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직장인들의 대표적인 여름 휴가철인 이른바 '7말8초' 기간에 맞추어 나도 클라이밍을 겸한 여행을 다녀오기로 한다. 애초에 이번 등반여행은 4박 5일 일정으로 야심차게 계획했었다. 울산 문수산 병풍바위 암장에서 시작하여 영덕 블루로드 해벽을 거쳐 설악산에서 이틀을 등반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울산으로 내려가는 고속도로 상에서 5호 태풍 송다의 영향으로 이미 허가를 받아 두었던 설악산 장군봉 암벽등반을 취소한다는 문자가 왔다. 아쉬움 속에 2박 3일 일정으로 계획을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 첫째 날은 문수산 병풍암장, 둘째 날은 영남알프스 국제클라이밍장, 셋째 날은 영덕 블루로드 해벽에서 등반하고, 날씨를 봐 가면서 짬짬이 주변 여행지를 둘러보는 것으로 최종적인 일정이 짜여졌다.
토요일 새벽 4시에 서울을 출발해서 8시 반 즈음에 울산의 문수산 중턱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했다. 내가 난생 처음으로 울산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중간 휴게소에서 조식을 해결하고 왔는데도 불구하고 서울에서는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던 울산의 문수산에 아침 9시가 채 되기 전에 도착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간 새로운 고속도로들이 많이 건설되어 교통이 편리해진 덕택을 본 것이다. 부울경 지역의 대표적인 하드프리 자연암벽 등반지인 문수산 병풍바위는 클라이밍에 재미를 붙인 이후로 꼭 와보고 싶은 동경의 대상지였다. 개척된 루트들이 2백여 개가 넘을 정도로 규모가 큰 암장이다. 따뜻한 남향이어서 한겨울에도 암벽등반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주차장에서 15분 정도만 걸어 올라가면 눈 앞에 펼쳐지는 은하수 암장의 중앙벽에서 세 개 루트를 오르는 것으로 고대했던 병풍바위 암장에서의 첫 등반을 경험했다. 잦은 비로 인해 습기 가득 머금은 바위 표면과 작은 홀드들로 인해 표기된 난이도에 비해 훨씬 더 어렵게 느껴졌다. 오후 시간엔 전망 좋은 상단부의 두꺼비 바위로 이동하여 부담 없고 쉬운 난이도의 루트에서 즐겁게 등반할 수 있었다. 바람이 잘 통하는 두꺼비 바위는 조망이 좋아서 울산 앞바다까지 훤히 보였고, 은하수 암장에 비해 바위의 상태가 한결 나았다. 가을날처럼 건조하고 까칠한 홀드를 잡는 촉감이 좋아서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하산할 때는 기존암장의 루트들을 천천히 구경하면서 병풍바위의 전체적인 위치를 가늠할 수 있었다. 이제 암장들의 위치와 규모를 어느 정도 파악했으니 멀지 않은 시기에 문수산 병풍바위를 다시 찾아와 마음껏 등반에 몰입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소망을 마음 속에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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