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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천에서 도봉산으로 - 2025년 2월 8일(토)

너무 추운 아침이었다. 영하 12도에 찬바람이 나부끼는 응달은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는 되는 듯했다. 맑은 하늘에 따뜻한 햇살이 비출 것이란 예보만을 믿고 동내의를 입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다. 아침 9시 즈음에 빨래골에서 칼바위 능선을 향해 산행을 시작했다. 몸속으로 파고드는 추위의 고통을 감내할 인내심이 없었다. 삼성암으로 오르던 중 후퇴하여 마을버스를 타고 수유역으로 나왔다. 카페들이 아직 영업 전인지라 맥도날드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몸을 녹였다. 오늘은 산행을 포기할까도 싶었지만 이왕 채비를 하고 나온 터라 우선은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우이천변을 걷기로 했다. 아낌없이 쏟아지는 햇살을 등지며 얼마 동안 걷다보니 비로소 추위가 가시고 몸이 풀리는 듯했다. 우이천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수의 백..

국내트레킹 2025.02.09

[서울둘레길 2.0] 11코스(관악산) ~ 12코스(호암산) - 2025년 2월 1일(토)

지난 주 토요일부터 6일 동안 이어진 설날 연휴 기간과 주말 사이에 낀 금요일인 어제는 사실상의 휴일 같은 분위기였다. 직장인들이 하루 휴가를 내면 최장 9일 동안 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까닭이다. 어제는 아내와 함께 집 뒤로 북한산둘레길과 같은 길로 이어지는 서울둘레길 19코스를 걸었다. 그런데 눈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내렸다. 더 길게 걷고 싶었으나 둘레길을 얕잡아 보고 아이젠을 준비하지 않은 탓에 화계사 일주문에서 탈출해야 했다. 오늘은 눈산행을 염두에 두고 잘 준비하여 관악산과 호암산 둘레로 이어진 서울둘레길 11코스와 12코스를 걷기로 한다. 사당역 4번 출구에서 관음사로 향하는데 예전의 기억과 달리 관음사 경내를 거치지 않는 경로로 이정표가 안내한다. 별 생각 없이 아이젠을 착용하고 오르..

[서울둘레길 2.0] 19코스(북한산 성북·강북) - 2025년 1월 31일(금)

설연휴 마지막 날인 어제 어머니께서 KTX로 귀향하셨다. 우리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보내는 동안 아내는 효도한답시고 삼시 세끼를 꼬박꼬박 잘 챙겨드렸다. 그 덕분에 나도 맛난 명절 음식들로 평소보다 두 배가 넘는 칼로리를 섭취한 탓에 체중은 순식간에 2kg 가까이 불어났다. 오늘부터는 다시 건강을 생각하는 식생활과 운동 패턴으로 돌아와야 한다. 아침부터 눈발이 날리는데도 불구하고 아내와 함께 집 뒤로 이어지는 서울둘레길을 걷기로 한다. 북한산둘레길과 겹치는 서울둘레길 19코스는 아마도 우리 부부가 가장 많이 산책하던 길일 것이다. 오늘은 솔샘역에서 접근하는 경로를 따라 일주일 전에 걸었던 성북구의 명상길과 강북구로 넘어오는 솔샘길에서 이어지는 흰구름길 구간을 걷기로 한다. 구름전망대에서 컵라면을 먹을 때만..

불암산 애기봉과 암장 순례 - 2025년 1월 25일(토)

다음 주 월요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어 6일 동안 길게 이어지는 설날 연휴의 첫날이다. 어머니의 상경으로 고향집에 내려가지 않아도 되는 명절이라서 마음은 한결 가볍다. 서울을 빠져나가는 차량들의 교통 정체가 불 보듯 뻔한 일이니 멀리 가지 않고 집에서 가까운 불암산을 오르기로 한다. 상계역에서 출발하여 따스한 겨울 햇살을 마음껏 쬘 수 있는 봉우리로 향하던 중 그 봉우리 바로 아래에 자리한 '대학암장'을 우연찮게 발견한다. 한번쯤은 찾고 싶은 곳이었는데 이참에 확실한 위치를 알 수 있어서 마음이 개운해진다. 작은 봉우리 꼭대기의 마당바위에 둘러앉아 아낌없이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자니 세상 부러울 것이 전혀 없다. 대학암장을 둘러본 직후라서 그런지 악우와의 대화 주제는 자연..

국내트레킹 2025.01.26

[서울둘레길 2.0] 18코스(북한산 종로) - 2025년 1월 24일(금)

아파트 창문을 통해 찬란히 쏟아지는 겨울 햇살이 더이상 좋을 수는 없다. 별안간 이 좋은 걸 답답한 실내에서만 누리고 있자니 조금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간단히 점심을 차려 먹고 아내와 함께 오랜만에 서울둘레길을 걸어보기로 한다. 시계 방향 순서대로 진행한다면 사당역에서 출발하는 11코스인 관악산 구간을 걸어야 할 차례지만, 오후 시간만 허락된 상황에서 굳이 전철을 오래 타고 이동 거리가 멀어지는 불편함을 감수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그래서 집에서 곧바로 진입할 수 있는 코스인 북한산둘레길과 겹치는 구간을 걷기로 한다. 아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이 포함된 곳이기도 하고, 나도 가본 적이 오래된 코스를 택했다. 집에서부터 걷기를 시작하여 정릉천을 거슬러 올라가 북한산둘레길에 들어선 후, 명상길, 평창마..

