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김수영과 천상병 시인을 만나는 둘레길 - 2020년 10월 21일(수)

빌레이 2020. 10. 21. 21:11

허리 상태가 좋지 않다는 핑계로 강의가 없는 평일 하루를 쉬기로 한다. 주말이면 암벽등반에 몰두하느라 소홀했던 아내에게 충성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함께 둘레길 산책에 나선다. 우이동 경전철역을 빠져나와 백운대 가는 길과 반대인 도봉산 방향의 북한산둘레길을 따라 걷는다. 왕실묘역길 구간에서 잠시 벗어나 김수영 문학관을 구경할 수 있는 행운을 얻는다. 그간 코로나 사태로 문을 닫았었는데, 거리두기 조치가 1단계로 완화된 후부터 다시 열린 것이다. 평일이라서 우리 부부 외에는 관람객이 전혀 없는 문학관 내에서 한참 동안 공부하듯 문학관 내부를 속속들이 구경한다. '풀'이라는 시 외에는 김수영 시인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낀 채 문학관을 빠져나온다. 원당샘 주변의 은행나무와 연산군묘를 돌아본 후 정의공주 묘역을 지나서 북한산둘레길의 방학동길 구간으로 접어든다.

 

방학동길 구간은 무수골 마을에서 북한산둘레길의 도봉옛길 구간으로 이어진다. 도봉옛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음식점과 상가들이 모여 있는 도봉산 입구로 내려간다. 산두부집에서 막걸리 한 사발을 곁들인 점심을 사먹고, 도봉산역을 지나서 서울둘레길의 시작점이 되는 청포원에 들어선다. 억새밭을 꾸며 놓은 청포원에서 잠시 가을 정취를 느껴본 후 중랑천을 건너서 수락산으로 이어진 서울둘레길 표지판을 따라 걷는다. 북한산둘레길과 달리 인적이 거의 없는 서울둘레길의 수락산 구간을 따라서 쉬엄쉬엄 걷다가 천상병 시인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수락산 입구에서 걷기를 마친 후, 수락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내의 만보기가 2만 7천보를 알려줄 만큼 제법 길게 산길을 걸었으나 허리 통증이 거의 없으니 다행이지 싶다. 둘이서 함께 걸으며 대화하는 시간 속에 김수영 시인과 천상병 시인의 문학적 향기가 더해지니 이 가을이 더욱 풍성해진 듯한 기분이다. 천상병 시인은 '귀천'에서 아름다운 이 세상을 소풍이라 표현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우리의 걷기 또한 소풍이었다.   

 

1. 산행 초기에 김수영 시인의 흔적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2. 우이동 경전철역을 빠져나와서 방학동 방향의 둘레길을 따라 걷는다.
3. 북한산둘레길의 왕실묘역길 구간에 들어선다.
4. 둘레길에서 잠시 벗어나 김수영 문학관으로 향한다.
5. 혹시나 하고 갔는데, 개관 중이어서 기분이 좋았다. 문학관 1층 전시실이다.
6. 김수영 시인의 마지막이자 대표 시라는 <풀>이 문학관 입구 벽에 장식되어 있다.
7. 문학관 2층 전시실 전경이다. 관람객이 우리 부부 외에는 아무도 없어서 조용히 구경하는 시간이 더욱 좋았다.
8. 김수영 시인의 좌우명이었다는 '상주사심(常住死心)'.... 늘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자유와 사랑을 갈망한 시인의 문학관을 구경하고 난 후 집에 돌아와서 그의 사후 50주년 기념으로 출판된 <김수영 전집1,2>를 주문했다. 각각 시와 산문으로 된 두 권의 책인데, 산문이 더 읽고 싶어졌다.
9. 김수영 문학관을 나와서 원당샘 공원으로 돌아온다.
10. 육백 년 전부터 마르지 않고 흐르는 우물이라는 원당샘의 모습이다.
11. 원당샘 옆의 수령 550살로 추정된다는 은행나무가 단풍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12. 은행나무 옆에 있는 연산군묘를 한 바퀴 돌아본다.
13. 연산군묘를 빠져나와서 횡단보도 건너편에 정의공주의 묘가 있다.
14. 남편과 함께 잠들어 있는 정의공주의 묘를 지나고...
15. 도봉산 자락의 북한산둘레길 중 방학동길 구간으로 들어선다.
16. 방학동길 구간 말미에서 무수골로 내려가는 길이다.
17. 무수골 마을에서 북한산둘레길의 도봉옛길 구간이 이어진다.
18. 도봉옛길 구간을 빠져 나와서 도봉산 입구로 내려가는 길에 올려다 본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19. 막걸리 한 사발을 곁들인 점심 후에 서울둘레길 시작점인 청포원으로 간다.
20. 청포원엔 어여쁜 가을꽃들이 만발해 있다. 이 꽃은 분홍바늘꽃이라고...
21. 창포원의 억새밭에서 가을 정취도 느껴보고...
22. 창포원은 제법 넓어서 돌아보는 맛이 있다.
23. 수생 식물이 많은 창포원이다.
24. 도봉산이 올려다 보이는 창포원은 도봉산역과 중랑천 사이에 위치한다.
25. 국화 종류의 꽃도 있고 노란 단풍으로 물든 나무들도 있으니 창포원만 산책해도 가을 분위기를 느끼기엔 충분할 듯하다.
26. 이제 창포원을 빠져나와서 중랑천변을 따른다.
27. 간선도로를 건너는 육교가 잘 되어 있으니 수락산으로 진입하는 서울둘레길 걷기가 편리하다.
28. 의정부시의 둘레길 명칭은 '소풍길'인데... 천상병 시인의 유명한 시 '귀천'에서 인용한 것이라고.
29. 소풍길과 갈라진 지점에서 서울둘레길을 따른다.
30. 수락산역 인근의 수락산 입구엔 천상병 시인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 시는 김수영 시인의 '풀'과 어딘지 닮아 있다는 생각이...
31. 이 가을에 숲속 데크에서 천상병 시인의 시를 감상하는 재미가 남달랐다.
32. 천상병 시인의 해맑은 얼굴이 반겨주는 수락산 입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