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783

인수봉 '인수A변형, 인수C' - 2024년 9월 28일(토)

북한산 등산로가 평소의 주말보다 붐빈다는 건 산행하기 좋은 계절이 도래했다는 방증이다. 평상시에 산을 멀리하던 사람들도 등산객들 틈에 끼고 싶도록 유혹하는 자연 환경이 바로 우리나라의 가을 날씨, 가을 하늘, 가을 단풍이다. 오늘 하루 도선사에서 백운대 정상에 이르는 주등산로는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백운대를 오르내리는 일반 산객들 뿐만 아니라 트레일런닝을 즐기는 크루들과 인수봉을 등반하고자 하는 클라이머들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등산로를 가득 채웠다. 나도 예외일 수는 없어서 아침 7시 30분에 우이동에서 악우를 만나 택시를 타고 도선사주차장에 도착했다. 곧바로 어프로치를 시작하여 8시 30분 즈음에 인수봉 대슬랩 앞에서 부지런히 장비를 착용한 후, 두 피치를 등반하여 재빨리 오아시스에 올랐다. ..

암빙벽등반 2024.09.28

포천 한탄강 주상절리길 [화적연 → 비둘기낭 폭포] - 2024년 9월 21일(토)

지리한 무더위와 열대야가 물러나고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제부터 비로소 가을의 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밤 사이 비는 폭우로 변했다. 시간 당 100 밀리미터가 넘는 기록적인 강수량을 보인 지역도 있다고 했다.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듯하다. 극단으로 치닫는 기후위기를 대할 때마다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다. 이런 때일수록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관찰하고 그 소중함을 스스로 깨닫는 행동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생각 속에서 운악산 우중산행을 계획하고 아침 8시에 서울을 나설 때만 해도 빗줄기는 제법 굵직했다. 포천으로 향하는 차 속에서 몸상태도 별로인 듯하여 즉흥적으로 목적지를 변경하기로 했다. 지난 겨울, 화적연 가는 길에 예기치 못한 폭설로 돌아서야만 했..

국내트레킹 2024.09.22

인수봉 '은정, 모설, 심우, 벗' - 2024년 9월 18일(수)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 일반 산객들과 클라이머들이 뒤섞인 도선사 주차장은 그 어느 때보다 북적거렸다. 인수봉을 향해 오르는 대기 속엔 기분 좋지 않은 습기가 가득했다. 9월 중순에서 하순으로 넘어가는 시기인데도 가을의 선선함은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땀에 절은 몸을 이끌고 인수봉 동편 끝자락에 도착하니 이미 오늘 등반할 체력은 남아 있지 않은 듯했다. 은숙, 기범, 은경, 승호, 나, 이렇게 5명이 함께 등반했다. 먼저 '은정'길 1피치를 올라서서 '모설'길 2, 3피치를 묶어서 올랐다. 오랜만에 오르는 코스라서 그런지 낯설고 힘겨웠지만 새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등반이었다. 점심 후에는 '심우'길 두 피치 크랙과 '벗'길 한 피치 슬랩에서 연습등반을 했다. 물기 머금은 바위 표면 탓인지 심..

암빙벽등반 2024.09.19

불암산 실버암장 - 2024년 9월 16일(월)

새벽 5시 경에 눈을 떠보니 제법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제 저녁 때 확인한 일기예보 상에는 비가 없었다. 그래서 선인봉 등반을 가기로 하고 아침 8시에 도봉산 광륜사 앞에서 악우들을 만나기로 이미 약속이 된 상태였다. 일단 선인봉 등반은 불가할 듯하여 단톡방에 의견을 남기니 다른 친구들도 비슷한 생각인 듯했다. 대안을 찾던 중 불암산 실버암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10시 즈음에 당고개역에서 가까운 상계나들이철쭉동산의 팔각정에서 악우들을 만나 실버암장으로 향했다. 날씨는 어느새 말끔히 개어 있었고, 암장엔 시원한 바람이 간간히 불어 주었다. 기범, 은경, 나, 이렇게 셋이서 오붓하게 '실버의 혼(5.10a)', '하늘계단(5.10b)', '동천A/B(5.10c)'를 차례로 등반했다. 실버암장이 처음..

암빙벽등반 2024.09.17

파주 웅담리 암장 - 2024년 9월 15일(일)

요즘 일기예보는 종잡을 수가 없다. 어제부터 시작된 추석연휴 기간이 5일이지만, 변덕스런 날씨 탓에 맘 편히 등반 계획을 세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늘도 갑작스런 소나기에 대비할 수 있는 등반지를 찾아야만 했다. 파주의 웅담리 암장은 어프로치가 짧고 베이스캠프에 타프를 치면 비와 햇빛을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이곳에 가기로 했다. 기범, 기원, 은경, 나, 이렇게 넷이서 함께 등반했다. 오늘 처음 본 기원씨는 기범씨의 등산학교 제자로 내 아들과 동갑내기인 젊은 친구이다. 요즘 한창 자연암벽의 매력에 빠져들어 즐겁게 등반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우리는 바람이 잘 통하는 3암장 앞에 소나기와 모기의 습격을 대비한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2암장과 3암장의 루트들을 오가며 등반했다. 장마철을 방불케 하..

