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서재의 책상 위에는 항상 읽고 싶은 책들 서너 권이 굴러 다닌다. 언젠가부터 짬이 날 때마다 기분 내키는 대로 눈에 들어오는 책을 집어들고 조금씩 읽어 나가는 버릇이 생겼다. 독서에 대한 지구력이 많이 떨어진 탓도 있고, 시력이 안 좋아진 까닭도 한 몫 했다. 요즘엔 선뜻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완독하지 못한 책들이 장기간 동안 책상 위에 방치되고 있는 중인데, 그 중 하나가 이다. 소설가 김영하 씨가 쓴 산문집이다. 밤 비행기에 올라 스위스로 출국하는 오늘 아침에 온라인 체크인을 하고 보니 이 책이 눈에 들어온다. 한참 전에 표시해 두었을 책갈피는 란 꼭지의 글을 가리키고 있다. 다음 구절이 마음에 와 닿는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여행하는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