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기다림이다. 다른 계절에 비해 유독 봄은 빨리 오기를 기다리게 된다. 겨울 추위에 웅크리고 두터운 옷 속에 갇혀 지내야 하는 답답함에 지쳐갈 무렵이면 봄은 서서히 우리 곁을 찾아온다. 24절기는 태양의 황도 상 위치에 따라 계절적 구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立春)이 바로 오늘이다. 달력에서 봄의 시작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날이다. 물론 위도에 따라 봄을 체감하는 시기에는 차이가 있다. 당연히 남녘에서의 봄이 빠를 것이다. 때마침 토요일이 입춘, 일요일이 정월 대보름날이어서 봄 기운을 느껴보고자 조금은 먼 남녘으로의 등반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새벽 5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대구-부산 고속도로 삼랑진 나들목을 빠져나와 경남 양산시의 천태사 고갯길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은 아침 9시 반 경이다. 밀양시에 속하는 삼랑진을 통과할 때는 5일장이 서는 날인지 아침부터 거리에 제법 활기가 넘쳐 보였다.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생소한 고속도로들을 여러 개 거쳐왔지만,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던 양산시에 난생 처음 발을 디뎌보는 데에는 불과 5시간이 채 걸리지 않은 셈이다. 알프스암장이 없었다면 아마도 이 곳을 내 평생 동안 오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약 20분의 어프로치 끝에 알프스암장에 닿았다. 인터넷 상에서 보았던 암장의 정겨운 모습들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감회가 남달랐다.
티 없이 맑은 하늘에서 정남향의 알프스암장으로 아낌 없이 쏟아지는 찬란한 햇살이 더이상 좋을 수가 없었다. 봄을 찾아 먼 길을 달려온 나그네를 반겨주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천태사 골짜기와 그 아래 평야지대를 가로지르는 낙동강 물줄기는 내 마음을 편안히 어루만져 주었다. 클라이밍이 주목적인 여행이라지만 무리하지 않고 즐기자는 생각으로 온사이트 완등이 가능할 듯한 쉬운 루트들만 골라서 등반했다. 중간 볼트 개수가 5개 이하인 짧은 루트들이 많았지만, 루트마다 특색 있고 나름대로 오르는 동작들이 재미 있었다. 루트 명칭들도 모두 알프스와 관련된 익숙한 것들이어서 더욱 즐겁게 등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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