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트레킹

두브로브니크 스르지산(Mount Srđ, 412m) - 2023년 7월 12일(수)

빌레이 2023. 7. 20. 21:13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대학에서 5일 동안 열린 학회 일정 중에서 수요일 오후는 세션이 하나 뿐이었다. 다른 날보다 일찍 퇴근할 수 있으니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한 첫 날부터 눈여겨 봐 두었던 스르지(Srđ)산에 올라보기로 했다. 썸머타임 기간이라 밤 9시 무렵까지는 거리를 돌아다니는 데 지장이 없으니 일몰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오후 4시 무렵에 올드타운 인근의 학회장 문턱을 나섰다. 해외에서 산행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광제도 함께 따라 나섰다. 멀리서 산 정상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를 올려다 보면서 등산로를 대충 가늠해 보았다. 사전에 구글 검색을 통해서 등산로 정보를 조사했더라면 조금은 편하게 산으로 향하는 길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처음으로 온 낯선 이국인 크로아티아에서 서민들의 실생활을 엿볼 수 있는 동네 골목길을 탐험하듯 이리저리 배회하는 것 또한 여행자로서 재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는 까닭이다.

 

늦은 오후 시간인데도 여전히 강렬하게 쏟아지는 햇살이 다소 문제였지만, 어느 정도 고도를 높인 후로는 시원한 해풍이 불어주어 견딜만 했다. 등산로를 탐색하면서 천천히 진행하다가 잠시 숨을 돌리는 순간에 바라보는 조망은 가히 일품이었다. 시원스레 펼쳐진 아드리아해의 해안선을 따라 단단한 보호막처럼 견고하게 버티고 서있는 두브로브니크 성벽과 미니어처 조각품들처럼 성안에 빽빽히 들어선 주황색 지붕들이 조화를 이룬 풍광은 더이상 아름다울 수 없는 한 폭의 그림이었다. 예상보다 멀리 돌아가는 경로 탓에 해발 412미터 고도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걷기를 시작한 후 2시간 정도가 소요되어 정상을 밟을 수 있었다. 올드타운에서 케이블카를 이용한다면 5분이 채 걸리지 않았을 스르지산 정상을 나의 두 발로 걸어서 오른 후의 충만감은 예상보다 컸다. 해외출장을 나올 때마다 현지에서 등산이나 트레킹 코스를 찾아서 즐겨보자는 평소의 생각을 오랜만에 실천했다는 뿌듯함도 있었다.      

 

