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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산길 10시간 걷기 - 2021년 2월 13일(토)

이번 설날 연휴엔 고향집에 내려가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보고 싶은 가족과 친지들을 맘 놓고 만날 수 없다는 게 여간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3주 전 평일에 잠시 짬을 내어 1박 2일 일정으로 어머니와 장인어른을 찾아뵙고 온 까닭에 서운함은 덜었지만 명절을 명절답게 보내지 못하는 답답함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서울에서 보내게 된 연휴 동안 산에 자주 가자는 계획을 세웠다. 본의 아니게 너무 많이 먹게 되어 건강을 해치는 누를 범하곤 하는 명절증후군을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았다. 허리 통증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체중 감량부터 하라는 실내암장 선배님의 조언을 나름대로 실천하고 있는 요즘이다. 귀향하지 않았으니 적게 먹고 운동 많이 하자는 기본 원칙을 이번 설 연휴에도 멈추지 않을 수 있는 여..

국내트레킹 2021.02.14

지장산 습설 산행 - 2021년 2월 6일(토)

근래 들어 가장 힘겨운 산행이었다. 3일 전에 많은 눈이 내린 이후로 아무도 걸어간 흔적이 없는 등산로를 더듬어 길을 찾아가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물기 잔뜩 머금은 습설은 아이젠을 찬 발바닥에 떡처럼 들러붙어서 한 발 한 발 내딛는 것이 고역이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축구하듯 발을 앞으로 차고 눈을 털어 내면서 걷다보니 체력 소모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산행을 계획했을 때만 해도 15km 남짓의 지장산 등산로가 아무리 험해도 7시간이면 넉넉하겠지 싶었다. 그런데 아침 9시 전에 첫 발걸음을 뗀 오늘의 산행은 주위가 어두워질 무렵인 6시 반 경에야 끝낼 수 있었다. 자그마치 9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 것이다. 겨울산은 많은 변수가 생길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던 교훈적인 산행이었다. 중리저..

국내트레킹 2021.02.07

[독후감] 체스트넛 스트리트 - 메이브 빈치의 단편소설집

2018년 여름에 다녀온 더블린 출장 이후로 아일랜드란 나라를 좋아하게 되었다. 제임스 조이스, 오스카 와일드, 사무엘 베게트 같은 문학의 거장들을 배출한 나라여서 그런지 아일랜드의 감성은 나에게 초록빛 자연과 함께 아련한 향수마저 불러 일으켰다. 아일랜드가 그리워질만 했을 때 알게된 소설가가 바로 메이브 빈치였다. 이란 작품을 읽은 후로 아일랜드의 국민작가라는 메이브 빈치는 나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되었다. 두 번째로 읽었던 의 책장을 덮은 후로 나는 완전히 그녀의 팬이 되어 있었다. 이번에 세 번째로 만난 소설인 역시 마지막 541 페이지의 책장을 넘길 때까지 어느 한 부분도 지루할 새가 없이 흥미진진한 얘기들로 가득했다. 그야말로 메이브 빈치는 이제 믿고 보는 작가라는 사실을 다시금 내게 확인시켜 주..

나의 이야기 2021.01.31

양주 가래비빙벽장과 불곡산 - 2021년 1월 30일(토)

양주시의 가래비 빙벽장은 집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고 어프로치가 짧다는 점을 제외하면 내 입장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인 곳이라 할 수는 없다. 공장들이 산재해 있는 주변 환경이 아름답지도 않고, 과거에 채석장이었던 빙벽이 자연스러운 것도 아니다. 주말이면 항상 많은 클라이머들로 붐벼서 어수선한 분위기 탓에 맘 놓고 등반을 즐길 수 있는 여건 또한 기대하기 힘들다. 기범씨로부터 원래 계획했던 판대가 아닌 가래비에 가자는 연락이 왔을 때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약속된 일정이니 따른다는 수동적인 자세로 참석할 수 밖에 없었다. 역시나 오늘도 가래비 빙벽장의 환경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빈약한 얼음에 너무 많은 클라이머들이 붙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암벽에 겨우 얹혀 있는 듯한 얼음은..

암빙벽등반 2021.01.31

양구 용소빙벽장 - 2021년 1월 24일(일)

지난 겨울에 빙벽교육을 받았던 강원도 양구군 국토정중앙면에 자리한 용소빙벽장을 1년만에 다시 찾았다. 3일 전부터 나가기 시작한 실내암장에서 그동안 무겁고 둔해진 내 몸을 실감했던 터라 빙벽등반에 대한 즐거움은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악우들과 함께 바람이나 쐬고 오자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나 같은 초보자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코스가 많은 용소빙벽장에서의 오름짓은 예상보다 괜찮았다. 기범씨와 윤선씨가 선등해서 설치한 자일에 의지하여 톱로핑 방식으로 안전하게 빙벽등반의 기본 자세를 점검하고 익힐 수 있었다. 약해진 전완근 탓에 등반을 마음껏 즐길 수는 없었지만, 오후엔 빙벽등반의 기본 자세가 어느 정도는 잡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 발에 체중을 실어야 하는 N바디 자세에서 허리를 움직일 때..

