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섭 시인의 시집 <달빛 등반>은 자연암벽에서 즐기는 멀티피치 등반을 좋아하는 클라이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바가 매우 클 수 밖에 없는 산악시들로 짜여져 있다. 내가 한창 멀티피치 바윗길을 찾아다니던 때에 가슴 설레이게 등반했던 설악산의 '한 편의 시를 위한 길', '경원대길', '별을 따는 소년들', '몽유도원도' 등의 암릉길은 모두 저자인 김기섭 시인의 주도로 개척되었다. 북한산의 '시인 신동엽길', '녹두장군길', '김개남장군길', '별이 있던 그자리' 등과 도봉산의 '배추흰나비의 추억길'도 역시나 김기섭 시인이 개척자 중의 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긴 세월 동안 인수봉을 비롯한 대자연 속의 여러 바윗길을 등반하면서 켜켜히 쌓였을 시상이 <달빛 등반> 시집 속에 오롯히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시집 속의 여러 시들 중에서 아래의 사진 속에 나타나 있는 5편의 시가 특히나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굳이 암벽등반이 아니더라도 산과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감명 깊게 암송하고픈 시들이 많아서 앞으로도 가끔 손이 갈 듯하다. 그동안 내가 등반했던 바윗길 뿐만 아니라 오래 전부터 올랐던 산과 연관된 시를 읽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옛 산행에서의 아련한 추억들이 떠오르는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다. 독서의 계절이라지만 추수철의 바쁜 업무와 아웃도어 레저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가을 날씨 같은 주변 환경은 아이러니 하게도 책 읽을 틈을 거의 주지 않는다. 교양서적 읽을 틈이 거의 나지 않는 요즘 같이 분주한 시절에 잠시 짬을 내어 커피 한 잔과 함께 시 한 편 감상해 보는 여유를 갖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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