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국내등반여행

[여름 등반여행 1] 울산 문수산 병풍바위 - 2022년 7월 30일(토)

빌레이 2022. 8. 2. 10:19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대표적인 여름 휴가철인 이른바 '7말8초' 기간에 맞추어 나도 클라이밍을 겸한 여행을 다녀오기로 한다. 애초에 이번 등반여행은 4박 5일 일정으로 야심차게 계획했었다. 울산 문수산 병풍바위 암장에서 시작하여 영덕 블루로드 해벽을 거쳐 설악산에서 이틀을 등반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울산으로 내려가는 고속도로 상에서 5호 태풍 송다의 영향으로 이미 허가를 받아 두었던 설악산 장군봉 암벽등반을 취소한다는 문자가 왔다. 아쉬움 속에 2박 3일 일정으로 계획을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 첫째 날은 문수산 병풍암장, 둘째 날은 영남알프스 국제클라이밍장, 셋째 날은 영덕 블루로드 해벽에서 등반하고, 날씨를 봐 가면서 짬짬이 주변 여행지를 둘러보는 것으로 최종적인 일정이 짜여졌다.

 

토요일 새벽 4시에 서울을 출발해서 8시 반 즈음에 울산의 문수산 중턱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했다. 내가 난생 처음으로 울산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중간 휴게소에서 조식을 해결하고 왔는데도 불구하고 서울에서는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던 울산의 문수산에 아침 9시가 채 되기 전에 도착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간 새로운 고속도로들이 많이 건설되어 교통이 편리해진 덕택을 본 것이다. 부울경 지역의 대표적인 하드프리 자연암벽 등반지인 문수산 병풍바위는 클라이밍에 재미를 붙인 이후로 꼭 와보고 싶은 동경의 대상지였다. 개척된 루트들이 2백여 개가 넘을 정도로 규모가 큰 암장이다. 따뜻한 남향이어서 한겨울에도 암벽등반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주차장에서 15분 정도만 걸어 올라가면 눈 앞에 펼쳐지는 은하수 암장의 중앙벽에서 세 개 루트를 오르는 것으로 고대했던 병풍바위 암장에서의 첫 등반을 경험했다. 잦은 비로 인해 습기 가득 머금은 바위 표면과 작은 홀드들로 인해 표기된 난이도에 비해 훨씬 더 어렵게 느껴졌다. 오후 시간엔 전망 좋은 상단부의 두꺼비 바위로 이동하여 부담 없고 쉬운 난이도의 루트에서 즐겁게 등반할 수 있었다. 바람이 잘 통하는 두꺼비 바위는 조망이 좋아서 울산 앞바다까지 훤히 보였고, 은하수 암장에 비해 바위의 상태가 한결 나았다. 가을날처럼 건조하고 까칠한 홀드를 잡는 촉감이 좋아서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하산할 때는 기존암장의 루트들을 천천히 구경하면서 병풍바위의 전체적인 위치를 가늠할 수 있었다. 이제 암장들의 위치와 규모를 어느 정도 파악했으니 멀지 않은 시기에 문수산 병풍바위를 다시 찾아와 마음껏 등반에 몰입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소망을 마음 속에 품었다.            

 