파주 웅담리 암장 - 2025년 1월 18일(토)

햇빛 찬란한 겨울날 아침은 영하로 떨어진 기온과 상관 없이 포근했다. 찬바람도 거의 없었고 오후부터 기온은 영상 7도까지 상승했다. 대자연 속에서 겨울 암벽등반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날씨였다. 그 덕택에 악우들과 함께 파주의 웅담리 암장에서 알차게 등반하며 만족스런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아늑한 2암장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햇살을 받아 암벽에 비친 나목의 그림자는 예술작품이 따로 없었다. 자연암벽에서의 스포츠클라이밍이 처음인 이신부님이 함께 해서 더욱 뜻깊은 등반이었다. 첫 경험의 설레임을 동반한 호기심과 등반에 대한 열정이 신부님의 환한 미소와 해맑은 표정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그 모습에 나 역시 기쁘고 보람찬 기분이 들었다. 2암장에서 3개 루트, 1암장에서 2개 루트, 3암장에서 3개 루트에 매..

암빙벽등반 2025.01.19

고향 나들이와 오트밀 건강빵

설 명절이 다가오니 성묘를 다녀오기로 했다. 추운 겨울인 설날은 어머님이 상경하셔서 우리집에서 쇠기로 되어 있으니, 평일에 짬을 내어 아내와 둘이서 성묘를 겸한 1박 2일 일정의 고향 나들이를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광주의 공원묘지에 잠들어 계신 장인·장모님의 묘소와 나주 선산에 자리한 아버지의 묘소에 참배한 것이 가장 중요한 일정이다. 성묘를 마치고 저녁 땐 동생과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남평 드들강변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모임을 가졌다. 요즘엔 농촌에 있는 식당들도 도회지 못지 않게 정갈하고 운치 있는 레스토랑 같아서 함께 한 시간이 더욱 즐거웠다. 이번에 고향집을 오갈 땐 처음으로 세종-포천 간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었다. 북부간선도로의 중랑IC에서 진입하여 큰누나네 집이 있는 남안성까지 시원하게 뻗..

나의 이야기 2025.01.17

디스커버리 클라이밍 스퀘어 ICN - 2025년 1월 11일(토)

어제와 그제는 최저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지는 맹추위 속이었다. 오늘 오후부터는 추위가 조금 풀릴 거라는 예보지만 여전히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9도이고, 낮 최고기온도 0도에 머무를 거라고 한다. 아무래도 실내에서 운동하는 것이 적절하겠다는 생각에서 인천 마전역에 있는 디스커버리 클라이밍 스퀘어를 찾기로 했다. 클라이머들의 생각은 비슷한 듯하다. 개장시간인 10시 직전부터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이 암장을 찾아온 이들이 많았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클라이머들로 붐볐던 탓에 여유롭게 등반을 즐긴다는 건 애초에 기대조차 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신부님, 은경, 나, 이렇게 셋이서 한 팀이 된 우리는 비어 있는 루트를 찾아다니면서 부지런히 매달린 덕택에 ..

암빙벽등반 2025.01.12

도봉산 - 2025년 1월 4일(토)

참으로 오랜만에 기영형, 대섭, 은경, 나, 이렇게 넷이서 함께 산행을 했다. 그동안 쌓인 회포를 풀면서 도봉산에 올랐다. 우이동에서 출발하여 우이남능선의 테라스에 둥지를 틀고 앉아 한참을 쉬었다. 시원한 조망이 눈을 즐겁게 하고 따스한 겨울햇살이 내리쬐어 아늑한 공간이 된 자연 속의 카페에서 좋은 사람들 사이에 정담이 오고가니 기쁨이 흘러 넘쳤다. 우이암을 거쳐 도봉주릉에 올라 자운봉, 만장봉, 신선대가 정면으로 보이는 양지바른 쉼터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런저런 얘기 나누면서 정겨운 오솔길을 따라 도봉계곡을 거쳐 천천히 하산하는 발걸음이 편안했다.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한 공백기가 길다해도 엊그제 만난 것처럼 편안한 산우들과의 도봉산 신년 산행이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내트레킹 2025.01.05

파주 웅담리 암장 - 2025년 1월 1일(수)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달 동안은 전 국민이 충격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대는 형국이었다. 2024년 12월 3일에 선포된 비상계엄령 사태의 후폭풍과 12월 29일, 일요일 아침에 터진 무안공항 비행기 폭발 사건의 충격적인 여파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암울한 상황에서 맞이한 새해 첫날이다. 오늘은 음력으로 쇠는 내 생일이기도 하지만, 마냥 밝고 희망찬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것이다. 비행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사망자 179명의 명복과 애통해 하실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하는 바이다. 살면서 이러한 비극을 겪지 않으면 좋으련만, 우리네 인생사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흘러가는 것은 없다. 안타까운 심정과 함께 인간의 나약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지금 ..

암빙벽등반 2025.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