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범씨가 계획한 1박 2일의 남도 등반여행에 동참하기로 한다. 고창 할매바위 암장에서 첫째 날을 보내고, 월출산 아래의 숙소로 이동하여 1박한 후, 둘째 날은 광주 바자울산악회와 연합하여 최근에 개척된 연실봉 암장에서 등반하는 일정이다. 2년 전 한여름에 북상한 장마전선을 피해 "남쪽으로 튀어 보자"란 생각으로 결행했던 것과 비슷한 여정이다. 새벽 5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서해안 고속도로의 군산휴게소에서 조식을 해결하고 9시 무렵에 할매바위 암장에 도착했다.
예전에 비해 암장 주변이 말끔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드넓은 주차장에 간이 화장실과 세면대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새롭게 단장된 암장을 기념하는 의미인지 암벽에는 다음 주 일요일에 '제1회 고창 할매바위 전국 암벽등반대회'를 개최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등반가이신 어느 독지가께서 할매바위 일대를 매입하여 클라이밍을 위한 공원으로 조성하여 개방하셨다는 후문이다. 사유지에 개척된 암장들이 지주와의 갈등으로 폐쇄되는 사례를 종종 목격했던 터라 내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쨌거나 우리 클라이머들에겐 무척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으니 앞으로도 할매바위 암장을 더욱 깨끗하게 보존하고 가꿔 나가야 할 것이다.
남도에 왔다는 걸 확인시켜 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오늘 할매바위는 늦가을 날씨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사한 봄날 같았다. 암장 주변에선 철쭉꽃이 목격될 정도였다. 마음 같아선 여러 루트에서 다양한 오름짓을 즐기고 싶었지만 가을 시즌을 허송했던 만큼 몸이 잘 따라주지 않았다. 그래도 등반성 좋은 5.10a 루트까지는 대부분 온사이트로 완등할 수 있어서 나름의 만족감은 있었다. 오후 4시 즈음까지 비교적 열심히 매달린 까닭에 체력은 소진되어 보람찬 피곤함이 몰려왔다.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올 수 있다면 5.11대의 루트들에도 매달려 볼 수 있겠다는 도전의식이 생겼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었던 등반이었다.
아래는 2년 전 여름에 할매바위에서 등반했던 기록이다.
https://gaussmt.tistory.com/1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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