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국내등반여행

설악산 소토왕골 암장 - 2022년 7월 9일(토)

빌레이 2022. 7. 11. 10:41

올해는 설악산 등반이 예년보다 조금 늦어졌다. 보통은 6월이 가기 전에 설악산 등반을 다녀오곤 했었다. 금년 상반기는 여느 해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다사다난 했다. 마치  수 년 동안 벌어질 일들이 반 년 만에 압축해서 한꺼번에 밀려오는 듯했다. 바쁜 일상 속에 여유가 없다보니 자연스레 설악산 등반까지 뒤로 밀린 셈이 되었다. 아무리 여유가 없다해도 설악엔 다녀와야 내 삶이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 같았다. 이미 여름 휴가철로 접어들었으니 동해안으로 가는 피서 인파를 피하기 위해 서울에서 새벽 4시에 출발했다. 다행히 어떠한 교통체증도 없이 속초에 도착하여 척산온천 부근의 순두집에서 조식을 해결하고 설악동 주차장에 도착했는데도 7시 반이 채 지나지 않았다.

 

하루종일 흐리지만 비는 오지 않을 거라는 일기예보에 기대를 걸고 소토왕골 암장에 도착했으나, 암벽은 전반적으로 젖어 있었다. 그래도 쉬운 루트에서 몸을 풀어볼 요량으로 중앙벽에 붙어 보았다. 그런데 미처 첫 볼트에 클립하기도 전에 이슬비가 내리는 게 아닌가? 할 수 없이 후퇴하여 장비를 해체하고 소토왕골 암장의 루트들을 구경하는 것으로 시간을 좀 보내면서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골짜기 깊숙히 자리한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루트까지 둘러보고 내려오니 다시 하늘이 벌어지는 듯했다. 맨 좌측 암벽은 어느 정도 말라 있어서 '빗자루', '호미', '독사', 이렇게 3개 루트를 차례대로 등반할 수 있었다. 네 번째 루트를 출발하려는 찰나 다시 이슬비가 내렸다. 이번엔 미련 없이 짐을 정리하고 산을 내려왔다. 남은 오후 시간엔 속초 앞바다를 산책하면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는 것으로 피서지에 온 기분을 내 보았다.      

   

▲ 비룡교를 지날 때부터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다.
▲ 비룡폭포로 향하는 등산로 정비가 완료 되었다. 소토왕골 암장은 비룡교를 건넌 직후에 나타나는 이곳에서 우측의 샛길로 빠지면 된다. 사진 중앙의 소나무숲 속으로 가기 전에 우측으로 빠져야 한다.
▲ 소토왕골 암장 안내도가 암벽 앞의 계곡 중간에 있다. 설악동 매표소애서 이곳까지 30분 정도 걸렸다.
▲ 등반을 시작하려는 순간 안개비가 내려서 소토왕골 안쪽의 루트들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 소토왕골 암장 안쪽엔 멀티피치 코스들이 여러 개 있다. '작은 꿈'도 언젠가는 오를 수 있기를 바래본다.
▲ '어떤이의 꿈' 루트 앞에는 낙석으로 인해 등반을 금지한다는 안내판이 있었다.
▲ '꿈의 궁전' 루트도 언젠가는 등반할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가져본다.
▲ '한 편의 시를 위한 길' 하산로와 두줄폭포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만나는 지점 부근에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루트가 있다.
▲ 골짜기 안쪽에서 올려다 본 소토왕골 암벽이다. 오버행 루프 구간이 낙석 위험으로 등반 금지된 '어떤이의 꿈' 루트 일 것이다.
▲ 예전부터 오르고 싶었던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루트를 올려다 보았지만 암벽이 젖어 있어서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 루트들을 둘러보고 골짜기를 내려오는 중간에 안개비는 그치고 잠시 파란 하늘이 열리는 듯했다.
▲ 국사대폭포가 있는 암장 맞은 편 절벽은 잠시 동안 비춘 햇빛을 받아 환해졌다.
▲ 맨 좌측 루트부터 차례대로 올라보기 위해 다시 장비를 착용하고 자일을 묶었다.
▲ '빗자루' 루트는 중단 이후의 크럭스 구간에 슬링이 걸려 있었다.
▲ '빗자루' 루트를 오르고 있다. 바위를 만지는 순간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 '호미(5.10c, 30m)' 루트는 톱로핑 방식으로 올랐다.
▲ '독사(5.10b, 34m)' 루트는 오버행과 직상 크랙으로 이루어진 크럭스 구간을 돌파하는 게 재미 있었다.
▲ '독사' 루트의 오버행 구간 아래에서는 자일 유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알파인 퀵드로를 사용했다.
▲ 다시 소토왕골 암장에 안개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여 철수하기로 했다.
▲ '한 편의 시를 위한 길' 초입과 소토왕골 암장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에 위치한 돌탑이다.
▲ 소토왕골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오염원이 없으니 정말로 맑을 수 밖에 없다.
▲ 설악동 주차장에 도착해서 돌아본 소토왕골은 여전히 구름 속이었다.
▲ 남은 오후 시간은 속초 앞바다를 산책하는 것으로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