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국내등반여행

포항 내연산 선일대 릿지 - 2023년 6월 3일(토)

빌레이 2023. 6. 5. 18:51

내연산 관음폭포 계곡의 절경은 언젠가 한번은 꼭 내 두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협곡의 깍아지른 절벽과 시원한 폭포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은 유명 산수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안과 수술의 여파 탓인지 더욱 분주해진 일상은 주말 등반의 여유마저 앗아가 버렸다. 우물쭈물 하다 보니 올해 봄 등반시즌은 물 건너 가버렸다. 유월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올해의 첫 멀티피치 등반을 결행할 수 있게 되었다. 모처럼 맞이한 주말 등반지로 별안간 뇌리에 떠오른 곳이 포항 내연산 선일대 릿지였다. 서울에서 다소 먼 거리여서 잠시 망설였으나, 오랜만에 찾아온 해방감을 만끽하기 위해 일단은 머릿속에 떠오른 바를 행동에 옮겨보기로 작정을 했다.

 

새벽 4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8시 반이 되기 전에 내연산 보경사 앞을 통과할 수 있었다. 동해안의 영덕까지 잘 뚫린 고속도로 덕택이었다. 12개의 폭포가 이어진다는 청하골을 따라서 관음폭포까지 완만하게 이어진 산길로 40분 정도를 접근했다. 고대하던 절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관음폭포 앞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곧바로 선일대 릿지길 등반에 나섰다. 티롤리안 브릿지를 건너 등반 출발점에 도착했다. 총 4피치로 구성된 직벽의 바윗길은 등반성 좋은 루트였다. 확보점에서 둘러보는 주변 풍광 또한 가슴이 탁 트이는 절경이었다. 멀티피치 등반에 대한 감각이 떨어져서 그랬는지 선등하는 내내 긴장감은 평소보다 높았다. 바윗길 종착점인 선일대 팔각정에 오르는 것으로 안전하게 등반을 마친 순간엔 먼 길 달려와서 오르고 싶었던 루트에 붙길 정말 잘했다는 충만감이 밀려왔다.     

 

▲ 포항 내연산 등산로 입구에 자리한 보경사.
▲ 상생폭포. 청하골에는 12개의 멋진 폭포가 이어진다고 한다.
▲ 어프로치 중간에 오늘의 등반지인 선일대 정상의 팔각정이 선명하게 보였다.
▲ 선일대 앞을 지나는 산길에서 바라본 암벽을 보면서 루트를 가늠할 수 있다.
▲ 관음폭포 앞을 지나는 다리를 건너서 시작되는 계단 중간에 릿지길 초입이 있다.
▲ 관음폭포의 절경을 구경하면서 장비를 착용했다. 연산구름다리를 건너 가면 연산폭포를 볼 수 있다.
▲ 선일대 릿지는 티롤리안 브릿지를 건너는 것으로 시작한다.
▲ 쇠줄로 고정되어 있는 티롤리안 브릿지는 도르래가 설치되어 있어서 편안하게 통과할 수 있다.
▲ 첫 피치는 오버행 좌측으로 넘어간다. 난이도와 상관 없이 첫 피치의 긴장감은 언제나 무시 못한다.
▲ 둘째 피치는 세로크랙으로 시작해서 오버행을 넘어가는 루트이다. 후반부가 그리 쉽지 않았다.
▲ 2피치 등반라인이다. 나무 위의 오버행 구간을 넘어서는 부분이 크럭스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 2피치를 올라서면 테라스가 나온다. 이곳에서의 조망이 훌륭하다.
▲ 3피치를 등반 중이다. 전형적인 크랙등반 루트이다. 캠은 BD 2호 이상의 큰 사이즈만 설치 가능했다.
▲ 바윗길 맞은편에는 소금강전망대가 자리한다. 일반 등산객들이 등반하는 우리를 구경하는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 마지막 4피치를 오르고 있다. 초반부의 페이스 구간에서 홀드를 잘 찾아야 했다.
▲ 4피치의 후반부는 손홀드가 좋아서 과감한 동작을 취할 수 있었다.
▲ 선일대 릿지 종착점에 도착한 순간의 기쁨은 생각보다 컸다.
▲ 마지막 확보점은 선일대 정자 바로 앞인데, 본의 아니게 일반 산객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 등반을 마치고 선일대 정자 앞에서 장비를 정리했다. 국보급인 겸재 정선의 산수화 <내연산폭포>와 <내연삼용추>에 대한 안내판이 있었다.
▲ 다시 관음폭포로 내려왔을 때는 아침보다 산객들이 아주 많았다.
▲ 연산구름다리와 소금강전망대도 올려다 보였다.
▲ 구름다리 위에서 우리가 올랐던 선일대 암벽을 선명히 볼 수 있었다.
▲ 구름다리를 지나니 연산폭포의 시원한 물줄기를 만날 수 있었다.
▲ 하산길 말미에 보경사 경내를 구경했다. 수국의 풍성함 만큼이나 만족스러웠던 등반에 대한 감사함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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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 기록된 난이도보다 내가 체감한 어려움은 한두 등급은 위라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