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수락산 용현암장 - 2025년 4월 30일(수)

빌레이 2025. 5. 1. 18:34

올해 봄철은 수요일의 날씨가 최고다. 이번 학기 일정 상 수요등반이 가능해진 나에겐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어서 여지없이 화창한 하늘을 벗삼아 수락산에서 악우들과 함께 즐겁고 평화로운 등반을 즐길 수 있었다. 용현암장은 한국산악회에서 작년 가을에 개척한 암장으로 알려져 있다. 남양주시 청학동계곡을 따라 거슬러 오르면 내원암에 이른다. 계곡 중간에서 옥류폭포와 금류폭포를 만날 수 있다. 고즈넉한 암자인 내원암에서 수락산장 방향으로 올려다보면 우측의 하늘금 아래로 펼쳐진 용현암장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한국산악회 소유의 수락산장이 숲 사이로 보이는 등산로 중간에서 우측의 소로로 접어들면 금세 용현암장에 닿을 수 있다.

 

슬랩 위주의 암장은 아직까지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개척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베이스캠프 우측의 슬랩엔 별다른 특징이 보이지 않는 루트들이 대여섯 개가 볼팅되어 있었지만, 딱히 오르고픈 욕구가 솟구치지는 않았다. 구선생님이 선등으로 줄을 걸어 준 정중앙의 루트도 바스러지는 바위 표면 탓에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었다. 크랙루트가 잘 개척되어 있다면 특색 있는 암장으로 거듭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기범씨가 온사이트로 선등하고, 내가 뒤이어 올라 본 좌벽의 수평크랙 루트에서도 이렇다 할 등반 흔적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열정암'으로 명명된 좌벽은 개념도 상에 등반라인만 그려져 있을 뿐 아직까지 개척이 완료된 상태는 아닌 듯했다. 신생 암장인 탓에 루트들의 상태가 썩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새로운 암벽을 경험해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