▲ 집에 와서 검색해 본 스르지산 등산로. 우리는 우측으로 돌아가는 코스를 왕복으로 따른 셈이다.
▲ 처음엔 두브로브니크 성벽 안쪽의 올드타운에서 스르지산 방향의 가파른 골목길 돌계단을 무작정 올라갔다.
▲ 성벽 바로 안쪽 길을 따라가다가 케이블카 승차장을 만나 성벽을 통과했다.
▲ 성벽을 빠져나와 본격적인 오르막길로 들어섰다.
▲ 스르지산 경사면에 자리한 일반 주택가에서 케이블카를 보면서 등산로를 탐색했다.
▲ 주택가 골목길을 걸어 올라가다가 쉬면서 바라본 풍광이 예술이었다.
▲ 케이블카 노선을 따라 이어진 골목길을 지그재그로 올랐다.
▲ 산 중턱을 횡단하는 도로를 만나서 걸어가면 등산로가 나올 것 같았지만, 보행로가 없어서 다시 주택가로 내려왔다.
▲ 호화로운 저택 같은 주택가도 구경할 수 있었다.
▲ 경사면에 위치한 동네를 이리저리 헤매면서 뜨거운 햇살 탓에 언뜻 등산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 경사진 동네에서 멀리 보이는 이 계단길을 찾지 못했다면 아마도 스르지산 등산을 포기했을 것이다.
▲ 등산로를 제대로 찾은 후에는 새로운 힘이 솟구쳤다. 횡단도로를 안전하게 굴다리로 통과하는 경로였다. 지도교수 잘못 만나 고생한 광제는 입으로는 해외에서 좋은 경험한다면서 괜찮다고 하면서도 속으론 꽤나 힘들었을 것이다. ㅎㅎ.
▲ 등산로는 가로등까지 설치되어 있을 정도로 잘 닦여져 있었다.
▲ 등산로 우측 너머로는 자동차로 스르지산 정상에 다녀올 수 있는 도로가 보였다.
▲ 그늘이 없는 등산로가 조금은 야속했지만 눈앞에 나타난 숲을 보면서 힘을 내보았다.
▲ 숲속의 그늘이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반가웠다.
▲ 올드타운에서 올라온 등산로는 멀리 돌아온 자동차 도로와 이곳에서 만나 정상까지 함께 이어진다.
▲ 잦은 내전으로 전쟁의 아픔이 남아 있는 흔적들이 곳곳에 있었다.
▲ 소규모 가이드 투어 중인 일행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 정상부에 있는 파노라마 짚라인 말미의 짚라인 자전거에서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 정상 부근에서 바다 뷰를 보면서 짚라인을 즐기는 이들도 구경하면서...
▲ 바다 반대편으로는 장쾌한 산줄기가 펼쳐진다.
▲ 기독교 문명권인 유럽의 산 정상엔 거의 예외 없이 십자가가 자리한다.
▲ 케이블카를 타고온 관광객들과 함께 전망대에서의 조망을 즐기고...
▲ 스르지산 정상에 왔으니 산을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남겨본다.
▲ 정상엔 크로아티아 국기가 펄럭이고, 그 아래로 최고급 레스토랑이 자리한다. 맥주라도 한잔 마셔볼까 했는데... 너무 비쌌다.
▲ 하산길도 천천히 구경하면서 서두르지 않았다. 로크룸섬은 지난 일요일에 일주를 했었기에 내려다보는 재미가 남달랐다.
▲ 우리가 올라와서 한참을 쉬었던 바위에 앉아서 다른 이들이 쉬고 있었다.
▲ 힘들게 올라왔던 경사로를 천천히 하산하면서 구경하는 맛이 더욱 좋았다. 해질녘의 사광에 풍경이 더욱 선명했다.
▲ 서서히 노을빛이 감도는 두브로브니크 시내를 내려다보면서... 이제는 익숙해진 지리 때문에 풍경이 더욱 정겹게 다가왔다.
▲ 다시 횡단도로를 굴다리로 통과하고...
▲ 올라올 때 앞에 보이는 마을에서 이 계단을 발견하고 내심 환호성을 질렀던 게 생각난다.
▲ 올라올 때 구경하지 않은 집들도 구경하면서...
▲ 앞에 보이는 두브로브니크 성문을 향해 내려간다.
▲ 석양 무렵의 사광을 받은 항구의 풍경이 더욱 선명해졌다.
▲ 성안으로 들어와서 우리가 다녀왔던 산길을 올려다 보니 남다른 감회가 밀려왔다.
▲ 두브로브니크 성벽 안쪽의 올드타운은 날마다 걸어다녀도 새로운 볼거리들이 가득할 것이다.
▲ 등산 이후에 마시는 생맥주 한 잔의 맛은 말이 필요없다. 맥주가 특별히 맛있는 유럽에서는 더욱더...
▲ 이날 맛본 참치스테이크는 지금까지 맛 본 생선요리 중에서 으뜸으로 나의 뇌리에 남아 있을듯...
▲ 식사 후에 젤라또를 핥아 먹으면서 올드타운을 배회하는 것이 국룰... 아니 두브로브니크룰...ㅎㅎ.
▲ 올드타운의 골목식당들은 두브로브니크를 더욱 특별한 관광지로 만드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