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답게 많은 비가 내린 한주간이었다. 금요일 오후부터는 계속되던 비가 멈추고 폭염주의보가 발령될 정도의 찜통 더위가 시작되었다. 다행히도 이번 주말엔 비 예보가 없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걱정될 뿐이다. 회전근개 힘줄 손상으로 오른쪽 어깨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암벽등반은 언감생심이다. 몸이 아프면 일상의 좋은 습관이 흐트러져 마음까지 나태해지게 마련이다. 운동량은 줄어들고 평소엔 눈길도 주지 않던 간식까지 섭취하니 체중이 늘어 모든 일에 게을러지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불현듯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자기반성이 몰려든다. 이제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멘탈을 단단히 챙겨야 할 때이다. 마음을 다잡아 다시금 선순환의 고리를 되찾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져본다.
7월의 첫날 여름산행지로 진즉부터 염두에 두고 있던 조무락(鳥舞樂)골과 석룡산에 다녀오는 것을 계기로 잃었던 생기를 되찾기로 마음 먹는다. 석룡산은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과 경기도 가평군 북면에 걸쳐 있는 산이다. 한북정맥에 속하는 도마봉에서 갈라져 화악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화악지맥은 강원도와 경기도를 가른다. 지맥 중간에 자리한 봉우리가 바로 석룡산 정상이다. 아침 6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구리포천고속도로와 47번국도를 달려 백운계곡에서 광덕고개를 넘어가는 산악도로에 접어든 후부터 전혀 새로운 자연 풍경이 펼쳐진다. 성하의 산림이 정글처럼 우거진 심산유곡을 통과하여 75번 국도를 타고 강원도와 경기도의 경계선인 도마치고개를 넘어 목적지인 가평군 북면 적목리의 삼팔교에 도착한 시각은 아침 8시 10분 전이다. 일찍 서두른 덕택에 서울에서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아직은 이른 시각이어서 삼팔교 입구의 석룡산 종합안내도 앞에 한 자리 남은 주차구역을 운 좋게 차지할 수 있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한 산행이므로 조무락골을 거슬러 올라가 석룡산 정상에 이르는 경로를 따르기로 한다. 안내도 상에는 3코스에 해당하는 경로이다. 어제까지 적잖은 양의 장맛비가 내린 덕택으로 수량이 한껏 풍부해진 계곡은 그야말로 장괸이었다. 삼팔교에서 복호동폭포를 거쳐 화악산과 석룡산 등로가 갈라지는 삼거리까지 4킬로미터 남짓 이어진 계곡을 따라 오르던 순간의 기분은 정말이지 환상적이었다. 오래 전에 다녀온 일본 북알프스 트레킹 당시 가미코지에서 묘진산장에 이르는 등로의 풍광이 많은 부분 오버랩 되면서 떠올랐다. 우렁찬 계곡물 소리, 심심찮게 만나는 폭포수와 울창한 숲속의 신선함 속에서 임도처럼 편하고 넓으면서도 완만하게 이어지는 등로가 더이상 좋을 수는 없었다. 마치 신선들이 노니는 아름다운 대자연의 속살을 들여다 보는 듯한 기쁨이 있었다.
삼거리부터는 계곡에서 벗어난 가파른 오솔길이 눈앞에 나타난다. 능선까지 올라서는 구간이 힘겹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워낙 장쾌하고 시원한 계곡길을 통과하면서 청정한 숲으로부터 받은 에너지 덕택인지 충분히 견딜만한 오르막이었다. 방림고개부터 석룡산 정상까지는 완만한 능선길이어서 별로 힘들지 않았다. 처음으로 발을 디딘 석룡산 정상엔 드넓은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서 점심 장소로는 안성맞춤이었다. 하산길은 잣나무 숲길을 길게 통과한 2코스를 따랐다. 산행 종점인 삼팔교에 도착하여 잘 정돈된 조무락 계곡 초입에서 탁족하는 시간까지 모든 순간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던 피서산행이었다. 내게는 여러모로 조금 힘겨웠던 상반기를 잘 견뎌낸 것에 감사하면서, 새가 춤추며 즐긴다는 뜻의 '조무락(鳥舞樂)'골에서 얻은 활기찬 에너지를 자양분으로 하여 새롭게 출발하는 올해 하반기엔 좀 더 건강해져서 나도 새들처럼 춤추고 즐길 수 있는 좋은 일들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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