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Dubrovnik) 출장 : 2023년 7월 7일(금) ~ 15일(토)

빌레이 2023. 7. 17. 13:49

동유럽 국가 중에서 축구를 제일 잘 하는 나라로 나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크로아티아(Croatia)에 처음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크로아티아 축구 국가대표팀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4강 돌풍을 일으켰고, 최근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준우승,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했다. 현역 선수로는 2018년도에 월드컵 골든볼, 축구선수 최고의 영예인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상을 한꺼번에 거머쥔 루카 모드리치(Luka Modrić)가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1998년 월드컵 당시엔 득점왕을 차지했던 다보르 슈케르(Davor Šuker)가 슈퍼스타였었다. 내가 한창 축구를 좋아하던 그 시절에 왼발의 달인으로 불리며 정말 아름다운 축구를 구사했던 슈케르의 플레이 스타일을 너무나 흠모했었기에 그의 나라인 크로아티아도 언젠가 한 번은 가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었다. 

 

현재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고 유로화가 통용되는 크로아티아는 우리나라 국민 입장에서는 서유럽 국가를 여행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크로아티아 수도인 자그레브(Zagreb)에서 남서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아드리아해 연안의 휴양도시인 두브로브니크에서 열린 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출장길이었다. 대학원 석사과정 학생인 광제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적적하지 않고 즐겁게 다녀올 수 있었다. 이번 나들이는 개인적으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포함한 4년 동안의 긴 터널을 빠져나온 후의 첫 해외출장이기도 하다. 핀란드 항공사인 핀에어(Finnair)를 타고 헬싱키를 경유하여 두브로브니크에 이르는 항로부터가 조금은 낯설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쟁의 여파로 러시아 영공이 막힌 탓에 헬싱키 공항으로 갈 때와 인천공항으로 귀국할 때 모두 동쪽으로 이동하여 결과적으로  북극점이 포함된 타원형 경로를 따르게 되었다.

 

두브로브니크에서 보낸 일주일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나날이었다. 유럽 현지인들의 여름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는 두브로브니크는 아드리아해의 진주로 불릴 자격이 충분하고도 남을만큼 매력적인 곳이었다. 한낮의 땡볕은 따갑기 그지 없었으나 부드러운 해풍과 함께 그늘에만 들어서면 초가을날의 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지중해성 기후가 무엇보다 마음에 쏙 들었다. 여기에 중세시대의 고풍스런 문화유산과 다양한 먹거리가 풍부하고, 아드리아해 연안의 해변과 섬에서 즐기는 해양 레포츠의 천국이 따로 없었다. 두브로브니크에 머무는 동안 낮시간이 길어서 학회 일정을 소화하고도 충분히 즐길만한 여유시간이 많았다. 새벽부터 밤까지 지루할 틈이 전혀 없는 알찬 시간을 보냈지만 별로 피곤하지 않았다. 정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던 일주일이 순삭으로 지나갔다. 달콤한 꿈나라를 다녀온 듯 즐거웠던 그 시간들이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처럼 감사했다. 

              

