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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스위스 알프스 - 프롤로그] 호모 비아토르 - 2023년 8월 5일(토)

내 서재의 책상 위에는 항상 읽고 싶은 책들 서너 권이 굴러 다닌다. 언젠가부터 짬이 날 때마다 기분 내키는 대로 눈에 들어오는 책을 집어들고 조금씩 읽어 나가는 버릇이 생겼다. 독서에 대한 지구력이 많이 떨어진 탓도 있고, 시력이 안 좋아진 까닭도 한 몫 했다. 요즘엔 선뜻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완독하지 못한 책들이 장기간 동안 책상 위에 방치되고 있는 중인데, 그 중 하나가 이다. 소설가 김영하 씨가 쓴 산문집이다. 밤 비행기에 올라 스위스로 출국하는 오늘 아침에 온라인 체크인을 하고 보니 이 책이 눈에 들어온다. 한참 전에 표시해 두었을 책갈피는 란 꼭지의 글을 가리키고 있다. 다음 구절이 마음에 와 닿는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여행하는 인간..

해외트레킹 2023.08.05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당일 여행 - 2023년 7월 11일(화)

소련이 해체되기 전 동유럽은 거의 사회주의 국가였다. 어릴 때 사회 교과서에서 유고슬라비아(Jugoslavija)란 국가로 배웠던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도 그 중 하나였다. 1990년대 초반 소련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15개 국가로 붕괴 되고, 유고연방도 비슷한 시기에 민족 간 대립으로 인해 혹독한 내전을 치르게 된다. 그 결과 1992년에 해체된 '유고연방'은 이제 세계지도 상에서 사라지고 없다. 현재는 세르비아(Serbia), 크로아티아(Croatia), 슬로베니아(Slovenia), 마케도니아(Macedonia), 몬테네그로(Montenegro),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Bosnia-Herzegovina) 등 6개의 공화국으로 분리되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적군과 아군이 ..

해외여행기 2023.07.23

두브로브니크 로크룸(Lokrum) 섬 - 2023년 7월 9일(일)

두브로브니크 성벽 투어를 하다 보면 바다 건너편에 자리한 로크룸 섬이 보이는 각도에 따라 여러 가지 모양으로 관광객들의 눈에 들어온다. 성벽 투어를 마치고 자연스레 항구로 이어지는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로크룸 섬을 왕복하는 배에 오를 수 밖에 없다. 항구에서 10여 분 정도 배를 타면 섬에 닿을 수 있다. 같은 배에 탄 여행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우리는 섬 둘레길을 반시계 방향으로 한바퀴 도는 하이킹을 먼저 하기로 했다. 배를 타기 직전에 구경했던 두브로브니크 성벽의 전경을 바다 건너에서 바라보는 눈맛이 그럴 듯했다. 안내판에 표시된 섬 안의 주요 명소들을 찾아서 둘러보는 재미를 만끽하면서 광제와 함께 로크룸 섬 구석 구석을 구경했던 시간이 즐거웠다.

해외여행기 2023.07.23

두브로브니크 성벽 투어 - 2023년 7월 9일(일)

두브로브니크 성벽(Dubrovnik City Walls)은 9세기부터 건설되기 시작하여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된 시기는 15세기 중반이라고 한다. 그 이후로도 오랜 세월 동안 증축과 개축을 거듭한 이 아름답고 견고한 성벽과 그 안의 올드타운(old town)은 두브로브니크 뿐만 아니라 크로아티아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총 2 킬로미터에 이르는 성벽 위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게되는 투어는 한시도 눈을 팔 수 없게 만드는 놀라운 풍광들의 연속이었다.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한 다음 날인 일요일 아침 일찍, 햇살이 따가워지기 전에 성벽 투어에 나섰다. 지금 있는 모습에서 무엇 하나를 더하거나 빼고 싶은 것이 전혀 없을 정도로 아쉬움 일도 없이 완벽에 가까운 그림 같은 풍경 속에 내가 들어와 있는 듯..

해외여행기 2023.07.23

두브로브니크 스르지산(Mount Srđ, 412m) - 2023년 7월 12일(수)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대학에서 5일 동안 열린 학회 일정 중에서 수요일 오후는 세션이 하나 뿐이었다. 다른 날보다 일찍 퇴근할 수 있으니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한 첫 날부터 눈여겨 봐 두었던 스르지(Srđ)산에 올라보기로 했다. 썸머타임 기간이라 밤 9시 무렵까지는 거리를 돌아다니는 데 지장이 없으니 일몰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오후 4시 무렵에 올드타운 인근의 학회장 문턱을 나섰다. 해외에서 산행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광제도 함께 따라 나섰다. 멀리서 산 정상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를 올려다 보면서 등산로를 대충 가늠해 보았다. 사전에 구글 검색을 통해서 등산로 정보를 조사했더라면 조금은 편하게 산으로 향하는 길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처음으로 온 낯선 이국..

