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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의 인수봉 동면 '모설-비원' (2020년 7월 5일)

오후 시간의 인수봉 동면은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진다. 인수봉에 가고 싶어서 오전 11시 무렵에 기범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때마침 기범씨도 인수봉에 갈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하여 일요일 오후 시간의 번개 등반 약속이 정해졌다. 집이 인수봉 가까이에 있다는 혜택을 본 듯하여 어제의 간현암 등반으로 인한 피곤함 탓에 잠시 가라앉아 있던 기분이 한결 밝아졌다. 우이동에서 기범씨를 만난지 불과 한 시간만에 어프로치를 끝내고 인수봉 동면 앞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도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등반팀들이 하강을 준비하고 있는 시간에 인수봉 동면 우측에 있는 '취나드A'와 '취나드B'길 사이의 두 개 루트를 올랐다. 먼저 '은정'길 좌측으로 이어진 '모설'길 세 피치를 올랐다. '모설'길 3피..

암빙벽등반 2020.07.06

2020년 상반기를 보낸 소감

예년 같으면 벌써 마무리 되었을 1학기가 지난 주에야 겨우 끝났다. 보통 때보다 2주 늦춰진 일정이다. 작금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일상의 변화가 대학가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교육부와 대학의 비상대책위원회는 바이러스 감염 상황을 봐 가면서 온라인 강의를 등교 수업으로 전환하는 시기를 학기 내내 저울질 했지만, 끝내 학생들의 온전한 등교는 이루어지지 못 했다. 사상초유의 온라인 강의로 진행된 교과목을 감당해 내느라 학생들과 교수진 모두 힘들고 지리한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선생의 위치에서는 익숙치 않은 온라인 강의 시스템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학생들도 답답한 컴퓨터 화면을 통해서 보고 듣는 강의로는 불편한 점이 많았을 것이다. 모든 것이 나빴던 것만은 아니다. 불편한 코로나 사태 속..

나의 이야기 2020.07.05

원주 간현암장 (2020년 7월 4일)

몸과 마음이 모두 무거운 하루였다. 새벽길을 달려 가서 3년만에 다시 찾은 간현암의 모습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간현유원지 개발에 혈안이 되어 있는 지자체는 관광용 구름다리로는 성이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간현암장으로 들어가는 나무다리를 건너기 전에 암벽스크린 설치를 위해 벌목한 상처들이 맨 먼저 눈에 들어왔다. 민둥산처럼 벌거벗은 모습의 간현암은 처음 왔을 때의 아늑하고 포근했던 인상을 나의 뇌리에서 지워버렸다. 마음이 무겁고 아팠다. 가라앉은 기분 탓인지 몸까지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자연파괴의 현장에서 아무 생각 없이 오로지 클라이밍에 집중할 수만은 없었다. 그저 걸어진 로프에 의지해서 새로운 루트의 맛이나 본다는 심정으로 의무방어전 하듯 등반했다. 어차피 공공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진행될 개발사업..

암빙벽등반 2020.07.05

인수봉 '인수B-아미동-여정-정상' (2020년 7월 2일)

올해들어 처음으로 대섭이와 함께 줄을 묶었다. 기범씨와 내가 이어오던 인수봉 평일 등반에 대섭이가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인수B'길 출발점에서 50미터 직상 크랙을 올라서서 '아미동'길 세 피치를 완료한 후, '여정'길의 마지막 피치를 거쳐서 정상에 도착했다. 우리 셋 외에는 아무도 없는 인수봉 정상에서 기범씨표 에스프레소 커피를 곁들인 점심을 먹고 잠시 동안의 망중한을 즐겼다. 서면 하강포인트에서 60 미터를 하강한 후에는 남면의 '여정'길 첫 피치에서 크랙등반 연습을 하는 것으로 오늘 등반을 마무리 지었다. 하루종일 구름 낀 하늘 아래 연무 가득한 대기가 확 트인 조망을 방해했지만 인수봉엔 서늘한 바람이 불어주었다. 습도가 높아서 간혹 미끌리는 구간이 있었지만 등반 하기엔 나무랄 데 없는 환경이었다..

암빙벽등반 2020.07.02

당고개 인공암벽 (2020년 6월 21일)

나무그늘에 돗자리 깔아놓고 누워서 낮잠 자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일요일 오후 시간에 당고개 인공암벽을 찾았다. 더운 날씨 탓인지 여느 때보다 많은 클라이머들로 붐볐다. 등반 의욕은 생기지 않았으나 직벽에서 몸만 푸는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작년까지 다니던 실내암장에서 눈인사 하며 지내던 젊은 친구들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서 반가웠다. 자연암벽에서 '티씨프로'와 같이 사용할 생각으로 구입한 '테스타로사' 암벽화를 길들이기 위해서 처음으로 신어보았다. 아직은 발가락이 상당히 아팠으나 예상보다는 견딜만 했다.