▲ 4년만의 해외출장인지라 공항버스 대합실부터가 조금은 낯설었다.
▲ 두브로브니크와 인천공항을 오가는 나의 출장 일정과 가장 잘 맞았던 핀에어를 이용했다.
▲ 유럽으로 가야 하는데 비행기가 서쪽이 아닌 동쪽으로 가서 처음엔 비행기를 잘못 탄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 베링해협을 통과하는 동안 중국항로가 열리기 전인 구 냉전시대의 북극항로로 유럽에 갔었다는 선배들의 경험담이 떠올랐다.
▲ 비행기가 북극점 근처를 날고 있는 순간 잠이 깨어 이 그림을 담을 수 있었다.
▲ 처음 밟아본 핀란드 헬싱키 공항. 북극항로를 따른 탓에 인천공항에서 여기까지 1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헬싱키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는 3시간 거리이다.
▲ 핀란드는 북구의 나라답게 이른 새벽인데도 주변이 환한 백야 현상을 어렴풋이 체감할 수 있었다.
▲ 토요일 오전 시간에 도착한 두브로브니크는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고 있었다. 시차적응과 두브로브니크 지리를 익히기 위해 낮시간 동안엔 부지런히 시내를 활보하고 다녔다.
▲ 첫날 저녁식사 후에는 호텔 뒷산을 산책했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일몰을 감상할 수 있었다.
▲ 아침마다 눈을 뜨면 호텔방 창문 밖으로 아드리아해의 시원한 풍광이 펼쳐졌다.
▲ 호텔이 서향이어서 해를 등진 아침 시간엔 눈앞으로 펼쳐지는 풍광이 더욱 선명했다.
▲ 호텔 수영장에 잠시 몸을 담그고 나와서 썬베드에 몸을 말리는 순간이 여유로웠다.
▲ 거의 매일 아침 저녁으로 두 차례씩 걸었던 호텔 근처의 해변 산책로가 정말로 내 마음에 쏙 들었다.
▲ 해변 산책로를 걷다가 바닥이 훤히 보이는 아드리아해의 맑은 물에 발을 담그는 순간이 상쾌했다.
▲ 한 시간 정도 걸을 수 있는 해변 산책로는 아침과 저녁 식후에 반드시 산책하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 학회장은 유서 깊은 두브로브니크 대학의 고풍스러운 캠퍼스에서 열렸다.
▲ 다양한 국가에서 참석한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아카데믹한 분위기의 학회가 마음에 들었다.
▲ 학회에서 제공한 점심식사 중에서 생선요리와 사과파이가 특별히 맛깔스러웠다,
▲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한 다음날인 일요일엔 성벽길 투어에 나섰다.
▲ 성벽 밖으로 아드리아해가 펼쳐지는 두브로브니크 성벽을 반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동안 시종일관 눈이 즐거웠다.
▲ 현재에도 주민들이 일상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는 올드타운(old town)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것도 성벽 투어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 성벽 투어 후에는 건너편의 로크룸(Lokrum)섬 둘레를 한바퀴 도는 하이킹을 즐겼다.
▲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촬영지로 유명한 로크룸섬에도 문화유산 등 볼거리가 많았다.
▲ 로크룸섬을 오가는 배 위에서 바라보는 두브로브니크의 해안절벽 또한 절경이었다.
▲ 배 위에서 바라 본 두브로브니크 성벽 앞의 등대 풍경이 낭만적이었다.
▲ 일정에 여유가 생긴 하루는 현지의 버스투어를 이용해 이웃 나라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Bosnia and Herzegovina)에 다녀올 수 있었다.
▲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모스타르(Mostar)는 네레트바 강의 청아한 물빛과 오스만 시대의 아치형 다리인 스타리모스트(Stari Most)가 특별히 인상적이었다.
▲ 중세시대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스타르의 올드타운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힌다는 지금의 스타리모스트는 보스니아 내전 때 파괴된 것을 재건한 것이라고 한다. 다리 중간에서 다이빙을 할 수 있는데, 관광객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 크로아티아로 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크라비체 폭포(Kravica Waterfall)는 예상보다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 학회 일정이 일찍 마무리 된 수요일 늦은 오후 시간에 두브로브니크 성벽 뒤로 우뚝 솟아 있는 스르지산 등산에 나섰다.
▲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케이블카로 전망대에 오르는 스르지산 정상을 미지를 탐험하는 재미를 맛보며 두발로 올라선 기분이 남달랐다.
▲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에서 5분 이내에 케이블카로 오를 수 있는 스르지산 정상을 우리는 등산로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면서 2시간 가까이 돌고돌아 두발로 걸어서 올라왔다. 당연히 만족감은 케이블카로 오른 것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 스르지산 정상 너머의 장쾌한 산줄기들을 바라보는 눈맛이 시원했다.
▲ 하산하면서 내려다 본 두브로브니크 시내가 이제는 익숙했다. 저 멀리 보이는 오똑한 산봉오리는 호텔 뒷산으로 첫날 올랐었다.
▲ 섬 전체를 한바퀴 걸어서 돌았던 로크룸섬의 트레일까지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다.
▲ 산에서 내려와 두브로브니크 항구를 통해 올드타운으로 들어오는 기분이 뿌듯했다.
▲ 스르지산 등산 후에 올드타운에서 먹은 만찬이 출장 일정 중 최고의 식사였다.
▲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은 해가 떨어진 후의 저녁시간대에 가장 붐볐다.
▲ 헬싱키에서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여정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영공을 통과하게 되어 살짝 긴장했다.
▲ 우크라이나 영공을 지나 흑해 상공을 날고 있는 동안 전쟁 지역을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