암빙벽등반 2021.01.25

북한산(칼바위-대동문-소귀골) - 2021년 1월 23일(토)

내일 빙벽등반 약속이 잡혀서 오늘은 집에서 책이나 읽으면서 쉴까 하다가 비 개인 뒤의 신선함에 이끌려 뒷산으로 향한다. 어느 산을 갈까 망설일 때 복잡한 생각 없이 발길을 옮길 수 있는 동네 뒷산이 있어서 다행이고, 그 산이 북한산이라서 더욱 좋다. 간밤에 봄비처럼 흠뻑 내린 비가 산하를 깨끗이 청소해 놓았다. 산행 코스도 고민하기 싫어서 익숙한 칼바위 능선과 대동문을 거쳐 소귀골로 하산한다. 스티브님과 함께 했던 새해 첫 산행코스와 비슷한 경로이다. 칼바위 정상에서 바라본 노적봉, 만경대, 백운대, 인수봉의 자태가 오늘따라 유난히 깨끗하게 보인다. 간밤의 비에 씻긴 바위 표면이 하얗게 빛나고 있다. 우이동으로의 하산 코스로 소귀골 계곡은 진달래 능선보다 좋은 점이 많은 듯하다. 비 온 뒤의 신선함과 봄..

국내트레킹 2021.01.25

강촌의 산길 걷기(강선봉-검봉산-문배마을-봉화산) - 2021년 1월 16일(토)

이른 아침 애마에 몸을 싣고 서울을 벗어난다. 춘천시에 속하는 강촌역 주차장에 도착하여 애마를 쉬게 한다. 도로가 막히지 않으니 1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작금의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다면 강촌에 올 땐 경춘선 전철을 이용했을 것이다. 대학생 시절부터 친구들과 놀러왔었고, 근자엔 삼악산 등산과 암벽등반을 위해 가끔 찾아왔던 강촌은 내게 익숙한 휴양지다. 이 곳의 신선한 아침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서울 생활의 답답함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기분이다. 예전에 발목골절 수술 후의 재활산행을 목적으로 공기 좋은 경춘선과 중앙선 전철 주변의 여러 육산을 연계해서 길게 걸었던 적이 있다. 그때 굴봉산역과 강촌역 사이를 잇는 산길을 몇 차례 오갔었고, 그 코스 중간 갈림길에서 벗어난 문배마을과 ..

국내트레킹 2021.01.17

도봉산 주변길 걷기(우이령길-사패산-백석천-중랑천-도봉산역) - 2021년 1월 13일(수)

어제는 오후에 함박눈이 내렸다. 재택근무를 한답시고 하루종일 문지방을 넘지 못했다. 따뜻한 아파트 거실에서 게으름을 피우며 창밖으로 흩날리는 눈발을 구경만 했다. 오늘 아침엔 밖으로 나가서 눈길을 오래 걷고 싶었다. 방학 중에는 대체로 일정이 자유로우니 아무리 바빠도 주중에 하루는 짬을 내어 산에 가리란 마음 속의 계획을 실천하고도 싶었다. 우이령길을 통해 교현리로 넘어가서 원각사에서 사패산에 오르고, 안골에서부터 백석천과 중랑천의 산책로를 따라서 도봉산역까지 8시간 30분을 꾸준히 걷는 것으로 마음 먹은 바를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땅콩카라멜과 파워젤을 간간히 먹으면서 걸으니 한결 피로가 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래 걸을 땐 행동식으로 에너지를 적절히 공급해 주는 게 좋다는 사실도 실험해 볼 수 있..

국내트레킹 2021.01.14

[독후감] 화씨 451 - 레이 브래드버리

나는 공상과학 소설이나 환상 문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수학 전공자로서의 성향을 버리지 못한 탓인지 비현실적인 내용이 주류를 이루는 문학작품 속의 스토리 전개는 논리적 비약이 심해서 쉽게 수긍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소설이라도 너무 허황되어 그럴듯하지 않은 이야기는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지곤 한다. 소설가 김승옥 선생이 했던 말로 기억하는데, "기사는 있는 사실을 쓰는 것이고, 소설은 있을 수 있는 얘기를 쓰는 것이다"란 정의가 나는 적절하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의 한 가운데에서 이전과는 너무나 다른 일상을 살고 있는 현실에서 책을 대하는 나의 자세도 조금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펼쳐든 책인 이다. 최근 산길을 오래 걸으면서 독서가 도보 여행과 닮은 점이 많다는..

나의 이야기 2021.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