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강촌 조각상 릿지 - 2022년 9월 3일(토)

빌레이 2022. 9. 4. 10:10

어느덧 9월의 첫 주말이다. 강촌의 바윗길 중에서 아직까지 올라보지 못한 조각상 릿지 등반에 나선다. 역대급 태풍이라는 '힌남노'가 북상 중이어서 내일부터는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아직 태풍의 낌새를 느낄 수 없는 춘천의 아침 하늘은 전형적인 초가을 빛깔이다. 북한강변의 청명한 기운을 받으며 강촌레일바이크 주차장에서부터 어프로치를 시작한다. 복잡한 도시의 일상을 벗어났다는 해방감과 폐부 깊숙히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가 정말 좋다. 등반을 서두르지 않기로 하고 강촌 시가지 입구의 편의점에 들러 모닝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본다. 조각상 릿지 출발점까지는 편의점에서 10분이면 충분하다. 커피를 마시면서 손가락 테이핑까지 마무리하고 암벽으로 향한다.

 

조각상 릿지는 총 4피치로 그리 길지 않은 멀티피치 바윗길이지만 어느 한 구간도 만만하게 통과할 수는 없었다. 현재 내 수준의 클라이밍 실력에서는 결코 호락호락 하지 않은 바윗길이었다. 네 피치 하나 하나가 서로 다른 특색과 난이도를 가진 등반성 높은 루트들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피치에서 온사이트 완등은 초장에 포기했을 정도로 내게는 도전적인 피치들의 연속이었다. 특히 3피치(5.11a)와 4피치(5.10d)는 하드프리 암장에서 프로젝트 대상으로 삼아서 연습하고 싶을 정도로 어렵게 느껴졌다. 등반 중간에 수 차례 행도깅을 하면서 홀드를 찾아나가는 방식으로 올라야 했다. 앞으로 등반 실력을 더 배양하여 언젠가는 자유등반 방식으로 모든 피치를 깔끔하게 완등할 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오늘은 긴장감 높았던 조각상 릿지를 처음으로 안전하게 경험해 봤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 주황색 지붕의 건물은 북한강변에 있는 옛 강촌역이다. 사진 좌측 전봇대 옆에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이 곳이 조각상 릿지로 가는 산길의 시작점이다.
▲ 산길에 들어서면 노란색 리본이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오솔길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가야 한다.
▲ 조각상 릿지 1피치 암벽이다. 중간 부분에 낙석 방지용 와이어가 설치되어 있다.
▲ 1피치를 출발하기 직전이다. 몸이 풀리기 전의 첫 피치는 항상 부담스럽다.
▲ 1피치는 26미터 거리에 난이도는 5.10b로 표기되어 있다. 첫 피치라서 그런지 체감 난이도는 이 보다는 더 높게 느껴졌다. 출발점부터 오버행 턱을 넘어야 하고 와이어 바로 위 부분을 올라서는 게 만만치 않았다.
▲ 예상보다 까다로웠던 1피치를 완료하기 위해 힘을 많이 써야 했다.
▲ 1피치 확보점부터는 시야가 확 트인다.
▲ 북한강의 맑은 물줄기가 등반 내내 펼쳐진다.
▲ 1피치 확보점에서 2피치 출발점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 2피치는 22미터 높이에 난이도 5.10c로 표기되어 있다. 몸이 좀 풀려서 그랬는지 1피치보다는 오히려 쉽게 올랐다.
▲ 마지막 볼트까지는 기분 좋게 자유등반 방식으로 올랐으나, 확보점 직전에서 후퇴하여 행도깅을 하고 말았다. 안전을 위해서 사선으로 진행하는 구간에 볼트가 적어도 하나는 더 추가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2피치의 크럭스는 확보점 바로 아래 구간으로 손홀드와 발홀드 모두 애매해서 균형잡기가 쉽지 않았다.
▲ 2피치 확보점에서 3피치 출발점까지는 30여 미터를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이동 중간의 바위턱에 있는 이끼 위의 화원이 아름다웠다.
▲ 암벽 우측 아래의 사선 크랙부터 시작하는 3피치를 출발하고 있다. 난이도 5.11a로 조각상 릿지 전체에서 가장 어려운 구간이다. 17미터와 16미터로 나누어서 등반할 수 있게 피치 중간에 쌍볼트 확보점이 설치되어 있다. 안전한 등반을 위해서는 확보자가 등반자를 볼 수 있도록 피치를 나누어 등반하는 게 바람직하다.
▲ 난이도에 걸맞게 홀드가 대부분 작고 적절한 홀드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 3피치는 대체로 어려운 루트였지만 몇 차례의 행도깅 후에 홀드를 찾으면서 등반하는 재미는 있었다. 중간 쌍볼트에서 후등자 확보를 보고 있는 중이다.
▲ 3피치 후반부의 등반 라인이다. 중간 쌍볼트에서 두 번째 볼트를 클립하고 나면 그 이후는 쉽게 돌파할 수 있다.
▲ 의암댐에서 폭우에 대비하여 방류량을 늘리는 바람에 북한강의 수위가 높아졌다.
▲ 매 피치가 힘겨워서 경치를 즐길만한 심적 여유는 없었지만, 확보점에 도착한 순간에 구경하는 주변 풍광은 충분히 멋졌다.
▲ 긴장감 높았던 3피치를 끝내고 잠시 한숨을 돌렸다.
▲ 3피치에서 4피치로 이동하는 중이다.
▲ 마지막 4피치는 13미터 높이에 5.10d 난이도로 표기되어 있다. 반듯하게 깍아내린 페이스 형태의 바위다.
▲ 미세한 홀드를 찾으면서 등반하는 재미가 느껴졌던 구간이다.
▲ 4피치 3분의 2 지점에 있는 가로 크랙에 캠 하나를 설치한 후에 올랐다.
▲ 체력과 시간만 있다면 암장에서 프로젝트 등반하듯이 연습해도 좋을 4피치 등반라인이었다.
▲ 예상보다 힘겨웠던 등반이어서 그랬는지 조각상 릿지 마지막 4피치 확보점에서 느낀 감회는 남달랐다.
▲ 조각상 릿지 정상 풍경이다. 우측 바위가 큰바위얼굴이다.
▲ 정상에서 12미터를 하강하면 물깨말 산마루길로 하산할 수 있다.
▲ 하강을 완료한 안부에서 큰바위얼굴을 바라보면 거인의 얼굴 형상이 보인다. 아마도 이 모습 때문에 '조각상 릿지'라는 명칭이 붙었을 것이다.
▲ 큰바위얼굴 옆에서는 가평으로 흘러가는 북한강과 저 멀리 화악산, 명지산의 산줄기까지 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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