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청와대-백악마루-부암동-백사실계곡-세검정] - 2023년 3월 18일(토)

빌레이 2023. 3. 19. 18:54

현 정부의 출범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했다. 그 전까지 대통령궁 역할을 담당했던 청와대 경내와 담장 뒷길로 북악산 정상에 오르는 등산로가 작년 5월부터 국민들에게 완전히 개방되었다. 54년만에 개방된 것이라고 한다. 사전 예약한 관광객들로 붐비는 청와대 경내는 아직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다만 청와대 뒤로 이어진 새롭게 개방된 북악산의 남쪽 등산로가 궁금할 뿐이었다. 묵혀 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간단히 꾸려서 집을 나선다. 정릉에서 1020번 버스를 타고 창의문 다음 정류장인 청운중학교에서 하차한다. 길 건너에 청와대전망대로 오르는 등산로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바로 보인다. 횡단보도를 건너 금단의 구역이었던 길로 들어서는 발걸음이 살짝 설레인다.

 

청와대 서쪽 담장 밖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는 백악정에서 동쪽 담장을 따라 올라온 길과 만난다. 삼청동에서 출발하여 동쪽 담장을 따르는 길도 기회가 닿으면 올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따스한 봄햇살이 머물고 있는 백악정 주변에선 만개한 진달래가 반겨 준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마주한 진달래꽃이 무척이나 반갑다. 백악정부터는 데크길로 잘 조성된 등산로가 이어진다. 청와대를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를 한 바퀴 돌아 나온 후에 만세동방 옹달샘을 지나 북악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성곽길과 만난다. 몇 차례 걸었던 성곽길에선 주말 산객들로 인한 정체 현상을 겪기도 하면서 정상인 백악마루를 찍고 창의문으로 하산하여 조용한 부암동 마을길을 따라 백사실계곡으로 들어선다. 몇 해 전 <고향의 봄> 노래에 담긴 정서를 두 눈으로 체험할 수 있었던 계곡 상류의 능금마을엔 기대와 달리 아직은 봄꽃들이 개화하지 않았다. 다음을 기약하면서 현통사를 거쳐 세검정으로 하산한다. 세검정터 주변에선 개나리꽃을 볼 수 있었다. 봄마중 나가고 싶은 마음의 흐름을 따라서 나그네처럼 발길 닿는 대로 자유롭게 걸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