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설악산 울산바위 문리대길 (2020년 7월 19일)

빌레이 2020. 7. 19. 20:43

오후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어서 가능하면 이른 시간에 등반하기로 결정하고 새벽 4시에 기상했다. 미리 예약해둔 식당에서 4시 30분에 조식을 먹고 바로 울산바위를 향한 어프로치를 시작했다. 아침 7시 전에 울산바위의 '문리대 4번길' 앞에 도착하여 숨을 고른 후 곧장 등반에 나섰다. 어제처럼 기범씨가 선등하고 은경이와 대섭이가 거의 동시에 오른 후에 내가 라스트를 맡는 시스템으로 날씨를 고려한 속도등반에 신경쓰기로 했다. 완력이 필요한 구간이 많았지만 우리팀 4명 모두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등반 시스템으로 빠른 시간 내에 5피치까지 올랐다.

 

나를 제외한 우리팀 모두가 5피치 등반을 끝내고, 내가 라스트로 올라가려고 준비할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물이 묻어서 미끄러운 바위표면의 느낌이 좋을리 없는 상태에서 5피치를 올라선 직후에 곧바로 하강을 시작했다. 곰바위 정상까지 불과 두 피치를 남겨둔 상황이었지만 안전을 위하여 미련없이 내려오기로 한 것이다. 세 차례의 60미터 하강을 신속하게 마치자마자 빗줄기는 굵어졌다. 다행히 출발점에 있는 동굴 속에서 비를 피하고 장비를 정리할 수 있어서 비로 인한 큰 고생은 없었다. 우산 쓰고 산길을 걸어서 내려오는 기분이 더없이 상쾌했다. 마음 통하는 악우들과 함께 이틀 동안 설악의 바윗길에서 부지런히 등반하고, 매우 알찬 시간을 보냈다는 뿌듯함이 넘쳤다.       

 

▲ 울산바위 '문리대 4번길' 첫 피치를 등반 중인 기범씨의 머리 위로 펼쳐진 하늘이 유화 물감으로 그린 그림 같다.
▲ 어프로치 도중 계조암 앞의 흔들바위에서 두 친구가 나의 요구에 마지못해 상투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울산바위 밑에 도착했을 때의 아침 날씨는 최고였다.
▲ 울산바위는 바위라고 부르기엔 너무 거대한 화강암의 성채다. 인수봉과는 또다른 아우라를 간직한 화강암 덩어리다.
▲ '문리대 4번길'은 출발지점부터 완력을 필요로 한다.
▲ 선등한 기범씨가 두 줄로 후등자 확보를 보는 등반시스템으로 은경이와 대섭이가 거의 동시에 오르고 있다.
▲ 첫 피치 확보점에서 뒤돌아 볼 때엔 비구름 사이로 대청봉 정상이 보였다.
▲ 둘째 피치도 완력을 요하는 직상 크랙 구간의 연속이다.
▲ 둘째 피치 확보점 우측으로는 달마봉이 선명하게 보인다.
▲ 둘째 피치 확보점에서 내려다본 그림이다. 사진 좌측의 직상크랙을 오르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다.
▲ 3피치와 4피치는 중간 마디를 끊지 않고 단번에 올랐다.
▲ 2피치 확보점 바로 옆에 위치한 구멍이 신기하다.
▲ 4피치의 직상 크랙에서는 레이백 자세로 힘을 제대로 써야 한다.
▲ 테라스가 있는 4피치 확보점에 모여서 간식을 먹고 다시 출발했다.
▲ 5피치는 기범씨가 등반 중인 상단부의 크랙보다는 초반부가 더 애매했다.
▲ 대섭이가 5피치를 등반할 때만 해도 비는 오지 않았는데, 나는 이 구간을 비 맞으며 올라야 했다.
▲ 하강을 완료한 후 쏟아지는 비를 피할 수 있는 동굴이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