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790

북한산(칼바위능선-대동문-구천계곡-둘레길)-2020년 12월 20일(일)

지난 두 주간이 내게는 유난히 힘들었다. 학기말의 성적처리와 거듭되는 입시업무가 겹쳐서 육체적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피로가 겹친 탓인지 운전대를 잡은 이후 처음으로 접촉사고를 내는 불상사도 겪었다. 다행히 상대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상태여서 사람이 다치는 사고는 아니었다. 어젯밤까지 외부와 고립된 상태에서 5일 동안 입시업무에 동원되어 심신이 극도로 피곤한 상태였다. 집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은 달콤한 유혹이 있었지만, 그렇게 집안에 늘어져 있으면 더욱 몸이 아플 것 같았다. 작은 배낭에 간단히 짐을 꾸려서 가장 넘기 어렵다는 문지방을 사뿐히 통과하여 현관문을 열어 젖히고 집 밖으로 나섰다. 이제부터는 자유로운 몸이 된 것이다. 아파트 뒤의 산책로에서 칼바위능..

국내트레킹 2020.12.21

수락산(당고개역-수락주릉-정상-기차바위-도정봉-회룡역)-2020년 12월 12일(토)

모여서 산에 가기 꺼려지는 주변 상황이지만, 평소에 등반을 같이 하던 악우들과 조촐하게나마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기영형, 대섭, 은경, 나, 이렇게 4명이서 단촐하게 모였다. 당고개역에서 시작하여 인공외벽이 있는 공원 위로 이어지는 수락산 등산로를 따라서 능선에 올랐다. 도솔봉 우회로를 통해 주능선에 들어선 후 정상인 주봉을 넘어가서 헬기장 아래에서 점심을 먹었다. 기차바위를 내려와서 도정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걸은 후에 동막골에서 산행을 끝냈다. 손님으로는 우리들뿐이었던 회룡역 근처의 고깃집에서 뒷풀이를 했다. 여러모로 힘든 2020년 한 해였지만 네 사람 모두 안전하고 알차게 등반했다는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년에도 모두가 안전한 가운데 좋은 등반 많이 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

국내트레킹 2020.12.21

Kuntur Sayana - Bolting and climbing a perfect line in Peru

Charlotte Durif & Josh Larson, 두 클라이머가 2년 간의 세계 오지 여행 중에 발견했다는 페루의 안데스 산맥 깊숙한 곳에 자리한 멋진 삼각뿔 모양의 석회암 봉우리에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고 등반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다. 고난도 루트가 이어진 총 230 미터 길이의 등반 루트 명칭은 'Kuntur Sayana'인데, 이는 현지 언어인 퀘츄아어로 "콘도르의 영역(Condors Domain)"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해발고도 4800 미터에 이르는 고산지대에서 바윗길을 개척하기 위해 볼팅하고 등반하는 두 클라이머의 열정과 함께 아름다운 페루 안데스의 풍광이 어우러진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youtu.be/2quugpJRAms

[독후감] 다와다 요코의 장편소설 <용의자의 야간열차>

나의 주말 시간은 산책이 주를 이룬다. 여기서 산책은 '산과 책'을 의미한다. 토요일인 어제는 북한산 등산을 했고, 오늘 하루는 라는 책을 읽었다. 지은이 다와다 요코는 일본어와 독일어로 글을 쓰면서 언어의 유희를 즐긴다고 한다. '산책'은 내가 다와다 요코의 흉내를 내어 즉흥적으로 만들어 본 언어 유희의 한글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다와다 요코의 언어 유희는 이보다 훨씬 더 심오하고 철학적이다. 는 요즘 방송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로 말하자면 여러 면에서 "신박하다". 소설의 주인공은 2인칭 '당신'인데, 그 당신이 독자인 내가 되어 전지적 작가 시점 속의 주인공이 독자 자신이 되는 듯한 특이한 서술 구조를 가지고 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인 당신은 야간열차를 타고 파리, 그라츠, 자그레브, 베오그라드, ..

나의 이야기 2020.11.29

북한산 칼바위에서 비봉능선으로 - 2020년 11월 28일(토)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햇빛은 밝아서 산행하기엔 좋았지만, 비봉능선에서 맞은 차가운 바람은 몸 컨디션을 갑자기 저하시켰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는 상황 속에서 마음 속에 품었던 지방 산행은 접기로 했다. 집에서 곧장 이어지는 둘레길에 들어서는 것을 시작으로 별 생각 없이 북한산의 품에 안겼다. 햇살 따뜻한 곳을 쫓아서 마음 내키는 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칼바위 정상의 시원한 조망을 즐긴 후, 산성주릉을 따라서 대남문으로 향했다. 공사를 마치고 말끔히 새단장을 한 대남문을 구경하고, 문수봉 우회로인 청수동암문을 통과해서 비봉능선 위를 걸었다. 북쪽에서 불어대는 찬바람과 공격적으로 진행하는 단체 산객들이 부담스러워 비봉과 향로봉 사이의 갈림길에서 하산을 결심했다. 내심 ..

