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달 동안은 전 국민이 충격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대는 형국이었다. 2024년 12월 3일에 선포된 비상계엄령 사태의 후폭풍과 12월 29일, 일요일 아침에 터진 무안공항 비행기 폭발 사건의 충격적인 여파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암울한 상황에서 맞이한 새해 첫날이다. 오늘은 음력으로 쇠는 내 생일이기도 하지만, 마냥 밝고 희망찬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것이다. 비행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사망자 179명의 명복과 애통해 하실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하는 바이다. 살면서 이러한 비극을 겪지 않으면 좋으련만, 우리네 인생사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흘러가는 것은 없다. 안타까운 심정과 함께 인간의 나약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지금 내가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면서 내 앞에 놓인 일들을 불평불만 없이 감당해 나가자는 다짐을 새롭게 하게되는 요즘이다.
낮 최고기온이 영상 8도까지 오른다고 하여 파주의 암장에서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자연암벽에 붙어보기로 했다.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에 생일 선물로 받은 자켓과 퀵드로세트를 시험해 본다는 설레임으로 암장에 접근할 때까지만 해도 즐거운 마음이었다. 하지만 아늑한 2암장 전체를 점령하고 있는 산악회 사람들을 보는 순간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치 무슨 체육대회라도 개최하고 있는 듯 암장 전체가 떠들썩했다. 암벽 바로 앞에 설치한 텐트 안에서 끓고 있는 음식 냄새는 역겹기 그지 없었다. 국가애도기간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남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이러한 작태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암장은 클라이밍을 즐기는 곳이지 캠핑장이나 음식점이 아니지 않는가? 눈쌀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 이들의 행동이 되풀이 되지 않아야 이 암장도 지속 가능할 텐데 하는 걱정이 앞섰다. 새해에는 제발 클라이머들이 기본적인 공중도덕을 지키고, 남을 조금이라도 배려하는 예의범절이 자연스레 몸에 배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암빙벽등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스커버리 클라이밍 스퀘어 ICN - 2024년 12월 28일(토) (0) | 2024.12.29 |
---|---|
파주 웅담리 암장 - 2024년 11월 16일(토) (0) | 2024.11.16 |
백운대 'SR 형제길' - 2024년 11월 3일(일) (0) | 2024.11.04 |
강촌 유선대 암장 - 2024년 11월 2일(토) (0) | 2024.11.04 |
숨은벽 릿지 - 2024년 10월 31일(목) (4) | 2024.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