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수술을 받고 퇴원한 후 일주일 동안은 시력을 이용한 활동을 거의 할 수 없었다. 거의 하루종일 침대에 엎드려서 스마트폰을 통해 라디오 방송이나 음악을 듣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중단편 소설을 낭독해 주는 오디오북을 통해 간접적인 독서 경험을 하기도 했다. 눈에 가스를 주입한 망막박리 수술 후에는 안구가 내벽에 잘 붙게 하기 위해서는 가스가 모두 빠지고 생체액이 채워질 때까지 엎드리거나 고개를 숙여야 하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이 불편한 자세를 일주일 넘게 감수하고 나니 한쪽 눈만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회복 중의 눈을 위해서 깊은 사고를 요하는 독서보다는 가벼운 읽을거리를 찾았다. 때마침 딸의 책장에 꽂혀 있는 <불편한 편의점>이 눈에 들어왔다.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책 속에 빠져들었다. 워낙 잘 읽혀서 왼쪽 눈만으로 고개를 숙인 불편한 자세로 읽었음에도 하루에 한 권씩, 두 권을 이틀만에 완독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최신 한국소설 중에도 이렇듯 흥미롭고 사실적이면서 감동적이기까지 한 작품이 있다는 게 무척이나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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