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가평 조무락골과 석룡산 - 2023년 7월 1일(토)

빌레이 2023. 7. 2. 11:17

장마철답게 많은 비가 내린 한주간이었다. 금요일 오후부터는 계속되던 비가 멈추고 폭염주의보가 발령될 정도의 찜통 더위가 시작되었다. 다행히도 이번 주말엔 비 예보가 없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걱정될 뿐이다. 회전근개 힘줄 손상으로 오른쪽 어깨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암벽등반은 언감생심이다. 몸이 아프면 일상의 좋은 습관이 흐트러져 마음까지 나태해지게 마련이다. 운동량은 줄어들고 평소엔 눈길도 주지 않던 간식까지 섭취하니 체중이 늘어 모든 일에 게을러지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불현듯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자기반성이 몰려든다. 이제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멘탈을 단단히 챙겨야 할 때이다. 마음을 다잡아 다시금 선순환의 고리를 되찾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져본다.

 

7월의 첫날 여름산행지로 진즉부터 염두에 두고 있던 조무락(鳥舞樂)골과 석룡산에 다녀오는 것을 계기로 잃었던 생기를 되찾기로 마음 먹는다. 석룡산은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과 경기도 가평군 북면에 걸쳐 있는 산이다. 한북정맥에 속하는 도마봉에서 갈라져 화악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화악지맥은 강원도와 경기도를 가른다. 지맥 중간에 자리한 봉우리가 바로 석룡산 정상이다. 아침 6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구리포천고속도로와 47번국도를 달려 백운계곡에서 광덕고개를 넘어가는 산악도로에 접어든 후부터 전혀 새로운 자연 풍경이 펼쳐진다. 성하의 산림이 정글처럼 우거진 심산유곡을 통과하여 75번 국도를 타고 강원도와 경기도의 경계선인 도마치고개를 넘어 목적지인 가평군 북면 적목리의 삼팔교에 도착한 시각은 아침 8시 10분 전이다. 일찍 서두른 덕택에 서울에서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아직은 이른 시각이어서 삼팔교 입구의 석룡산 종합안내도 앞에 한 자리 남은 주차구역을 운 좋게 차지할 수 있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한 산행이므로 조무락골을 거슬러 올라가 석룡산 정상에 이르는 경로를 따르기로 한다. 안내도 상에는 3코스에 해당하는 경로이다. 어제까지 적잖은 양의 장맛비가 내린 덕택으로 수량이 한껏 풍부해진 계곡은 그야말로 장괸이었다. 삼팔교에서 복호동폭포를 거쳐 화악산과 석룡산 등로가 갈라지는 삼거리까지 4킬로미터 남짓 이어진 계곡을 따라 오르던 순간의 기분은 정말이지 환상적이었다. 오래 전에 다녀온 일본 북알프스 트레킹 당시 가미코지에서 묘진산장에 이르는 등로의 풍광이 많은 부분 오버랩 되면서 떠올랐다. 우렁찬 계곡물 소리, 심심찮게 만나는 폭포수와 울창한 숲속의 신선함 속에서 임도처럼 편하고 넓으면서도 완만하게 이어지는 등로가 더이상 좋을 수는 없었다. 마치 신선들이 노니는 아름다운 대자연의 속살을 들여다 보는 듯한 기쁨이 있었다. 

 

