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등반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이다. 지난 이틀 동안 아쉬울 것 하나 없이 만족스런 클라이밍을 즐겼다. 자투리 시간도 가고 싶었던 여행지를 찾아 가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아쉽지만 이제 서울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다. 창문 바로 아래로 화엄사계곡이 펼쳐져 있어 졸졸졸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정겨웠던 산장 같은 숙소를 뒤로 하고, 지리산 성삼재 가는 길에 자리한 천은사로 향했다. 양지바른 겨울날 아침의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천은사 경내와 절집 아래로 이어지는 천은제 호수 주위를 산책하는 동안 저절로 마음이 정화되는 듯했다. 천은제 둑방길에서 올려다본 노고단 정상부는 하얀 설산이어서 이국적인 운치를 더해 주었다. 어머니의 산이라는 지리산의 드넓은 품을 느낄 수 있었던 이번 여행에 대한 감사의 기도가 저절로 나왔다.
천은사 산책 후에는 구례 예술인마을에 있는 독일 빵집을 찾아갔다. 부드러운 풍미가 일품이었던 드립커피와 함께 먹은 발효종 빵의 구수한 맛은 가히 일품이었다. 구례에서 생산된 우리밀로 만든다는 독일식 식사빵은 유럽 출장길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던 빵맛을 다시금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담백한 그 빵맛은 아련한 향수마저 불러 일으켜 주었다. 구례읍내의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은 직후에는 근처의 섬진강 대나무숲길을 걸었다. 마지막 여행지인 섬진강변의 대나무숲에서는 여행 첫날 아침에 올라 구례읍내를 굽어보았던 오산 정상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난 2박 3일 동안 뜻깊었던 남도 등반여행의 행복한 추억을 가득 안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도 평소의 주말같지 않게 이렇다 할 교통정체는 없었다. 그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던 이번 여행에 깊이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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