국내트레킹 2020.11.29

포천 종자산과 한탄강 주상절리길 - 2020년 11월 21일(토)

종자산의 노송능선은 오래 전부터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국내 최고 난이도(5.15b)의 암벽 루트인 'Soul rock dance'를 품고 있는 종자산 중턱의 종자굴에 개척되어 있다는 암장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종자산 등산과 연계하여 최근에 조성되었다는 포천시에 속하는 한탄강의 주상절리길까지 걷고 싶었다. 이 모든 욕구를 충족시킬 트레킹 코스를 구상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이웃 블로거들의 산행기를 엿보았다. 종자산과 한탄강 영역의 인터넷 지도를 넓은 컴퓨터 모니터에 띄워 놓고 이리저리 경로를 탐색하면서 트레킹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한 궁리 끝에 내 머리 속에 마지막으로 정리된 트레킹 코스는 비둘기낭 폭포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주상절리길을 따라 하늘다리를 통해 한탄강을 가로질러 중2..

국내트레킹 2020.11.22

선인봉 '요델버트레스' - 2020년 11월 14일(토)

선인봉 등반을 위해 아침 8시에 만나기로 한 도봉산 입구의 약속 장소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허리 통증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고는 하지만 암벽등반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어서 늦가을 아침의 쌀쌀한 기운만큼이나 마음은 부담스러웠다. 주중에 기범씨로부터 등반 여부와 몸상태를 묻는 연락이 왔을 때 잠시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도보 산행은 별 문제가 없었기에 로프를 메지 않는다면 등반에 참석할 수 있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여러모로 생각이 복잡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바위에 붙어서 괜히 나아지고 있는 허리병을 악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일단 한 번 시도는 해봐야 돼지 않을까? 눈앞의 부정적인 생각과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꿈틀대는 도전의식이 교차하면서 어프로치 하는 내내 머리 속이 혼란..

암빙벽등반 2020.11.14

북악산 성곽길과 인왕산 자락길 - 2020년 11월 8일(일)

어제와 달리 거실 창밖으로 환하게 빛나는 햇살이 반갑다. 쾌청한 하늘과 따스한 햇빛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가볍게 여장을 꾸려 집을 나선다. 허리 통증을 다스리는 데는 걷기 운동이 제일이라는 말을 믿고 싶다. 다행히 걷는 걸 좋아하니 틈이 날 때마다 바지런을 떨어볼 생각이다. 문득 청와대 뒷편의 북악산 성벽길이 지난 11월 1일부터 52년만에 일반인에게 개방되었다는 소식이 떠올라 그쪽으로 가는 길을 구상해 본다. 북한산둘레길을 걷다가 정릉탐방안내소 앞의 식당에서 순두부백반을 점심으로 사 먹는다. 소화를 시킬 요량으로 정릉천변길을 따라서 천천히 내려오다가 국민대 교정을 통과한다. 북악터널 위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서 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에 접어드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눈에 띈다. 팔각정을 지나서 조금 더 전..

국내트레킹 2020.11.08

송추-솔고개-노고산-옥녀봉-산막골 (2020년 11월 7일(토))

지난 주 산행 경로의 종점인 솔고개에서 등산로가 시작되는 노고산을 오르고 싶었다. 도봉산의 오봉탐방안내소에서 반시계방향으로 진행하는 송추마을길 구간도 걷고 싶었다. 두 곳 모두 아직 밟아보지 않은 길이다. 새로운 길을 걸어본다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설레임은 있기 마련이다. 의정부시 가능역까지 전철로 가서 360번 버스로 갈아타고, 송추유원지에서 내렸다. 오봉탐방안내소 옆으로 이어지는 북한산둘레길을 따라서 솔고개까지 걸었는데, 둘레길 중 절반 이상이 자동차의 소음을 감내해야 하는 도로 옆의 보도블록 길이어서 마냥 즐겁게 걸을 수만은 없었다. 솔고개에서 횡단보도를 건넌 후 마을 뒤편에 있는 노고산 등산로의 초입을 찾은 후부터는 조용한 산길을 걸을 수 있었다. 북한산의 상장능선을 타고 넘어와서 솔고개를 지나고 ..

국내트레킹 2020.11.08

북한산 8시간 걷기 - 2020년 10월 31일(토)

가을은 깊어가고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벌써 시월의 마지막 날이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나이 먹는 것이라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하릴 없이 시간만 흘러보내지 않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몸과 마음, 육체와 영혼이 모두 건강해야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완수할 수 있고, 자신이 계획한 바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나의 몸 상태는 그리 좋지 않다.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한 허리통증을 다스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모든 일을 방어적으로 처리할 수 밖에 없다. 이는 내가 원하는 방향의 삶이 아니다. 우선은 마음 편하게 먹고 몸 건강을 먼저 회복시켜야 하는 것이 선결 과제이다. 병원 치료를 받은 이후에 처음으로 배낭 메고 주말 등산에 나서본다. 짐은 최대한 가볍게 챙기..

국내트레킹 2020.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