암빙벽등반 2024.09.16

딸의 결혼식

지난 주 토요일, 9월 7일에 딸의 결혼식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늦은 오후 시간인 5시 10분부터 시작된 결혼식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모든 예식 절차가 사소한 문제 하나 없이 깔끔하게 잘 마무리 되었다. 결혼식의 첫 번째 순서는 '리마인드 웨딩'이었다. 먼저 1989년에 결혼식을 올린 신랑의 부모가 손을 잡고 곡선으로 이루어진 '버진로드'를 따라 입장하고, 뒤이어 1992년에 결혼식을 올린 우리 부부가 입장한 순서였다. 버진로드는 신부가 입장하는 길을 뜻한다. 주례 없는 결혼식이 대세인 요즘에 생긴 절차인 듯한데 여러모로 의미도 있고 자연스런 순서란 생각이 들었다. 딸의 결혼식은 우리 부부에게는 근래에 가장 크고 중요한 가족행사였다. 이를 잘 감당할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와 주신 많은 분들의 애..

나의 이야기 2024.09.12

<사람과 산> 9월호에 실린 나의 글과 사진

지난 여름에 다녀왔던 미국 등반여행을 담은 나의 글과 사진이 9월호에 실렸다. 나의 생각과는 다른 잡지사의 편집이 조금 아쉬운 감은 있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산악매거진을 출판해야 하는 잡지사의 현실적인 고충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므로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어차피 세세한 등반기와 사진은 내 블로그의 '해외등반여행' 코너에 총 13편으로 잘 정리해 두었으니 별로 아쉬울 건 없다. 의 기사는 블로그에 있는 내용을 기사 형식에 맞게 간추려서 요약본으로 쓴 것이고, 사진은 잡지사의 편집부에서 선택한 것임을 밝혀둔다. 아래는 온라인 판으로 나온 기사와 종이책으로 나온 출판본 중에서 관련 부분을 촬영한 장면들이다. http://www.sansan.co.kr/news/articleView.html?..

나의 이야기 2024.09.10

파주 웅담리 암장 - 2024년 8월 31일(토)

8월의 마지막 날이다. 내 입장에서는 가고 싶은 등반지가 딱히 떠오르지 않을 때 별다른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이 바로 파주의 웅담리 암장이다. 자꾸 늘어지고 가라앉는 요즘의 몸상태가 등반의욕을 꺽어버린 탓인지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놀다가 오고 싶었는데, 이 마저도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3암장에서 3개 루트, 2암장에서 2개 루트를 오른 후에 점심을 먹었다. 오후엔 3암장에서 5.10d 이상의 루트에 도전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다른 섹터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그늘진 3암장으로 모여든 바람에 맘 편히 등반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1암장과 2암장의 암벽은 한낮의 따가운 햇살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쪽에서 등반을 이어갈 의욕도 발동하지 않아서 일찍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

암빙벽등반 2024.09.03

인수봉 '건양, 변소금지' - 2024년 8월 28일(수)

평일에 인수봉을 오를 수 있다는 건 클라이머들에게 크나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인수봉에서 평일 등반을 즐길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개강 직전의 여름방학 마지막 주라서 오늘은 특별히 기범씨가 이끄는 수요등반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아침 7시 직전에 도착한 도선사 앞 주차장은 예상대로 한가로웠다. 주차전쟁으로 날선 신경전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주말 아침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여유로움이다. 어디에 주차하면 좋을지를 망설일 정도로 널널한 주차 공간이 오히려 생경했다. 지리하게 이어지던 폭염과 열대야도 오늘부로 서서히 물러날 모양이다. 이른 아침의 선선한 기운이 감도는 등산로 입구의 데크에서 기범씨를 비롯한 김선생님과 구선생님, 민경씨를 반갑게 만났다. 어프로치를 하는 발걸음까지 가..

암빙벽등반 2024.08.29

인수봉 '비원, 심우, 벗길' - 2024년 8월 24일(토)

주초에 대상포진과 파상풍 2차 예방접종을 맞은 후로 몸상태가 몹시 좋지 않은 한주간을 보냈다. 당연히 습도 높은 날씨에 이렇다할 등반욕구가 발동하지 않은 주말이 다가왔다. 때마침 금요일 오후에 기범씨가 인수봉에 함께 가자고 하여 부담 없이 따라 나설 수 있었다. 기범, 은경, 나, 이렇게 셋이서 인수봉에 가면 자연스레 '캐리(CARI, Climbing of All Routes in Insu-peak)' 프로젝트가 떠오른다. 하지만 캐리의 다음 순서인 '봔트'길을 오늘 오를 수는 없다. 기범씨가 손목 부상 중이고, 크랙 루트엔 물이 줄줄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오전엔 동벽의 '비원'길을 3 피치로 끊어서 등반하고, 점심을 먹었다. 오후 시간엔 '심우'길과 '벗'길에서 등반했다. 은경이가 문상 때문에 일찍 ..

암빙벽등반 2024.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