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국내등반여행

[여름 등반여행 3] 영덕 블루로드 해벽 - 2022년 8월 1일(월)

빌레이 2022. 8. 2. 13:17

영남알프스 신불산 아래의 등억온천단지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여 영덕군 축산항 근처에 있는 블루로드 해벽을 찾아간다. 고속도로를 따라가는 경로는 아직 없는 모양인지 네비게이션은 경주와 포항을 거쳐 영덕에 이르는 국도로 안내한다. 중간 경유지인 경주를 통과하던 중에 즉흥적으로 불국사를 잠깐 둘러보고 가기로 한다. 불국사와 석굴암 모두 관람 시간인 9시 전에 도착한 까닭에 석굴암 입구까지 올라가서 주차하고 1시간 정도의 산행으로 토함산 정상에 다녀온다. 언제나 그렇듯 관광객들로 붐비는 석굴암과 불국사를 재빠르게 구경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블루로드 해벽으로 이동한다. 시간이 빠듯할 듯하여 차 속에서 간단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부지런히 달려서 축산항에 도착하니 오후 1시 즈음이다.

 

축산항에서 해파랑길을 따라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니 10분도 채 되지 않은 거리의 오목하고 아담한 백사장 뒤로 블루로드 해벽이 나타난다. 암벽은 해파랑길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어 누구라도 지나칠 염려는 없겠지 싶다. 여름철 피서 등반지로 인기 높은 이 해벽을 올해는 반드시 와 보고 싶었는데, 바램 하나가 이루어진 셈이다. 주말엔 피서 온 클라이머들로 붐빌 게 뻔하여 일부러 월요일로 등반 일정을 잡은 것은 아주 현명한 결정이었다. 오늘은 블루로드 해벽을 우리팀이 독차지 할 수 있었다. 해파랑길을 걷는 트레커들이 간간히 지나가고 바로 앞 백사장에서 제법 높은 파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젊은 친구 둘이서 바다수영을 즐기는 것 외에 다른 인적은 없었다. 구름낀 하늘과 불어오는 해풍에 출렁대는 동해의 세찬 파도가 시원함을 더해 주었고 주변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 없었다.

 

바닷가에서 바다 내음 맡으며 해벽에 붙을 수 있다는 설레임으로 장비를 착용하는 순간 비로소 여름휴가를 온전히 만끽하고 있다는 감사함과 행복감이 밀려왔다. 블루로드 해벽은 처음이니 가능하면 여러 루트들을 경험하고 싶었다. 쉬워 보이는 루트부터 공략하여 6개의 바윗길을 부지런히 올랐다. 바윗길마다 하나하나 특색 있고 오르는 재미가 느껴졌다.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근처에서 일박 하면서 좀 더 많은 루트들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서울로 귀환해야 하는 일정이 야속할 뿐이었다. 오후 5시 전에는 서울로 출발하기로 하고 쉬는 시간 없이 매달린 까닭에 예상보다는 일찍 체력이 소진되었다. 좀 더 여유롭게 등반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동해의 시원한 풍광 속에서 해벽에 매달릴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다. 이제는 '당진영덕고속도로'가 온전히 개통되어 서울에서 영덕까지 고속도로가 연결되어 있다. 언제든 이 블루로드 해벽에 다시 와서 한층 더 즐겁고 여유로운 등반을 즐겨보리라는 소망을 마음 속에 품었다.    

     

▲ 석굴암 입구에 도착하니 오전 9시부터 관람 가능하다고 하여 토함산에 먼저 다녀오기로 했다.
▲ 석굴암 입구에서 토함산 정상을 다녀오는 데는 한 시간 남짓이 걸렸다. 처음 와 본 정상이라서 인증사진을 남겨 보았다.
▲ 불국사 경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관광객들로 붐볐다.
▲ 불국사는 청운교와 백운교를 볼 수 있는 이 풍경이 가장 마음에 든다. 나의 첫 직장에서 첫 여름휴가는 경주 가족여행이었다. 그때 살아계셨던 아버님 모시고 이곳에서 가족사진을 남겼던 기억이 떠올랐다.
▲ 축산항에서 블루로드 해벽으로 가는 진입로 풍경이다.
▲ 동해 바다를 왼쪽에 두고 해파랑길을 10분 정도만 걸어가면 해벽이 나온다.
▲ 시원한 동해 바다가 펼쳐지고 제법 세찬 파도가 갯바위를 쳐서 가끔 물보라를 일으켰다.
▲ 해파랑길 중간에 숨어 있는 작은 모래사장 우측에 블루로드 해벽이 있다.
▲ 장비를 착용하면서 와보고 싶었던 블루로드 해벽에서 등반한다는 감사함과 행복감이 밀려왔다.
▲ '모래성(5.10b)' 루트를 오르고 있다.
▲ 몸이 덜 풀린 탓에 오버행 턱에서 한두 차례의 행도깅을 해야 했다. 그래도 블루로드 해벽에서 처음으로 오른 '모래성'의 앵커에 안전하게 줄을 걸었다는 만족감이 있었다.
▲ 등반 중에 동해 바다를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았다.
▲ 가장 쉬운 루트인 '쩜구였는데(5.8)'를 오르고 있다.
▲ 가능하면 쉬운 곳을 많이 오르자는 생각으로 붙은 '쩜구였는데'는 그야말로 힐링 코스였다.
▲ '고래등(5.10a)' 루트를 등반 중이다.
▲ '고래등'부터는 살짝 몸이 풀리는 듯하여 아주 즐겁게 오를 수 있었다.
▲ '고래등' 앵커 바로 아래는 동굴이었다. 그곳에 들어 앉아 참선해도 좋을 듯했다.
▲ 앵커에서 바라본 바다는 더욱 시원스러웠다.
▲ '골목길(5.9)' 루트를 등반 중이다.
▲ '골목길'은 좌측 크랙을 따라 이어지는 등반선이 자연스러웠다.
▲ 앵커에 도착하면 자연스레 바다를 돌아보게 된다.
▲ 조금 어려워 보이는 '숨박꼭질(5.10d)' 루트를 출발 중이다.
▲ '숨박꼭질' 루트는 우측벽을 사용하지 않으면 더 어려울 듯했다.
▲ '숨박꼭질' 루트 우측의 벽을 이용해서 쉴 수 있었지만, 크럭스는 상단부에 있었다.
▲ '숨박꼭질'은 정코스로 완등하지 못하고 우측 침니로 올라서 가까스로 줄을 걸었다.
▲ '숨박꼭질(5.10d)' 루트를 정코스로 올라보기 위해 톱로핑 방식으로 등반했으나 여전히 어려웠다.
▲ 우리팀이 등반하는 동안 해파랑길을 걷는 사람들이 간간히 보였다.
▲ 해파랑길은 시원한 해풍 맞으며 가족끼리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길이다.
▲ 해벽 앞에는 초미니 백사장이 있다. 등반 중에도 잠시 바닷물에 발을 담글 수 있다.
▲ 블루로드 해벽엔 내 수준에서 도전할 만한 루트들이 많아서 꼭 다시 찾아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차가 있는 축산항으로 돌아와서 서울로 돌아가는 발걸음 속에 다시 찾아 오겠다는 다짐을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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