해외트레킹 2023.07.20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Dubrovnik) 출장 : 2023년 7월 7일(금) ~ 15일(토)

동유럽 국가 중에서 축구를 제일 잘 하는 나라로 나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크로아티아(Croatia)에 처음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크로아티아 축구 국가대표팀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4강 돌풍을 일으켰고, 최근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준우승,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했다. 현역 선수로는 2018년도에 월드컵 골든볼, 축구선수 최고의 영예인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상을 한꺼번에 거머쥔 루카 모드리치(Luka Modrić)가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1998년 월드컵 당시엔 득점왕을 차지했던 다보르 슈케르(Davor Šuker)가 슈퍼스타였었다. 내가 한창 축구를 좋아하던 그 시절에 왼발의 달인으로 불리며 정말 아름다운 축구를 구사했던 슈케르의 플레이 스타일을 ..

해외여행기 2023.07.17

숲 속의 점심 시간

아내와 함께 8월에 가기로 한 스위스 알프스 트레킹을 염두에 두고 서서히 준비하고 있는 요즘이다. 알프스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산행 능력일 터이다. 이에 대한 훈련을 핑계삼아 아내와 함께 일주일에 한두 차례 이상은 짬을 내어 북한산에 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북한산 칼바위 능선 끝자락에 자리한 우리 아파트에서는 등산로에 곧바로 진입할 수 있으니 훈련 장소로는 더없이 좋은 환경인 셈이다. 요즘처럼 무더운 한여름날엔 작은 배낭에 간단히 도시락을 챙겨 자락길 주변 잣나무 숲 속의 야외식탁에서 점심을 먹는 게 우리 부부의 소확행이 되었다. 정겨운 산새소리 들려오는 숲 속에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솔바람 맞으며 한가로운 점심 시간을 보내고, 무장애 데크길로 조성되어 있는 자락길을 천천히 ..

나의 이야기 2023.07.07

가평 조무락골과 석룡산 - 2023년 7월 1일(토)

장마철답게 많은 비가 내린 한주간이었다. 금요일 오후부터는 계속되던 비가 멈추고 폭염주의보가 발령될 정도의 찜통 더위가 시작되었다. 다행히도 이번 주말엔 비 예보가 없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걱정될 뿐이다. 회전근개 힘줄 손상으로 오른쪽 어깨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암벽등반은 언감생심이다. 몸이 아프면 일상의 좋은 습관이 흐트러져 마음까지 나태해지게 마련이다. 운동량은 줄어들고 평소엔 눈길도 주지 않던 간식까지 섭취하니 체중이 늘어 모든 일에 게을러지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불현듯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자기반성이 몰려든다. 이제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멘탈을 단단히 챙겨야 할 때이다. 마음을 다잡아 다시금 선순환의 고리를 되찾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져본다. 7월의 첫날 여름산행지로..

국내트레킹 2023.07.02

불암산-수락산 여름산행 - 2023년 6월 24일(토)

세상 사는 일이 참 쉽지 않다. 내 계획대로 내 입맛에 맞게 일이 술술 잘 풀리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세상이 돌아간다면 그것 또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세상은 결코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유유히 흘러갈 뿐이라는 진리를 항상 마음에 새기면서 일상을 헤쳐 나아가야 한다. 머리 속으로는 이러한 삶의 태도를 잘 알고 있지만, 막상 내게 닥친 현실을 지혜롭게 극복해내는 것은 그리 녹록치 않은 일이다. 지난 월요일까지 성적처리를 마치고 모처럼 학기말의 홀가분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하지만 개운해진 마음도 잠시 실내암장에서 운동을 시작한 저녁 무렵부터 오른쪽 어깨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간 온몸에 누적된 피로가 어깨 통증이라는 증상으로 나타난 것일 게다. 이제 기다리던..

국내트레킹 2023.06.25

가평 연인산 용추구곡 - 2023년 6월 17일(토)

한낮의 기온이 섭씨 32도에 이르는 때이른 불볕 더위가 찾아왔다. 강촌의 유선대 암장에서 열심히 등반하겠다는 의지는 더위 탓인지 한나절도 못 가서 꺽이고 말았다. 점심을 먹고 하산하여 오후엔 강촌에서 가까운 가평의 연인산 계곡을 찾았다. 내 블로그를 검색해 보니 2012년 6월에 용추계곡을 들머리로 하여 연인산 정상에 다녀온 기록이 있었다. 용추계곡이 예전보다 산뜻하게 단장되었다는 소식을 최근에 유튜브를 통해 우연히 접한 후 한번쯤 다녀오고 싶었는데 때마침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용추구곡 중 제 2곡인 무송암 근처의 길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내곡분교까지 왕복 10킬로미터 남짓을 걸었다. 차례로 이어지는 용추구곡의 안내판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다. 발바닥이 뜨거워지고 피로가 몰려오는 듯하면 계곡에 발..

국내트레킹 2023.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