암빙벽등반 2020.06.23

인수봉 '벗'길 잘 했다 (2020년 6월 20일)

오늘도 인수봉이다. 날마다 등반한다고 해도 질리지 않는 곳이다. 수많은 바윗길들이 저마다의 매력으로 클라이머들을 유혹하기 때문이다. 기범씨 같은 전문 클라이머들 중에는 인수봉 아래에 움막이라도 짓고 살면서 매일 등반에만 몰두할 수 있는 더트백(dirtbag)의 삶을 꿈꾸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엄연한 직장과 가정이 있는 평범한 아마추어 클라이머들도 마음 한구석엔 모든 사회적 굴레를 벗어던지고 등반에만 전념하면서 살고 싶은 욕구를 숨기고 있을 것이다.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임을 부인할 수 없다. 매년 인수봉의 모든 루트를 완등한다는 기범씨로부터 그 프로젝트의 적절한 명칭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인수봉 오딧세이'였다. 긴 세월 동안 인수봉 바윗길의 "찐"으로 살아온 기범씨..

암빙벽등반 2020.06.21

인수봉 '패시-산천지' (2020년 6월 18일)

인수봉 주변은 하루종일 가을날처럼 선선한 바람이 불어주었다. 지난 주의 땡볕 더위에 대한 보상이라도 해주는 듯했다. 시원한 날씨 속에서 악우와 함께 줄을 묶는 등반이 즐겁지 않을 수 없었다. '취나드B'길 첫 피치를 지나서 오아시스에 도착하여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적당히 구름낀 하늘 아래 저멀리 천마지맥 위로 펼쳐지는 운해가 아스라히 보였다. 그다지 높지 않은 산에서 운해를 본다는 건 고기압의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바위 표면의 상태도 양호해서 더울 때보다는 한결 밀리지 않았다. 평일에만 특별히 누릴 수 있는 인수봉 바윗길의 한적함과 조용함을 오롯히 만끽하면서 '패시'길 6피치 전체 루트를 기범씨와 둘이서 네 마디로 나누어 올랐다. '패시'길의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는 3피치의 ..

암빙벽등반 2020.06.18

인수봉 '취나드A-벗-심우' (2020년 6월 13일)

인수봉의 낙석 방지 작업이 완료되어 동면의 '의대'길 우측에 있는 바윗길들의 등반이 가능해졌다. 기범씨가 진즉에 실전암벽반 멤버들과 함께 등반하고 싶어했던 '취나드A' 코스를 오늘에야 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정길씨, 동혁씨, 기범씨, 은경, 나, 이렇게 5명이 '취나드A'길 1피치를 올라서서 2피치 출발점 앞의 전망 좋은 테라스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하루종일 흐리고 오후 늦게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무색할만큼 하늘은 청명했다. '벗길' 1피치에서 몸풀이 등반을 해보는데 작열하는 태양빛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뜨겁다. '취나드A'길 2~3피치는 직상으로 곧게 뻗어 올라서 압도적인 크기로 보는 이에게 위압감을 주는 60여 미터 길이의 좌향 크랙이다. 이 곳을 단 번에 사뿐사뿐 올라가는 기범씨의 모습이 경쾌..

암빙벽등반 2020.06.14

인수봉 '인수B-아미동' (2020년 6월 10일)

서로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업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기범씨와 내가 주중인 수요일에 만나서 함께 줄을 묶고 인수봉 등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은 여간 즐겁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도선사 주차장에서 하루재를 넘어 인수봉에 이르는 주 등산로도 평일이라서 한가하다. 호젓한 산길을 걸으며 둘이서 속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점 또한 평일 등반의 장점이다. 제주도는 어느새 장마철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후텁지근한 어프로치 길이었으나 인수B길 아래에 도착하니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준다. 항상 느끼는 바지만 산 아랫동네와 인수봉 주변의 기후는 다른 듯하다. 제법 길어 보이는 '인수B'길 첫 피치 크랙을 단 번에 올라서서 예전에 있던 소나무의 그루터기만 남아 있는 작은 오아시스에서 '아미동'길로 진입하여 세 피..

암빙벽등반 2020.06.10

인수봉 남면 (2020년 6월 6일)

인수봉 남면의 '써미트 슬랩', '영희야 놀자', '철수야 놀자' 루트에서 슬랩 등반을 연습하고, '써미트 크랙'에서 크랙 등반 동작을 익힌 후 점심을 먹었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바위에 붙어 있을 때는 더웠으나, 나무 그늘 아래로 내려와서 확보를 볼 때는 더없이 상쾌하고 시원했다. 주변에 피어 있는 라일락꽃의 향기가 그윽했고, 만개한 함박꽃의 단아한 자태가 아름다웠다. 오후엔 '꾸러기들의 합창', '학교B', '하늘' 루트에 매달렸다. 은경, 기범씨, 동혁씨, 정길씨가 함께 등반했다. 내몸은 출장이 낀 바쁜 일정을 보냈던 것과 실내암장에서 운동하지 못했던 티를 여실히 드러냈다. 무거운 몸과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듯한 등반실력에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에도 꾸준히 노력..

암빙벽등반 2020.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