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국내등반여행

대둔산 우정길 - 2022년 5월 5일(목)

빌레이 2022. 5. 8. 10:56

어린이날인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계획한 2박 3일 일정의 등반여행을 떠나는 마음이 어린 시절에 어린이날을 고대하던 순간처럼 살짝 설레인다. 하지만 설레임도 잠시 첫 등반지인 대둔산 '우정길'로 향하는 현실이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다.  새벽 5시 전에 집을 나섰는데도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하는 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금요일 하루만 휴가를 낸다면 4일 동안의 연휴를 즐길 수 있는 황금연휴의 시작일이자 교통량 많기로 소문난 어린이날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이번 연휴의 마지막 날은 부처님오신날과 어버이날이 겹친 일요일이다.

 

천안휴게소에서 간단히 조식을 해결하고 대둔산주차장에 8시 반 즈음에 도착했다. '우정길'은 케이블카 상부 하차장에서 10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바윗길이다. 그래서 대둔산 등반을 다닌 이후 처음으로 9시부터 운행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접근하기로 했다. 어프로치부터가 등반이라는 생각에 전에는 케이블카엔 눈길도 주지 않던 나였지만, 어느새 허리통증과 체력을 감안해서 접근성 좋은 바윗길을 찾아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이 또한 나이듦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과정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우정길'은 첫 피치의 첫 볼트에 클립하는 게 좀 부담스러웠을 뿐, 4피치까지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진행하면서 좌우로 펼쳐지는 대둔산의 멋진 풍광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릿지길이었다. 다소 긴장감 있고 등반성 좋은 루트들이 이어지는 바윗길 후반부인 5피치부터 마지막 7피치까지는 등반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등반을 마치고 가파른 등로를 따라 지루하게 하산해야 하는 고생길을 케이블카가 덜어주니 피곤함이 한결 덜했다. 이른 석식 후에는 소화를 위해 대둔산 논산시 지역에 있는 수락계곡을 산책했다. 작년부터 알게된 수락계곡으로 가는 길에 공휴일인데도 문을 연 카센터에서 내 차의 브레이크 라이닝을 잡아주는 캘리퍼를 수리할 수 있어서 운전하던 내내 불안했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던 것도 큰 행운이었다.     

 

▲ 대둔산주차장에서 케이블카정류장으로 향하는 길에서 본 이끼도롱뇽 디자인. 처음엔 도마뱀인줄 알았는데 수락계곡을 산책하면서 안내판을 보고 이끼도롱뇽이란 걸 알았다.
▲ 케이블카는 09시부터 운행한다. 첫 케이블카엔 클라이머들이 많이 보였다.

 

