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신불산 아래의 등억온천단지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여 영덕군 축산항 근처에 있는 블루로드 해벽을 찾아간다. 고속도로를 따라가는 경로는 아직 없는 모양인지 네비게이션은 경주와 포항을 거쳐 영덕에 이르는 국도로 안내한다. 중간 경유지인 경주를 통과하던 중에 즉흥적으로 불국사를 잠깐 둘러보고 가기로 한다. 불국사와 석굴암 모두 관람 시간인 9시 전에 도착한 까닭에 석굴암 입구까지 올라가서 주차하고 1시간 정도의 산행으로 토함산 정상에 다녀온다. 언제나 그렇듯 관광객들로 붐비는 석굴암과 불국사를 재빠르게 구경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블루로드 해벽으로 이동한다. 시간이 빠듯할 듯하여 차 속에서 간단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부지런히 달려서 축산항에 도착하니 오후 1시 즈음이다.
축산항에서 해파랑길을 따라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니 10분도 채 되지 않은 거리의 오목하고 아담한 백사장 뒤로 블루로드 해벽이 나타난다. 암벽은 해파랑길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어 누구라도 지나칠 염려는 없겠지 싶다. 여름철 피서 등반지로 인기 높은 이 해벽을 올해는 반드시 와 보고 싶었는데, 바램 하나가 이루어진 셈이다. 주말엔 피서 온 클라이머들로 붐빌 게 뻔하여 일부러 월요일로 등반 일정을 잡은 것은 아주 현명한 결정이었다. 오늘은 블루로드 해벽을 우리팀이 독차지 할 수 있었다. 해파랑길을 걷는 트레커들이 간간히 지나가고 바로 앞 백사장에서 제법 높은 파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젊은 친구 둘이서 바다수영을 즐기는 것 외에 다른 인적은 없었다. 구름낀 하늘과 불어오는 해풍에 출렁대는 동해의 세찬 파도가 시원함을 더해 주었고 주변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 없었다.
바닷가에서 바다 내음 맡으며 해벽에 붙을 수 있다는 설레임으로 장비를 착용하는 순간 비로소 여름휴가를 온전히 만끽하고 있다는 감사함과 행복감이 밀려왔다. 블루로드 해벽은 처음이니 가능하면 여러 루트들을 경험하고 싶었다. 쉬워 보이는 루트부터 공략하여 6개의 바윗길을 부지런히 올랐다. 바윗길마다 하나하나 특색 있고 오르는 재미가 느껴졌다.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근처에서 일박 하면서 좀 더 많은 루트들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서울로 귀환해야 하는 일정이 야속할 뿐이었다. 오후 5시 전에는 서울로 출발하기로 하고 쉬는 시간 없이 매달린 까닭에 예상보다는 일찍 체력이 소진되었다. 좀 더 여유롭게 등반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동해의 시원한 풍광 속에서 해벽에 매달릴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다. 이제는 '당진영덕고속도로'가 온전히 개통되어 서울에서 영덕까지 고속도로가 연결되어 있다. 언제든 이 블루로드 해벽에 다시 와서 한층 더 즐겁고 여유로운 등반을 즐겨보리라는 소망을 마음 속에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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