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북한산 8시간 걷기 - 2020년 10월 31일(토)

빌레이 2020. 11. 1. 09:14

가을은 깊어가고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벌써 시월의 마지막 날이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나이 먹는 것이라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하릴 없이 시간만 흘러보내지 않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몸과 마음, 육체와 영혼이 모두 건강해야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완수할 수 있고, 자신이 계획한 바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나의 몸 상태는 그리 좋지 않다.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한 허리통증을 다스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모든 일을 방어적으로 처리할 수 밖에 없다. 이는 내가 원하는 방향의 삶이 아니다.

 

우선은 마음 편하게 먹고 몸 건강을 먼저 회복시켜야 하는 것이 선결 과제이다. 병원 치료를 받은 이후에 처음으로 배낭 메고 주말 등산에 나서본다. 짐은 최대한 가볍게 챙기고 무리하지 않게 내 페이스를 지키면서 천천히 걷자는 다짐을 한다. 특별한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집에서부터 걸어서 접근할 수 있는 북한산 이곳 저곳을 발길 닿는 대로 배회하기로 한다. 허리 통증이 견딜만 할 때까지만 걷기로 한 오늘 산행은 몸과 마음의 치유를 위한 것임을 망각하지 않아야 한다.

 

아침 8시 경에 집을 나선다. 아파트 단지에서 곧바로 나타나는 북한산둘레길 3구간에 속하는 흰구름길을 4 킬로미터 정도 천천히 걷는 것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 앞에서 신익희 선생의 묘소를 지나 구천폭포 위의 전망대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와 함께 첫 번째 휴식을 갖는다. 다시 가파른 등산로를 천천히 올라가서 대동문에 도착한다. 공사중인 대동문을 뒤로하고 용암문 가는 길 중간의 양지바른 쉼터에서 점심을 먹는다. 근래의 가뭄 탓에 단풍잎들이 말라서 떨어졌지만 가을의 서정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주변 숲이 안온하다.

 

점심 후에는 용암문 직전에서 산성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을 따른다. 드넓은 계곡 옆의 등산로가 산객들로 붐빈다. 백운대와 대남문으로 향하는 길이 갈리는 삼거리에서 잠시 쉰 후 원효봉 아래의 덕암사(아미타사)를 거쳐 서암문(시구문)을 통과하고, 북한산둘레길 10구간부터 12구간에 속하는 내시묘역길, 효자길, 충의길을 차례로 밟는다. 상대적으로 찾는 이가 드물어 호젓하고 순하디 순한 오솔길이 이어지는 이 구간의 둘레길이야말로 제대로 된 치유의 숲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법 긴 시간을 걸은 후에야 두 다리에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뻐근함과 함께 비로소 찾아오는 허리 통증이 오히려 반갑다. 솔고개에서 의정부로 향하는 34번 버스에 올라타는 것으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한다. 오후 5시 가까운 시각이다. 허리가 그런대로 잘 버텨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먼저 떠오른다. 가을의 북한산에서 몸과 마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었던 뜻깊은 산행이었다.              

 

1. 이번에 처음 걸어본 북한산둘레길 11구간(효자길) 중간의 Y자 나무 쉼터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2. 공사중인 대동문을 지나서 용암문 가는 길에 조성되어 있는 쉼터에서 점심을 먹었다.
3. 용암문 직전에서 태고사를 거쳐 산성계곡으로 내려왔다.
4. 산성계곡의 중흥사 인근의 가을 풍경이다.
5. 아미타사(구, 덕암사) 대웅전은 암반 속에 지어져 있다.
6. 아미타사 경내에서 의상봉 방향으로의 조망이다.
7. 원효봉 아래의 서암문(시구문)을 통과하고...
8. 북한산둘레길 10구간(내시묘역길) 중 미답지를 밟아본다.
9. 예전엔 도로변 보도를 주로 걸어야 했던 구간을 숲길로 우회시켜서 더욱 좋아진 둘레길이다.
10. 어릴 때 보았던 피마자(아주까리) 나무도 보고...
11. 내시묘역길이 끝나면 효자길(11구간)이 이어진다.
12. 효자길의 저 다리에서 우측으로 눈을 돌리면 백운대와 인수봉이 보인다.
13. 다리 위에서 보는 인수봉(좌)과 백운대(우)의 모습이다.
14. 호젓한 둘레길은 나 같은 이에게는 제대로 된 치유의 숲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5. 효자길의 포토포인트라는 표지판이 있는 Y자 나무 쉼터에서 잠시 쉬어갔다.
16. 두 해 전 겨울날에 원효봉과 염초봉 사이의 북문을 넘어와서 도착했던 이 지점이 새삼 반갑다.
17. 마을로 내려선 구간에서는 제법 고운 단풍이 반겨주었다.
18. 북한산둘레길은 꾸준히 잘 관리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19. 숨은벽 능선을 통해서 백운대로 올라가는 관문인 밤골공원지킴터이다.
20. 사기막골 입구로 내려가는 중간에 보이는 저 다리에서 보는 풍광 또한 시원하다.
21. 효자길이 끝나고, 충의길(12구간)이 시작되는 다리이다.
22. 다리 중간에서 보면 숨은벽이 똑바로 보이고, 좌우로 인수봉과 백운대의 절경이 펼쳐진다.
23. 출렁다리가 많아서 걷는 재미를 더해주는 충의길 구간이다.
24. 쉼터의 지붕엔 낙엽이 쌓이고...
25. 우이령을 넘어오면 만나게 되는 충의길 구간이다. 다음엔 우이령을 통해서 산너머의 둘레길을 걸어볼 생각이다.
26. 가을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풍경이 함께 해서 더욱 좋은 둘레길이다.
27. 둘레길은 솔고개 마을로 들어서서 버스정류장으로 이어진다.
28. 솔고개 버스정류장에서 올려다본 상장능선의 봉우리다. 통행금지구역이 되기 전에 올라본 기억이 있다.
29. 의정부로 향하는 34번 버스에 올라타는 것으로 오늘 산행을 마무리했다.
30. 오늘의 산행 경로를 빨간색 점선으로 표시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