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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 숲길 - 2022년 7월 16일(토)

한낮에 제법 장시간 동안 세차게 쏟아진 소나기로 인해 예상보다 일찍 운악산에서의 암벽등반을 마무리 하게 되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중간에 하늘은 다시 맑아져 있었다. 너무 일찍 귀가하는 듯하여 평소에 자동차로 지나치면서 눈여겨 봐 두었던 광릉숲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오늘부터 연꽃축제가 시작된 봉선사에서 출발하여 광릉수목원 정문까지 3km의 숲길을 왕복해서 걸었다. 자동차 도로와 나란히 이어진다는 것이 좀 아쉬웠으나, 아름드리 나무들 사이로 잘 조성된 산책로는 부담 없이 걷기에 더없이 편안한 길이었다.

국내트레킹 2022.07.17

운악산 신선대 암장 - 2022년 7월 16일(토)

곳곳에 소나기가 내릴 거라는 날씨가 변수였으나 오랜만에 운악산의 신선대 암장을 가보고 싶었다. 아침 7시에 서울을 출발해서 1시간 여 만에 운악산광장 주차장에 도착했다. 무지치폭포를 향해 오르는 산길 옆의 비탈진 언덕에 피어난 노오란 망태버섯을 보았다. 좀처럼 보기 힘든 특이한 모양의 망태버섯을 간만에 대하니 친구를 다시 만난 듯 기분이 밝아졌다. 주차장에서부터 약수터가 있는 용담암 암장을 지나 신선대 암장까지 어프로치 하는 데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십 수년은 지났을 신선대 암장에서의 기억은 희미하기만 한데,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베이스캠프를 차린 곳에서 곧바로 오를 수 있는 쉬운 슬랩에서 몸풀기 등반을 하고 내려왔는데 주변의 돌틈 사이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커다란 뱀을..

암빙벽등반 2022.07.17

새롭게 꾸민 나의 방

20년 가까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전면적으로 리모델링 했다. 그동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서 마냥 미루고만 있었다. 소소한 설비들이 고장나기 시작하여 더이상은 안 되겠다는 판단하에 새롭게 집을 장만한다는 마음으로 결행한 것이다. 많은 것들을 비우고 버려야 했다. 이번 기회에 서재를 전에 딸아이가 쓰던 방으로 옮기고 내가 원하는 모양대로 꾸몄다. 붙박이장과 조립식 앵글을 이용해서 등반 장비들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나의 이야기 2022.07.15

용산 호텔에서 한 달 살기

2022년 상반기를 돌아보면 예년보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제일 큰 일 두 가지는 20년 가까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전면 리모델링 하는 공사를 단행했다는 것과 그 공사 기간 중간에 장인어른이 악성림프종이라는 암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5월과 6월에 걸쳐 진행된 4주간의 공사 기간 동안 온전히 집을 비워줘야 했다. 예전엔 흔치 않았던 '보관이사'와 '호텔 한달살기'라는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용산역과 이동통로로 연결된 호텔에서 4주간을 살았다. 호텔로 거처를 옮겨 열흘 정도가 지난 후, 암 진단을 받게된 장인어른을 용산의 처제집에 모셔야 했다. 호텔에서 지근 거리에 있는 처제집을 오가면서 낮 시간엔 아내가 병간호를 맡았다. 도심 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우리 부부는 여..

나의 이야기 2022.07.15

구름과 안개에 둘러싸인 설악산 - 2022년 7월 10일

설악산 토왕골에서 노적봉 동벽을 오르는 등반 내내 주변 풍광을 볼 수가 없었다. 자욱한 운무에 가리워진 토왕골의 절경을 감상할 수 없다는 건 설악산 등반의 알짜배기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멀리 볼 수 없을 때에도 설악은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운무 사이로 잠시 잠깐이나마 얼굴을 보여준 토왕성폭포와 선녀봉 일대의 침봉들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여 신비감마저 들었다. 젖은 암반을 미끄러지듯 내려오는 육담폭포와 비룡폭포의 청아한 물줄기는 맑고도 시원했다. 등산로 주변엔 이슬비를 머금은 솜다리꽃과 꿩의다리꽃이 그 어느 때보다 싱싱하고 앙증맞은 자태로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산행앨범 2022.07.11

설악산 '4인의 우정길' - 2022년 7월 10일(일)

여름철의 설악산 날씨는 그야말로 변화무쌍 하다. 설악동 숙소에서 새벽 4시에 맞춰 놓은 알람 소리에 눈을 떠보니 창밖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새벽 5시부터 어프로치를 시작하려던 애초의 계획을 바꾸어 느긋하게 출발하기로 한다. 간단히 조식을 해결하고 짐을 꾸리는 사이에 비는 멈춰 있었다. 잠깐의 망설임 끝에 일단은 예정된 '4인의 우정길' 등반을 강행하기로 결정한다. 7시 즈음에 설악동매표소를 통과하여 비룡폭포를 지나 자욱한 안개 속의 토왕골을 거슬러 올라간다. 어프로치를 하는 동안 바윗길이 말라 있기를 바라면서 등반 출발점에 도착한 시각은 8시 30분 무렵이다. 우리 앞에 이미 두 팀이 등반 중이어서 바위 상태는 괜찮을 거라는 기대감에 마음이 놓인다. 첫 피치 출발점 앞의 테라스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설악산 소토왕골 암장 - 2022년 7월 9일(토)

올해는 설악산 등반이 예년보다 조금 늦어졌다. 보통은 6월이 가기 전에 설악산 등반을 다녀오곤 했었다. 금년 상반기는 여느 해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다사다난 했다. 마치  수 년 동안 벌어질 일들이 반 년 만에 압축해서 한꺼번에 밀려오는 듯했다. 바쁜 일상 속에 여유가 없다보니 자연스레 설악산 등반까지 뒤로 밀린 셈이 되었다. 아무리 여유가 없다해도 설악엔 다녀와야 내 삶이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 같았다. 이미 여름 휴가철로 접어들었으니 동해안으로 가는 피서 인파를 피하기 위해 서울에서 새벽 4시에 출발했다. 다행히 어떠한 교통체증도 없이 속초에 도착하여 척산온천 부근의 순두집에서 조식을 해결하고 설악동 주차장에 도착했는데도 7시 반이 채 지나지 않았다. 하루종일 흐리지만 비는 오지 않을 거라는 일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