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설악산 등반이 예년보다 조금 늦어졌다. 보통은 6월이 가기 전에 설악산 등반을 다녀오곤 했었다. 금년 상반기는 여느 해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다사다난 했다. 마치 수 년 동안 벌어질 일들이 반 년 만에 압축해서 한꺼번에 밀려오는 듯했다. 바쁜 일상 속에 여유가 없다보니 자연스레 설악산 등반까지 뒤로 밀린 셈이 되었다. 아무리 여유가 없다해도 설악엔 다녀와야 내 삶이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 같았다. 이미 여름 휴가철로 접어들었으니 동해안으로 가는 피서 인파를 피하기 위해 서울에서 새벽 4시에 출발했다. 다행히 어떠한 교통체증도 없이 속초에 도착하여 척산온천 부근의 순두집에서 조식을 해결하고 설악동 주차장에 도착했는데도 7시 반이 채 지나지 않았다.
하루종일 흐리지만 비는 오지 않을 거라는 일기예보에 기대를 걸고 소토왕골 암장에 도착했으나, 암벽은 전반적으로 젖어 있었다. 그래도 쉬운 루트에서 몸을 풀어볼 요량으로 중앙벽에 붙어 보았다. 그런데 미처 첫 볼트에 클립하기도 전에 이슬비가 내리는 게 아닌가? 할 수 없이 후퇴하여 장비를 해체하고 소토왕골 암장의 루트들을 구경하는 것으로 시간을 좀 보내면서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골짜기 깊숙히 자리한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루트까지 둘러보고 내려오니 다시 하늘이 벌어지는 듯했다. 맨 좌측 암벽은 어느 정도 말라 있어서 '빗자루', '호미', '독사', 이렇게 3개 루트를 차례대로 등반할 수 있었다. 네 번째 루트를 출발하려는 찰나 다시 이슬비가 내렸다. 이번엔 미련 없이 짐을 정리하고 산을 내려왔다. 남은 오후 시간엔 속초 앞바다를 산책하면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는 것으로 피서지에 온 기분을 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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