▲ 문수산 중턱의 도로변 주차장에서 어프로치를 시작했다. 이곳 주소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청량읍 율리 산334-1'이다.
▲ 주차장에서 문수사 방향으로 올라가다 나오는 첫 번째 갈림길에서 좌측의 비포장 임도로 들어섰다. 숲길이 상쾌했다.
▲ 위험 표지판이 나오면 우측으로 올라가야 한다.
▲ 돌계단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눈앞으로 병풍바위 하단의 은하수 암장이 펼쳐진다.
▲ 은하수 암장 우측 상단벽을 지나서 오솔길을 따라가면 정갈한 화장실도 갖춰져 있다. 위 사진은 화장실에서 돌아오는 길에 찍은 것이다.
▲ 은하수 암장의 우측 벽은 고난도 루트들이 즐비한 오버행 벽이다.
▲ 은하수 암장 우측 상단의 측면 벽에도 고난도 루트들이 많다.
▲ 은하수 암장 중앙벽의 '온달과 평강공주'부터 올라 보았다.
▲ '온달과 평강공주'는 크랙을 따라 좌측으로 오르는 루트이다. 최근의 비로 인해 크랙이 약간 젖어 있었다.
▲ '온달과 평강공주'의 크럭스 구간은 크랙 상단부였다. 크랙엔 적절한 손홀드가 없었고 좌측으로 빠져야 했다.
▲ 온사이트 완등엔 실패했지만, '온달과 평강공주'에 안전하게 줄을 거는 데 성공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
▲ '온달과 평강공주' 바로 우측의 '구리구리' 루트는 한결 더 어려웠다. 몇 차례의 행도깅 후에 가까스로 줄을 걸 수 있었다.
▲ 우리팀이 등반하는 사이에 은하수 암장 우측의 측면벽에서 고수분들이 고난도 루트에 도전하고 있었다.
▲ 우측벽에도 5.10대 초반 난이도의 루트들이 있으나 그리 쉽지 않아 보였다.
▲ 우측벽과 중앙벽 사이에도 만만치 않은 루트들이 즐비했다.
▲ '구리구리' 우측의 '악우' 루트는 톱로핑 방식으로 올랐다.
▲ '악우' 루트는 중간 부분이 크럭스였다. 상단부의 오버행 구간은 홀드가 좋아서 어렵지 않게 넘어설 수 있었다.
▲ 우리에게 병풍암장에 대해 많은 정보를 주신 로컬 클라이머 두 분께서 우리가 등반했던 중앙벽을 오르고 계신다.
▲ 은하수 암장의 좌측벽은 상대적으로 등반 흔적이 적었다.
▲ 은하수 암장 바로 위의 두꺼비 암장으로 올라가던 중간의 동굴에 기도터가 있었다.
▲ 두꺼비 암장 바로 옆에도 기도터가 있었다.
▲ 두꺼비 암장의 '캔디' 루트를 등반 중이다. 바위 상태가 좋아서 가뿐하게 온사이트로 완등했다.
▲ 두꺼비 바위는 은하수 암장에 비해 전망도 좋고 바람도 잘 불어서 시원했다. 그야말로 치유의 등반이었다.
▲ '미소지움' 루트도 바로 옆의 '캔디'와 느낌이 비슷했다.
▲ 전체적으로 직벽에 작은 홀드들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 '미소지움'도 기분 좋게 온사이트로 완등했다.
▲ '울산클라이밍'은 '미소지움' 바로 우측 루트이다.
▲ '울산클라이밍'까지 온사이트로 깔끔하게 완등할 수 있었다.
▲ 마지막으로 우측벽 중앙의 가장 긴 루트인 '경로당'에 붙었다.
▲ '경로당' 루트의 초반부는 크랙을 따라 올라가는 자연스런 등반선이 마음에 들었다.
▲ '경로당'의 첫 번째 오버행 턱은 유연하게 잘 넘어갔다.
▲ '경로당' 루트는 두 번째 오버행 턱을 넘어서는 것이 어려웠다. 두어 차례 시도해 봤으나 체력이 소진되어 완등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 두꺼비 바위 앞에는 추모비들이 있었고, 그 너머로는 울산 앞바다가 보였다.
▲ 은하수 암장 상단부의 바위들도 서로 닮음꼴이었다.
▲ 두꺼비 바위에서 기존암장으로 가는 길 낭떨어지 아래는 은하수 암장이다. 낙석에 특별히 주의해야 할 구간이었다.
▲ 은하수 암장 우측 상단 벽을 침니 사이로 위에서 내려다 본 장면이다.
▲ 기존암장의 규모도 상당했다.
▲ 다음에 오면 기존암장부터 등반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기존암장은 병풍바위의 여러 사이트들 중에서 가장 먼저 개척된 곳이라고 한다.
▲ 기존암장을 빠져 나오면 문수사로 올라가는 돌계단과 만나게 된다.
▲ 문수사 주차장에 있는 등산 안내도.
▲ 문수사 주자장은 아침에 내가 주차했던 도로변 주차장 바로 위에 있다. 새로 지은 듯한 문수산 쉼터의 화장실이 정말 깨끗했다.
▲ 문수산 진입로 중간에 있던 음식점 1층의 생선구이 맛이 일품이었다.
▲ 신불산 아래의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가 자리한 등억온천단지 내의 숙소에서 이틀 밤을 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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