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9월의 첫 주말이다. 강촌의 바윗길 중에서 아직까지 올라보지 못한 조각상 릿지 등반에 나선다. 역대급 태풍이라는 '힌남노'가 북상 중이어서 내일부터는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아직 태풍의 낌새를 느낄 수 없는 춘천의 아침 하늘은 전형적인 초가을 빛깔이다. 북한강변의 청명한 기운을 받으며 강촌레일바이크 주차장에서부터 어프로치를 시작한다. 복잡한 도시의 일상을 벗어났다는 해방감과 폐부 깊숙히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가 정말 좋다. 등반을 서두르지 않기로 하고 강촌 시가지 입구의 편의점에 들러 모닝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본다. 조각상 릿지 출발점까지는 편의점에서 10분이면 충분하다. 커피를 마시면서 손가락 테이핑까지 마무리하고 암벽으로 향한다.
조각상 릿지는 총 4피치로 그리 길지 않은 멀티피치 바윗길이지만 어느 한 구간도 만만하게 통과할 수는 없었다. 현재 내 수준의 클라이밍 실력에서는 결코 호락호락 하지 않은 바윗길이었다. 네 피치 하나 하나가 서로 다른 특색과 난이도를 가진 등반성 높은 루트들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피치에서 온사이트 완등은 초장에 포기했을 정도로 내게는 도전적인 피치들의 연속이었다. 특히 3피치(5.11a)와 4피치(5.10d)는 하드프리 암장에서 프로젝트 대상으로 삼아서 연습하고 싶을 정도로 어렵게 느껴졌다. 등반 중간에 수 차례 행도깅을 하면서 홀드를 찾아나가는 방식으로 올라야 했다. 앞으로 등반 실력을 더 배양하여 언젠가는 자유등반 방식으로 모든 피치를 깔끔하게 완등할 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오늘은 긴장감 높았던 조각상 릿지를 처음으로 안전하게 경험해 봤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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