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산 관음폭포 계곡의 절경은 언젠가 한번은 꼭 내 두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협곡의 깍아지른 절벽과 시원한 폭포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은 유명 산수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안과 수술의 여파 탓인지 더욱 분주해진 일상은 주말 등반의 여유마저 앗아가 버렸다. 우물쭈물 하다 보니 올해 봄 등반시즌은 물 건너 가버렸다. 유월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올해의 첫 멀티피치 등반을 결행할 수 있게 되었다. 모처럼 맞이한 주말 등반지로 별안간 뇌리에 떠오른 곳이 포항 내연산 선일대 릿지였다. 서울에서 다소 먼 거리여서 잠시 망설였으나, 오랜만에 찾아온 해방감을 만끽하기 위해 일단은 머릿속에 떠오른 바를 행동에 옮겨보기로 작정을 했다.
새벽 4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8시 반이 되기 전에 내연산 보경사 앞을 통과할 수 있었다. 동해안의 영덕까지 잘 뚫린 고속도로 덕택이었다. 12개의 폭포가 이어진다는 청하골을 따라서 관음폭포까지 완만하게 이어진 산길로 40분 정도를 접근했다. 고대하던 절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관음폭포 앞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곧바로 선일대 릿지길 등반에 나섰다. 티롤리안 브릿지를 건너 등반 출발점에 도착했다. 총 4피치로 구성된 직벽의 바윗길은 등반성 좋은 루트였다. 확보점에서 둘러보는 주변 풍광 또한 가슴이 탁 트이는 절경이었다. 멀티피치 등반에 대한 감각이 떨어져서 그랬는지 선등하는 내내 긴장감은 평소보다 높았다. 바윗길 종착점인 선일대 팔각정에 오르는 것으로 안전하게 등반을 마친 순간엔 먼 길 달려와서 오르고 싶었던 루트에 붙길 정말 잘했다는 충만감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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