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바위를 제대로 만져본 기억이 아득하기만 하다. 6월 초에 다녀온 포항 내연산 이후로 이렇다 할 암벽등반을 하지 못하고 올 여름 시즌은 훅 지나가 버렸다. 클라이밍 관점에서 보자면 올해 농사는 이미 망친 격이다. 망막 수술의 여파로 봄 시즌을 날려 버리고, 7월엔 크로아티아 출장, 8월엔 스위스 알프스 트레킹을 다녀오느라 클라이밍은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지난 6월 하순에 불의의 갈비뼈 골절상을 당한 기범씨는 두 차례나 큰 수술을 감당하느라 그동안 클라이밍은 고사하고 일상생활도 힘들었을 것이다. 오늘 함께 등반한 은경이와 은숙씨도 복잡다단한 집안 사정 탓에 녹록치 않은 나날들을 견뎌 오느라 일상에서 등반은 한켠으로 제쳐둔 모양새였다. 네 사람 모두가 자신의 등반 능력을 반신반의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