삼거리부터는 계곡에서 벗어난 가파른 오솔길이 눈앞에 나타난다. 능선까지 올라서는 구간이 힘겹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워낙 장쾌하고 시원한 계곡길을 통과하면서 청정한 숲으로부터 받은 에너지 덕택인지 충분히 견딜만한 오르막이었다. 방림고개부터 석룡산 정상까지는 완만한 능선길이어서 별로 힘들지 않았다. 처음으로 발을 디딘 석룡산 정상엔 드넓은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서 점심 장소로는 안성맞춤이었다. 하산길은 잣나무 숲길을 길게 통과한 2코스를 따랐다. 산행 종점인 삼팔교에 도착하여 잘 정돈된 조무락 계곡 초입에서 탁족하는 시간까지 모든 순간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던 피서산행이었다. 내게는 여러모로 조금 힘겨웠던 상반기를 잘 견뎌낸 것에 감사하면서, 새가 춤추며 즐긴다는 뜻의 '조무락(鳥舞樂)'골에서 얻은 활기찬 에너지를 자양분으로 하여 새롭게 출발하는 올해 하반기엔 좀 더 건강해져서 나도 새들처럼 춤추고 즐길 수 있는 좋은 일들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삼팔교에 있는 석룡산 안내도. 3코스로 올라서 2코스로 하산했다.
▲ 조무락골 초입의 데크길에 설치된 조형물.
▲ 삼팔교부터 시작하는 조무락골은 가족 피서지로 잘 정비되어 있다. 수량이 많아서 징검다리를 건널 수가 없었다.
▲ 계곡 옆으로 이어진 데크길을 따라서 오르다가 돌아본 모습이다.
▲ 조무락산장까지 차량이 다닐 수 있는 임도가 1킬로미터 남짓 이어진다. 아침안개 사이로 선명한 빛내림을 볼 수 있었다.
▲ 조무락산장 앞의 표지판에서 우측으로 진행했다.
▲ 조무락산장엔 하루 주차료가 5천원인 유료주차장이 있다.
▲ 어느 곳이 폭포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유량이 풍부했다.
▲ 유량이 넘쳐서 대부분의 징검다리는 등산화를 벗고 건너야 했다.
▲ 오프로드 차량이 다닐 수 있을 듯한 임도와 도보전용 산길이 같이 가는 경우도 있다.
▲ 걷다가 잠시 계곡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 적절한 곳에 벤치가 있어서 쉬었다 가기 좋았다. 이곳에서 따뜻한 모닝커피를 마셨다.
▲ 길가의 지류들도 수량이 풍부해서 눈이 즐거웠다.
▲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멋졌던 복호동폭포의 모습이다.
▲ 우렁찬 폭포수 소리에 이 벤치 뒤로 흐르는 계곡을 구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마지막으로 만난 징검다리에서는 적당한 우회로를 찾지 못하여 등산화를 벗지 않을 수 없었다.
▲ 징검다리를 우회하기 위해 좁은 계곡으로 올라가 봤으나 더욱 위험해 보였다.
▲ 조무락골을 따라가는 등산로는 이정표가 확실하다.
▲ 누적된 장맛비 탓에 물길로 변한 등산로도 있었다.
▲ 화악산 중봉과 석룡산 정상으로 가는 등로가 갈라지는 삼거리의 이정표이다.
▲ 예전에 설치된 이정표인 듯하다. 거리 표시가 새로운 이정표와 약간 다르다. 이곳까지의 등산로는 오래 전에 다녀온 일본 북알프스의 거점인 가미코지 인근의 산길을 떠올리게 했다.
▲ 삼거리부터는 계곡에서 서서히 멀어진다.
▲ 삼거리 직후부터 본격적인 된비알이 나타난다.
▲ 오르막길 중간에 잠시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 올려다 본 화악산 정상부.
▲ 오르막길에서는 긴바지가 다리에 감기는 듯하여 반바지로 갈아입기 직전이다.
▲ 컨버터블 바지가 오늘처럼 유용한 적이 드물지 싶다. 제거한 바지 아래 부분을 스패치처럼 사용했더니 신발에 모래가 들어오지 않아서 좋았다.
▲ 된비알이 숨찰 때 눈을 돌려 바라본 주변 숲이 시원스러웠다.
▲ 능선상에 올라서서 처음 만나는 이정표가 반가웠다. "등산로 없음" 방향은 화악산으로 가는 능선길이다. 군사시설 때문에 이렇게 안내한 듯하다.
▲ 능선길 초입에서 방림고개라는 종이로 된 안내판이 있었다.
▲ 된비알을 올라서서 맞이한 능선길 초입의 벤치는 정말 좋은 쉼터였다.
▲ 생명이 다한 나무가 새로운 생명에게 자양분을 공급하는 게 자연의 이치.
▲ 나무 사이로 불현듯 나타나는 석룡산 정상 데크.
▲ 처음 밟아본 석룡산 정상석 앞에서의 인증사진.
▲ 석룡산엔 두 개의 정상석이 있다. 예전 것인 듯한 작은 정상석은 부러진 흔적이 남아 있다.
▲ 하산할 때는 풀잎이 스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다시 긴바지로 변신했다.
▲ 석룡산 정상의 넓은 데크는 식사 장소로 안성맞춤이었다.
▲ 화악지맥의 능선길을 따라 하산길로 접어든다.
▲ 좌측 나뭇잎 너머로 석룡산 정상이 있고, 우측 너머로 화악산 정상부의 레이더기지가 보인다.
▲ 한북정맥의 도마봉으로 가는 화악지맥길과 삼팔교로의 하산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 깊은 산속의 정취를 느끼며 천천히 하산했다.
▲ 석룡산 정상은 조망이 시원치 않고, 이 곳 봉우리가 유일한 전망대라고 할 수 있다. 봉우리 좌측으로 화악산 정상부의 기지와 우측의 중봉이 보인다.
▲ 전망봉우리에서 바라본 한북정맥. 가장 높은 봉우리가 포천의 국망봉이다.
▲ 작은 체육공원 같은 하산길 중간의 너른 쉼터에서 스트레칭 하면서 한참을 쉬었다.
▲ 삼팔교 방향으로 꺽어서 본격적인 하산길로 접어든다.
▲ 시원스레 뻗은 잣나무 숲길이 시작된다.
▲ 잣나무 숲 사이의 임도에서 이 지름길로 들어서서 2코스로 하산하게 되었다.
▲ 임도를 계속 따라갔더라면 잣나무숲을 벗어나 1코스로 하산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임도를 따르다가 작은 계곡 옆길로 들어서는 바람에 알바도 하면서...
▲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잣나무 숲길을 피톤치드로 힐링한다고 생각하면서 여유롭게 내려왔다.
▲ 잣나무 숲길을 빠져 나오자 땡볕을 피할 수 없는 민둥산 구간이 나타났으나 참고 걸을만 했다.
▲ 아침에 지나쳤던 조무락계곡산장 앞의 갈림길에서 진입로로 합류했다.
▲ 조무락산장 직전에서 좌로 꺽어지면 나타나는 1코스 초입이다.
▲ 조무락산장 앞의 삼거리. 우측으로 올라가서 좌측으로 내려왔다.
▲ 아침에 봐 두었던 삼팔교 앞의 물놀이터에서 탁족을 했다.
▲ 발을 담그는 순간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물에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산행의 피로가 한순간에 달아나는 시원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