▲ 우정길은 상부 케이블카 하차장에서 하산길 계단을 내려오다가 좌측의 용문골 방향으로 진입하면 금방이다.
▲ 용문골 방향의 하산길에서 나오는 첫 번째 너덜지대를 조금 올라가면 우정길 출발점이 나온다. 최근에 개척된 '그리움길(동윤길)'은 우정길 바로 좌측 암릉을 따라 이어진다. '그리움길' 정상은 우정길 1봉과 만난다.
▲ 우정길 출발점에 개념도 동판이 있다.
▲ 우정길 1피치의 첫 볼트에 클립하는 게 만만치 않았다. 안전을 위해 첫 볼트 아래에 캠을 설치하고 올랐다.
▲ 우정길 바로 우측으로는 '연재대길'이 이어진다.
▲ 2피치 초반부는 안자일렌 하고 걸어서 진행할 수 있는 구간이다. 사진 중앙에 연재대길의 사자크랙이 멋지게 보였다.
▲ 2피치 후반부는 안부에서 좌측으로 이어지는 침니를 오르면 된다.
▲ 2피치 쌍볼트 확보점은 침니를 오른 후 좌측 벽을 더 올라가야 보인다.
▲ 2피치 확보점에서 좌측으로 '그리움길'을 등반하는 팀이 보였다. 사진 상의 봉우리가 '그리움길' 정상이면서 '우정길' 1봉이기도 하다.
▲ 우정길 2피치 확보점에서는 케이블카 상부 하차장 지붕이 내려다 보인다.
▲ 우정길 3피치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40 미터 정도를 오르면 된다.
▲ 우정길 4피치 초반부를 오르고 있다.
▲ 우정길 4피치 쌍볼트 확보점 풍경이다.
▲ 5피치 초반부는 4피치 확보점에서 잠시 올라간 후에 짧게 클라이밍 다운 해야 한다.
▲ 클라이밍 다운 하고 있는 중이다.
▲ 5피치는 클라이밍 다운 직후의 안부에서 본격적으로 출발한다. 첫 볼트 클립에 주의해야 한다. 처음엔 우측으로 붙었다가 좌측 사선으로 진행하는데 밸런스에 주의를 요하는 구간이었다.
▲ 5피치 등반라인이다. 첫 볼트 이후에 작은 홀드를 찾으면서 진행하는 재미가 느껴졌다.
▲ 5피치 확보점에서 6피치의 잘 생긴 직상크랙을 올려다 보고 있다.
▲ 우정길의 하일라이트 구간이라 할 수 있는 6피치 후반부의 직상크랙을 등반 중이다.
▲ 직상 크랙은 역광이어서 등반라인이 사진 상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등반하는 재미가 가장 좋았던 구간이었다.
▲ 직상 크랙을 만족스럽게 오른 후 확보점에서 이 루트가 최고라는 엄지척을 취해 보았다.
▲ 우정길 6피치를 완료하면 1봉 정상이다. 1봉 정상에서는 마지막 7피치가 있는 2봉이 선명하게 마주 보인다.
▲ 1봉 정상에서 좌측 아래로 구름다리 위의 삼선계단이 보인다.
▲ 1봉 정상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2봉으로 향했다. 클라이밍 다운 구간엔 고정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 우정길 7피치는 고도감이 상당했다. 초반부 침니를 좌측으로 올라서서 우측의 직벽에 붙어야 한다. 직벽에 있는 첫 볼트가 낡아서 선등하는 입장에서 심리적인 갈등을 겪었지만, 자세히 홀드를 살펴보니 스탠스가 양호해 보여서 과감히 건널 수 있었다.
▲ 직벽에 붙은 이후 구간에서는 크랙을 따라 진행하는 루트인데 긴장감은 높았으나 손홀드가 듬직해서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 직벽이 부담스러워 배낭을 메지 않고 등반한 후에 끌어 올렸다.
▲ 소나무 우측의 쌍볼트는 튼튼한데, 중간 볼트들이 노후되어 선등자를 쫄게 했다.
▲ 2봉 정상으로 가는 길에 돌아본 그림이다. 1봉 정상이 내려다 보인다.
▲ 우정길의 마지막 확보점은 직벽 위의 나무에 있다. 직벽을 등반한 후에 오버행 촉스톤을 올라서야 비로소 등반이 종료된다.
▲ 우정길 2봉 정상에 누군가 돌탑을 쌓아 놓았다.
▲ 우정길 전체 피치를 안전하고 즐겁게 등반한 직후의 만족감과 안도감이 컸다.
▲ 산죽지대에서 일반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는 하산길 중간에 금강구름다리를 구경했다.
▲ 케이블카를 타고 순식간에 하산하니 여러모로 편했다. 마지막 케이블카는 상부 승차장에서 오후 6시에 출발한다.
▲ 작년에 발견한 수락계곡의 산책로가 생각나서 이른 석식 후에 다시 찾았다.
▲ 주차장에서 수락폭포까지 이어지는 완만한 산책로는 식후 산책코스로 강추할만 하다.
▲ 수락계곡에서 본 이끼도롱뇽 관련 설명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