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인수봉 '양지-산천지' (2020년 7월 16일)

빌레이 2020. 7. 16. 19:50

시간은 참 빠르게 흐른다. 어제는 1년 전에 소천하신 장모님의 기일이었다. 장모님을 하늘나라로 보내드린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장인어른을 비롯한 처가식구들이 우리집에 모여서 추도예배를 보고 고인을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생전의 마지막 투병생활을 우리집에서 보냈기 때문인지 장모님에 대한 애틋함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 가득한 천사 같은 분으로 각인되어 있는 장모님을 회상하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장모님의 부재가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며 오열하시는 장인어른의 외롭고 힘겨웠을 지난 1년 간의 삶을 반추하면서 이별의 아픔을 가슴저리도록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높은 봉우리가 있으면 깊은 골짜기가 있듯 우리네 삶 속에도 기쁨과 슬픔이 상존한다. 살다보면 좋은 때도 있고 나쁜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항상 사랑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톨스토이가 말했듯이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내 앞에 펼쳐진 일상이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닐지라도 사랑으로 감싸안으며 견뎌내야 하고, 내가 희망하는 일이 이루어졌을 때 또한 감사하면서 사랑의 마음으로 기뻐해야 한다. 기범씨와 둘이서 인수봉의 오아시스에 베이스캠프를 차려놓고 '양지'길과 '산천지'길을 등반하면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 무척이나 감사한 하루였다. 어쩌다 내 인생에 들어온 산과 등반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마음 때문이다.      

 

▲ '양지'길 2피치 확보점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다. 사진 우측의 오아시스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우리 아래로 '비원'길을 올라오는 팀이 보였다.
▲ 오아시스로 올라가는 기범씨의 모습이 보인다. 평소와 달리 '취나드B'길 우측으로 올랐다.
▲ '양지'길 2피치를 오르고 있다.
▲ '양지'길 2피치는 여기서부터가 크럭스인데, 페이스에서 미세한 홀드를 찾는 게 정말 어려웠다.
▲ 사진에 보이는 두 개의 볼트 중 우측의 것은 보존을 위해 남겨 놓은 것이라고 한다.
▲ '양지'길 2피치는 크랙을 잡기 직전의 페이스 구간이 가장 까다로웠다.
▲ '양지'길 2피치 확보점 직전에서는 밸런스에 신경쓰면서 밴드를 타고 트레버스 해야한다.
▲ '양지'길 2피치 확보점에서 좌측으로 바라본 풍경이다.
▲ '양지'길에서 하강하여 점심을 먹었다. '궁형'길을 등반하는 팀의 모습이 보인다.
▲ 점심 후에는 '산천지'길을 등반했다. 우리가 출발할 때 '패시'길을 오르는 팀이 있었다.
▲ 두 번째 등반이지만 '산천지'길 2피치(5.10d)의 크럭스는 여전히 난공불락이었다.
▲ '산천지'길 전체 피치 중에서 가장 어렵다는 4피치(5.11a)의 크럭스 구간 직전을 오르는 중이다.
▲ '산천지'길에서 하강하는 도중에 확보점에 박혀있던 낡은 카라비너를 기범씨가 회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