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인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계획한 2박 3일 일정의 등반여행을 떠나는 마음이 어린 시절에 어린이날을 고대하던 순간처럼 살짝 설레인다. 하지만 설레임도 잠시 첫 등반지인 대둔산 '우정길'로 향하는 현실이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다. 새벽 5시 전에 집을 나섰는데도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하는 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금요일 하루만 휴가를 낸다면 4일 동안의 연휴를 즐길 수 있는 황금연휴의 시작일이자 교통량 많기로 소문난 어린이날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이번 연휴의 마지막 날은 부처님오신날과 어버이날이 겹친 일요일이다.
천안휴게소에서 간단히 조식을 해결하고 대둔산주차장에 8시 반 즈음에 도착했다. '우정길'은 케이블카 상부 하차장에서 10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바윗길이다. 그래서 대둔산 등반을 다닌 이후 처음으로 9시부터 운행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접근하기로 했다. 어프로치부터가 등반이라는 생각에 전에는 케이블카엔 눈길도 주지 않던 나였지만, 어느새 허리통증과 체력을 감안해서 접근성 좋은 바윗길을 찾아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이 또한 나이듦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과정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우정길'은 첫 피치의 첫 볼트에 클립하는 게 좀 부담스러웠을 뿐, 4피치까지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진행하면서 좌우로 펼쳐지는 대둔산의 멋진 풍광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릿지길이었다. 다소 긴장감 있고 등반성 좋은 루트들이 이어지는 바윗길 후반부인 5피치부터 마지막 7피치까지는 등반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등반을 마치고 가파른 등로를 따라 지루하게 하산해야 하는 고생길을 케이블카가 덜어주니 피곤함이 한결 덜했다. 이른 석식 후에는 소화를 위해 대둔산 논산시 지역에 있는 수락계곡을 산책했다. 작년부터 알게된 수락계곡으로 가는 길에 공휴일인데도 문을 연 카센터에서 내 차의 브레이크 라이닝을 잡아주는 캘리퍼를 수리할 수 있어서 운전하던 내내 불안했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던 것도 큰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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