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천등산 '세월이 가면' - 2025년 5월 23일(금)

빌레이 2025. 5. 25. 10:22

동 트기 전 새벽 5시 무렵에 집을 나선다. 원정 등반을 위해 새벽길을 나서는 것이 참 오랜만의 일이다. 약속시간인 08시 30분이 안 되어 천등산 앞의 주차장에 도착한다. 곧이어 기범씨의 차가 오고, 진우씨와 유선배님이 동승한 차도 얼마 후에 도착한다. 네 사람이 반가운 인사를 나눈 후 곧바로 괴목동천을 건너 '세월이 가면' 루트 등반에 나선다. 진우씨는 허리 수술을 받은 지 열흘 남짓 밖에 지나지 않은 몸으로 허리보호대를 착용한 상태로 오늘 등반에 합류한다. 아무리 현대 첨단 의학의 혜택으로 최소 절개 수술을 받았다고는 해도 진우씨의 등반 열정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기범씨가 선등으로 팀을 이끌고, 내가 쎄컨을 맡았다. 다음은 유선배님과 진우씨 순서로 총 6피치의 '세월이 가면'을 아주 즐겁게 등반했다.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 붙은 첫 피치의 사선크랙에서 밸런스를 잡는 게 약간은 부담스러웠다. 2피치는 아래에서 보는 것보다 마지막 오버행 구간의 홀드가 양호하여 즐겁게 오를 수 있었다. 3피치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동할 수 있었고, 4피치는 초반부의 슬랩을 제외하면 비교적 쉬운 구간이었다. 난이도 5.10d로 알려진 5피치는 루트 전체에서 가장 어려운 구간이었다. 미세한 홀드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니 전완근에 펌핑이 오는 듯했다. 나는 후등으로 오르면서 차분히 홀드를 찾을 수 있는 여유가 있었기에 그런대로 만족스럽게 오를 수 있었지만, 선등의 부담감이 있었다면 깨끗이 완등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6피치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구간으로 사실상의 등반은 5피치에서 종료된다. 정상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후 하강까지 안전하게 마무리하고도 시간이 남아서 '020벽이벽' 루트 첫 피치를 등반하는 것으로 모든 등반을 끝마쳤다. 대둔산의 절경이 올려다보이는 숙소에서 유선배님과 진우씨가 소속되어 있는 산악회 회원분들과 함께 가진 뒷풀이가 화기애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