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트레킹

[2023 스위스 알프스 #1] 사스페(Saas-Fee) 입성 - 8월 6일(일)

빌레이 2023. 8. 19. 00:29

기나긴 여정이었다. 인천공항에서 카타르 도하를 거쳐 스위스 제네바에 이르는 이번 여행에서 나는 처음으로 카타르항공을 이용했다. 비행기는 토요일 자정을 넘긴 8월 6일 01시 30분에 예정대로 출발했다. 중간 기착지인 도하국제공항까지 10시간 15분 동안 깊은 밤을 날아갔다. 도하국제공항은 '2022 FIFA World Cup Qatar'를 성공리에 마무리한 나라의 관문답게 예상보다 화려하고 규모가 거대했다. 환승을 위한 대기 시간은 3시간 10분이었는데, 실내 공원까지 갖춰진 작은 타운 같은 공항 시설 덕택에 기다리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도하에서 08시 5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로 갈아타고, 6시간 25분 동안을 날아서 제네바공항에 도착한 때는 한국보다 7시간 느린 현지 시간으로 오후 2시 20분이었다. 

 

제네바공항에 도착하여 허선생님과 우리 일행 10명이 반갑게 만나서 기차로 비스프(Visp)까지 이동했다. 제네바에서 레만호를 끼고 있는 로잔과 몽트뤠를 거쳐 론 계곡 안쪽의 마르티니와 비스프까지 이어지는 기찻길은 예전에 몇 차례 오간 적이 있어서 그런지 낯설지 않았다. 눈에 익은 차창 밖 풍경은 13년 전인 2010년에 처음으로 알프스에 나홀로 와서 가슴 설레이던 순간들을 저절로 떠오르게 해 주었다. 기차로 이동하는 동안 오랜만에 만난 허선생님과 마주 앉아 서로의 궁금했던 근황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비스프에서 기차를 내려 사스페(Saas-Fee)까지는 버스를 이용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7시가 넘었고, 그린델발트(Grindelwald)와 체르마트(Zermatt)에서의 트레킹을 마치고 사스페로 건너 와 미리 기다리고 계시던 또다른 10명의 그룹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먼저 오신 그룹 중에는 안나푸르나와 다테야마 트레킹을 함께 다녀왔던 이사장님 부부가 계셔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사스페는 사스(Saas) 계곡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산악마을로 해발 고도가 1800 미터에 이른다. 버스 터미널에서 바로 아래의 숙소로 이동하는 짧은 시간 동안 내 눈에 들어온 사스페의 첫 인상은 먼 길을 달려 오면서 쌓였을 여독이 한순간에 사라질 만큼 신선했다. 새하얀 만년설로 덮여 있는 13개의 4천 미터급 봉우리들이 마을 주변을 둘러싸고 있고, 산 정상부 바로 아래에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듯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는 빙하가 위태로워 보였다. 얇은 패딩점퍼를 걸쳐야 할 정도로 쌀쌀한 기온 또한 하루 사이에 여름이란 계절을 까마득히 망각하게 했다. 주변의 모든 환경이 비로소 알프스에 첫발을 들여 놓았다는 행복한 현실을 자각시켜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카타르항공 비행기가 도하로 향하던 중간에 히말라야 산맥 아래를 지나는 순간. 하얀 산맥의 모양이 '스마일'로 보였다.
▲ 처음 와 본 도하(Doha) 국제공항은 실내공원까지 갖춰져 있을 정도로 생각보다 크고 화려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 도하에서 제네바로 향하는 중간엔 알프스 산맥을 볼 수 있었다. 한 달 전에 출장을 다녀왔던 크로아티아가 경로 중간에 있어서 새삼 반가웠다.
▲ 비스프(Visp)역에서 사스페까지는 버스를 이용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세찬 바람이 불어와 자켓을 걸쳐야 했다. 13년 전에 비스프에서 체르마트로 가는 기차를 갈아탔던 기억이 떠올랐다.
▲ 오늘 이용한 여러 교통편의 종착지인 사스페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순간이다. 사스페는 스위스 남부의 발레(Wallis) 주에 속한다.
▲ 사스페 버스터미널 앞의 첫 풍경은 긴 여행으로 인한 피로를 한 순간에 날려버릴 정도로 신선했다.
▲ 숙소로 내려가는 길 옆의 전통가옥들이 알프스의 정취를 발하고 있었다.
▲ 배정된 방의 창문에서 보이는 풍경이다. 쏟아질 듯한 빙하가 정면에 보였다.
▲ 숙소는 산골마을의 호스텔답지 않게 현대적이고 편안했다.
▲ 저녁에 숙소 주변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알프스를 느낄 수 있었다.
▲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알프스는 한국의 한여름 무더위를 까마득히 잊게 해주는 신선함으로 나를 반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