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원주 칠봉유원지와 문바위봉 - 2020년 10월 24일(토)

빌레이 2020. 10. 25. 10:19

최근에 개척되었다는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에 자리한 칠봉암장을 처음으로 찾아가 등반하면서 오늘 하루를 여유롭게 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바위에 매달린 첫 동작에서 갑자기 감전된 듯 찌릿한 통증이 허리와 등으로부터 유발되었다. 그 이후로 동반된 심한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암벽에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아직 온전치 못한 허리 상태를 감안하지 않고 섣불리 무리하게 암벽에 붙은 것이 화근이었다. 기실 새벽에 집을 나설 때부터 허리 통증은 다시 시작되었다. 그 순간 등반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연락을 할지 잠시 망설였지만, 악우들과의 약속을 어길 수 없다는 명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끌려온 면이 없지는 않았다. 내 차가 아니면 교통편이 꼬이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내 몸 상태만 챙기자고 다른 친구들의 중요한 주말 등반을 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암벽에서 내려온 직후 한동안은 당장 병원에 가서 진통제 주사라도 맞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조금 안정을 취하니 천천히 걸을 수는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병원에 가는 대신 주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암장에 머물면서 사진이라도 찍어주기를 바랬을 악우들에겐 미안한 마음이었지만, 순간순간 나타나는 통증 때문에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을 지으면서 친구들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암장 주변을 산책하면서 찬찬히 둘러본 칠봉유원지 인근의 풍경은 수려했다. 섬강으로 흘러드는 일리천의 맑은 물과 그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암벽들이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마치 영월의 동강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들을 옮겨 놓은 듯했다. 암장 건너편의 캠핑장과 일리천 주변을 배회하면서 천천히 걷다보니 허리 통증은 그런 대로 참을만 했다. 암장으로 돌아와서 악우들과 함께 점심을 먹은 후에 다시 산책길에 나섰다. 이번엔 칠봉마을 둘레와 마을 뒷산인 문바위봉을 올라보기로 했다. 제법 가파른 경사의 오솔길이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서 정상에 닿으니 전망이 훌륭했다. 마음 같아선 소군산까지 이어진 마루금을 따라서 하염없이 걷고 싶었으나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올라온 길을 되짚어 내려가면서 허리 통증이 찾아온 것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한창 등반에 재미를 붙여도 모자랄 이 소중한 가을날에 예기치 않은 부상을 당하고 나니 분하고 억울한 심정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담담히 받아들이고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는 방법 외에 다른 도리는 없다. 모든 고통에는 뜻이 담겨져 있다고 한다. 그 뜻을 있는 그대로 겸손히 묵상하면서 지혜롭게 앞날을 도모해야 할 시점이다.

 

1. 아침 일찍 도착한 칠봉유원지의 일리천에서 피어오르는 옅은 물안개를 보았다.
2. 도로변에 있어서 어프로치가 1도 없는 칠봉암장은 오전에 햇살이 드는 동향이다.
3. 암장 건너편에 보이는 캠핑장부터 둘러보기로 한다.
4. 섬강 지류인 일리천을 건너야 하는 캠핑장 진입로엔 다리가 없다. 자동차는 물을 튀기면서 건너야 한다. 도보로는 징검다리를 이용하면 된다.
5. 코로나 사태로 인기가 급상승 중인 캠핑 문화가 많이 고급스러워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6. 캠핑장을 한바퀴 둘러본 후 근처의 추수를 마친 가을들판을 산책했다.
7. 일리천변의 수수밭 옆길을 따라 걸었다.
8. 점심 시간이 된 듯하여 암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맑은 시냇물에 손을 씻었다.
9. 점심 후에는 캠핑장 반대편의 칠봉마을 방향으로 걸었다. 오후의 햇살을 즐기는 캠퍼들이 부러웠다.
10. 깨끗한 공중화장실이 있는 칠봉교에서 마을길로 들어섰다.
11. 마을을 한바퀴 돌고 난 후에 등산로 입구 표지판을 발견하고 산으로 향했다.
12. 등산로가 뚜렷할까 걱정했는데... 문바위봉을 찾은 산악회의 시그널이 예기치 않게 많아서 반가웠다.
13. 등산로가 제법 가파르고 허리 아픈 상태의 나홀로 산행인지라... 멧돼지가 나올 걱정도 있고... 해서 부러진 나뭇가지로 지팡이를 만들었다.
14. 마을 뒷산 같은 야산일줄 알았는데... 국유림관리소의 흔적도 있고 능선길도 또렷했다.
15. 정상이 가까워지자 바위 지대가 나타난다. 척박한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소나무의 강한 생명력을 본받을 일이다.
16. 가파른 바위지대를 올라서니 처음으로 전망이 트인다. 저멀리 보이는 큰 산줄기는 원주의 진산인 치악산을 품고 있을 듯...
17. 남쪽 방향으로 펼쳐지는 산들이 첩첩이다.
18. 마음 같아선 마루금 산행을 이어가서 반대편에 보이는 능선길도 걷고 싶었지만...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19.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일리천의 물줄기를 따라가니... 오전에 산책했던 길이 보인다.
20. 다시 마을로 내려와서 동네 뒷편도 구경해 보았다.
21. 돌아온 암장엔 그늘이 드리워져서 쌀쌀했지만, 여전히 많은 클라이머들이 매달려 있었다.
22. 오늘은 문바위봉까지 올랐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안내판에 나와 있는 경로를 모두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