 4번길' 앞에 도착하여 숨을 고른 후 곧장 등반에 나섰다. 어제처럼 기범씨가 선등하고 은경이와 대섭이가 거의 동시에 오른 후에 내가 라스트를 맡는 시스템으로 날씨를 고려한 속도등반에 신경쓰기로 했다. 완력이 필요한 구간이 많았지만 우리팀 4명 모두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등반 시스템으로 빠른 시간 내에 5피치까지 올랐다.
나를 제외한 우리팀 모두가 5피치 등반을 끝내고, 내가 라스트로 올라가려고 준비할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물이 묻어서 미끄러운 바위표면의 느낌이 좋을리 없는 상태에서 5피치를 올라선 직후에 곧바로 하강을 시작했다. 곰바위 정상까지 불과 두 피치를 남겨둔 상황이었지만 안전을 위하여 미련없이 내려오기로 한 것이다. 세 차례의 60미터 하강을 신속하게 마치자마자 빗줄기는 굵어졌다. 다행히 출발점에 있는 동굴 속에서 비를 피하고 장비를 정리할 수 있어서 비로 인한 큰 고생은 없었다. 우산 쓰고 산길을 걸어서 내려오는 기분이 더없이 상쾌했다. 마음 통하는 악우들과 함께 이틀 동안 설악의 바윗길에서 부지런히 등반하고, 매우 알찬 시간을 보냈다는 뿌듯함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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