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국내등반여행

영덕 블루로드 해벽 - 2024년 3월 2일(토)

빌레이 2024. 3. 3. 10:41

창밖으로 동해바다가 보이는 경주시 양남면의 숙소에서는 밤새 창문이 흔들릴 정도의 강풍이 불었다. 세찬 바람과 영하로 떨어진 기온 탓에 계획했던 영덕 블루로드 해벽에서의 등반은 아무래도 접어야 할 것 같았다. 차분하게 마음먹기로 하고 숙소에서 아침을 먹은 후 출발하여 기온이 영상으로 오를 때까지 영덕으로 가는 길 중간에 있는 포항의 내연산 산행을 가볍게 다녀올 심산이었다. 그런데 잠깐 눈요기나 할 요량으로 들렀던 숙소 바로 앞의 주상절리길이 전혀 예상치 못한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해파랑길 10코스 말미에 2km 남짓 이어진 주상절리길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내연산 산행 계획은 저멀리 사라져버렸다. 예정된 계획에서 잠시 벗어나 즉흥적으로 현지의 풍물에 동화되어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느끼는 것 또한 여행의 참다운 의미일 것이다. 

 

여행의 묘미를 한껏 누릴 수 있었던 주상절리 해안길 산책을 하는 동안 화창한 햇살을 온몸에 받고 있는 바위를 만져보니 차가운 느낌이 전혀 없었다. 자연스레 블루로드 해벽 등반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샘솟아 내 마음은 바빠졌다. 잰걸음으로 주상절리길을 왕복하고, 곧바로 영덕으로 차를 몰았다. 영덕 읍내에서 햄버거로 점심을 해결하고 축산항에 도착했으나, 바람이 제법 세차고 쌀쌀했다. 하지만 등반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먼길 달려온 악우들에게 블루로드 해벽 등반의 맛이나마 보여주고 싶었다. 바람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는 오목한 해안에 자리한 블루로드 해벽이지만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 탓에 오후엔 해가 거의 들지 않았다. 첫 루트에 줄을 걸 때는 손이 약간 시려웠으나, 몸에 열기가 올라온 둘째 루트부터는 그런대로 매달릴만 했다. 한기가 느껴질 때까지 부지런히 등반하고, 그때까지 해가 비치는 죽도산을 한바퀴 도는 것으로 울산과 영덕으로 떠나온 1박 2일 등반여행의 대미를 장식했다.     

 

▲ 읍천항에서 이어진 주상절리길은 해파랑길 10코스 후반부로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길이었다.
▲ 기온은 낮았으나 햇살이 좋아서 바위가 차갑지 않았다. 잰걸음으로 주상절리길 산책을 마치고 영덕으로 이동했다.
▲ 영덕 블루로드 해벽 앞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를 조금 넘고 있었다. 해벽 앞의 모래사장엔 해가 비쳤으나 벽은 음지였다.
▲ '쩜구였는데(5.8)' 루트에 처음으로 붙었는데 손이 조금 시려웠다.
▲ 성배씨도 '골목길(5.9)' 루트에 줄을 걸었다.
▲ 손이 시려워서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면서 올랐다.
▲ 곧바로 '고래등(5.10a)' 루트에도 줄을 걸었다.
▲ 세 개 루트에 자일이 걸려 있으니 5명 모두가 쉴 새 없이 등반할 수 있었다.
▲ 준수씨는 해벽의 포켓 홀드가 신기하다면서 즐겁게 오르는 모습이었다.
▲ 성배씨가 '고래등(5.10a)' 루트를 등반 중이다.
▲ 루트 명칭이 좋아서 '봄이 오면1(5.10a)'에 붙어 보았다.
▲ '봄이 오면1' 루트는 페이스에 포켓 홀드가 좋아서 해벽 등반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 연휴라서 그런지 우리가 등반하고 있을 때 해파랑길을 걷는 트레커들이 심심찮게 지나갔다. 해벽 앞의 해안 도보길은 '해파랑길 21코스'에 속하고, 영덕군에서는 이 길을 '영덕블루로드 B코스'로 명명했다.
▲ 블루로드 해벽이 처음인 악우들이 열심히 등반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한 마음이었다.
▲ 동시에 4명이 등반에 집중하고 한 명이 촬영해 주는 시스템으로 척척 돌아가니 단 시간에 많은 루트를 등반할 수 있었다.
▲ 성배씨가 '해파랑(5.10a)' 루트를 등반 중이다.
▲ 마지막으로 '봄이 오면 2 (5.10b)' 루트는 톱로핑 상태에서 등반했다.
▲ '봄이 오면 2' 루트는 초반부를 잘 못 올라서 셋째 볼트를 첫 볼트로 착각하고 올랐다.
▲ 오후 4시가 넘어가니 해벽 주변에서 한기가 느껴져 등반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 동향의 해벽은 여름철엔 오후에, 겨울철엔 오전에 붙는 것이 상책일 듯하다.
▲ 등반을 마치고 차로 돌아오는 길에 아직까지 해가 비치고 있는 죽도산을 산책하기로 했다.
▲ 죽도산 산책 중에 바삐 등반하느라 마시지 못했던 커피도 한 잔 나누고...
▲ 정상 전망대가 공사중인 관계로 죽도산 둘레를 한바퀴 돌았다.
▲ 그리스의 마을 분위기가 풍기는 축산항 주택가 골목길을 통과해서...
▲ 축산항 블루로드 다리를 건너오는 것으로 1박 2일 울산-영덕 등반여행의 대미를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