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국가 중에서 축구를 제일 잘 하는 나라로 나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크로아티아(Croatia)에 처음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크로아티아 축구 국가대표팀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4강 돌풍을 일으켰고, 최근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준우승,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했다. 현역 선수로는 2018년도에 월드컵 골든볼, 축구선수 최고의 영예인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상을 한꺼번에 거머쥔 루카 모드리치(Luka Modrić)가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1998년 월드컵 당시엔 득점왕을 차지했던 다보르 슈케르(Davor Šuker)가 슈퍼스타였었다. 내가 한창 축구를 좋아하던 그 시절에 왼발의 달인으로 불리며 정말 아름다운 축구를 구사했던 슈케르의 플레이 스타일을 너무나 흠모했었기에 그의 나라인 크로아티아도 언젠가 한 번은 가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었다.
현재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고 유로화가 통용되는 크로아티아는 우리나라 국민 입장에서는 서유럽 국가를 여행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크로아티아 수도인 자그레브(Zagreb)에서 남서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아드리아해 연안의 휴양도시인 두브로브니크에서 열린 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출장길이었다. 대학원 석사과정 학생인 광제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적적하지 않고 즐겁게 다녀올 수 있었다. 이번 나들이는 개인적으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포함한 4년 동안의 긴 터널을 빠져나온 후의 첫 해외출장이기도 하다. 핀란드 항공사인 핀에어(Finnair)를 타고 헬싱키를 경유하여 두브로브니크에 이르는 항로부터가 조금은 낯설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쟁의 여파로 러시아 영공이 막힌 탓에 헬싱키 공항으로 갈 때와 인천공항으로 귀국할 때 모두 동쪽으로 이동하여 결과적으로 북극점이 포함된 타원형 경로를 따르게 되었다.
두브로브니크에서 보낸 일주일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나날이었다. 유럽 현지인들의 여름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는 두브로브니크는 아드리아해의 진주로 불릴 자격이 충분하고도 남을만큼 매력적인 곳이었다. 한낮의 땡볕은 따갑기 그지 없었으나 부드러운 해풍과 함께 그늘에만 들어서면 초가을날의 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지중해성 기후가 무엇보다 마음에 쏙 들었다. 여기에 중세시대의 고풍스런 문화유산과 다양한 먹거리가 풍부하고, 아드리아해 연안의 해변과 섬에서 즐기는 해양 레포츠의 천국이 따로 없었다. 두브로브니크에 머무는 동안 낮시간이 길어서 학회 일정을 소화하고도 충분히 즐길만한 여유시간이 많았다. 새벽부터 밤까지 지루할 틈이 전혀 없는 알찬 시간을 보냈지만 별로 피곤하지 않았다. 정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던 일주일이 순삭으로 지나갔다. 달콤한 꿈나라를 다녀온 듯 즐거웠던 그 시간들이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처럼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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