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까지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탓에 평소의 토요일보다 한 시간 늦은 오전 9시에 우이동을 출발했다. 다행히 아침에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적중률이 별로 높지 않은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믿고 등반계획을 짤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긴 하지만 이럴 땐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반대로 일기예보가 우연히 맞아떨어져서 비가 내렸다면 오늘 등반은 접어야 했을테니 말이다. 기범씨를 필두로 대섭, 은경, 나, 이렇게 4명이 먼저 출발하고, 동혁씨는 우리 4명이 '은정'길 첫 피치를 완료했을 때 합류하여 오늘의 캐리(CARI, Climbing of All Routes in Insu-peak)인 '은정'과 '모설' 세 피치를 5명 모두가 끝낼 수 있었다. '비원'길은 2피치의 오버행 턱을 넘어서는 것까지 기범씨, 동혁씨, 대섭이 순으로 등반했고, 은경이와 나는 때마침 살짝 흩날리기 시작한 비와 불어대는 서늘한 바람에 한기를 느끼고 1피치 확보점에서 하강했다. 하루종일 흐린 날씨였지만 등반 중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고, 그야말로 바람 불어 좋은 날이었다. 기범씨가 새로 개시한 80미터 골든드라이 로프로 '은정'과 '모설'길의 종착점에서 단번에 출발점까지 하강할 수 있어서 무척 편리했다. 그 어느 때보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던 알찬 등반이었다.
▲ 기범씨가 새로 장만한 80미터 골든드라이 로프 덕택에 '은정'과 '모설' 3피치 종착점에서 단번에 출발점으로의 하강이 가능했다.▲ 기범씨가 '은정'길 첫 피치를 오르고 있다.▲ 뒤 이어 은경이와 대섭이가 거의 동시에 오르고 있고, 나는 라스트로 대기하는 중에 사진 촬영 중이다.▲ '은정'길 첫 피치를 등반 중인 모습이다.▲ 비 개인 날씨에 시야가 무척 넓다. 팔당댐 아래의 한강 물줄기가 선명히 보인다.▲ '은정'길 2피치의 등반 모습이다. 아래에서 보는 것보다 어려운 구간이 많았다.▲ 은경이와 대섭이가 '은정'길 2피치를 등반 중이다. 그 아래로 1피치 확보점에 있는 내 모습과 아래 출발점에서 등반 준비 중인 동혁씨가 보인다.▲ 두 사람을 거의 동시에 확보를 볼 수 있으니 등반 속도가 빠르다.▲ 구름 사이로 가끔 드러나는 파란 하늘이 산뜻했다.▲ 하늘에서 동아줄을 내려주듯 동혁씨에게 확보용 로프를 내려주었다. ▲ '은정'길 3피치에는 초반 페이스에서의 볼트따기와 오버행을 넘어서는 인공등반 구간이 있다. ▲ '은정'길 등반을 모두 마치고 기범씨를 제외한 4명은 80미터 자일로 단번에 하강을 마칠 수 있었다.▲ '은정'길 등반 후에 점심을 먹고 곧바로 '모설'길 등반에 나섰다. ▲ '모설'길은 '은정'길과 여러 면에서 닮은꼴이지만, 상대적으로 조금 더 쉽게 느껴졌다. ▲ 오후 시간에도 시야는 점점 좋아졌다. 도봉산이 손에 잡힐듯 가깝게 보인다.▲ '모설'길 3피치도 '은정'길과 비슷하게 인공등반 구간이 들어있다.▲ '모설'길 좌측으로 보이는 '비원'길 2피치의 오버행 아래의 모습이다.▲ '모설'길 3피치의 볼트따기 구간을 등반 중인 은경이의 모습이다. 볼트 간격이 살짝 멀어서 애를 먹었다고 한다.▲ '모설'길 3피치 후반부를 등반 중이다.▲ '모설'길 3피치 종료점에서 기범씨가 후등자들을 찍은 컷이다. 동혁, 대섭, 은경, 나 순서로 올랐다.▲ '모설'길 종착점에 도착 중인 은경이가 대섭이에게 큰절을 올리고 있다.ㅎㅎ▲ 라스트로 오르고 있는 내가 사진 찍을 때만큼은 힘든 내색 없이 가식적인 웃음을 보이고 있다.ㅎㅎ▲ 등반에 집중할 때는 내가 모르는 표정이 나오는 듯...ㅎㅎ▲ 청명한 배경을 바탕으로 대섭이와 함께 인증사진을 남겨본다.▲ 기범씨와 함께 오늘의 캐리인 '은정'과 '모설'을 완료한 기념으로 한 방 남긴다.▲ '은정'과 '모설'을 보내고, '비원'길에 곧바로 매달린다.▲ '비원'길은 2피치의 오버행 턱을 넘어서는 구간이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다.▲ 오버행 턱을 자유등반으로 넘고 있는데 비가 살짝 내리고 크랙에 이끼가 좀 있어서 애를 먹었다는 기범씨의 전언이다.▲ 동혁씨와 대섭이까지만 '비원'길 2피치를 등반하고, 나와 은경이는 1피치 확보점에서 하강했다.▲ 모든 등반을 마치고 기범씨가 하강할 때엔 우리팀 외에는 인수봉 동벽에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