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791

원주 여심바위 - 2021년 4월 24일(토)

간현암벽장에서 가깝지만 자동차로 접근하는 길이 완전히 다른 여심바위를 처음으로 다녀왔다. 지금은 주변이 공사장이고 자전거도로를 위한 데크 다리가 암벽 앞을 가로막고 있어서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였으나, 등반 루트들은 내 수준에서 즐기기엔 나무랄 데 없이 좋았다. 총 16개 바윗길 중에서 난이도 5.10c까지의 11개 루트를 부지런히 오르내렸다. 자연바위의 까칠한 감촉이 전해지는 질감의 직벽과 오버행 구간들로 구성된 루트들 하나 하나가 특색 있게 오르는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갈 때는 이른 아침인 6시 45분에 출발했는데도 동서울 톨게이트를 빠져나가기까지 길이 막히는 바람에 여심바위 앞까지 2시간이 넘게 소요되었다. 등반을 마치고 미리 준비해 간 음식으로 베이스캠프에서 저녁식사까지 해결한 다음 판대천을 따..

암빙벽등반 2021.04.25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산책하기 정말 좋은 계절이다. 여기 저기 온통 꽃들이 만발하고 숲은 신록이 우거지는 요즘엔 틈만 나면 걷고 싶어진다. 점심시간엔 가끔 학교 주변을 30분 정도 산책한다. 퇴근 후 실내암장에 운동하러 가는 날엔 일부러 전철역 두 정거장 전에서 하차하여 둘레길이나 천변길을 걸어서 간다. 오늘 저녁 퇴근 후엔 모처럼 집 주변의 둘레길과 북한산 자락길을 두 시간 정도 길게 걸었다. 저녁 시간의 산책이 이렇게 좋은 줄 미처 몰랐다. 걷는 동안엔 이런 저런 생각이 두서 없이 스쳐간다. 요즘엔 책을 수 만권 소장하고 있다는 어느 영화평론가의 좌우명이 뇌리에 강하게 꽂혀서 걷는 동안 자주 묵상하게 된다. "하루 하루를 열심히,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어차피 우리네 삶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하루 하..

나의 이야기 2021.04.22

파주 거인암장 - 2021년 4월 18일(일)

간밤엔 잠을 설쳤다. 변화무쌍한 일기 탓에 어제 불암산 천지암장에서는 점심시간 직후에 철수해야 했다. 등반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일찍 귀가해서 저녁 때 치즈라면을 먹고 평소와 달리 커피를 한 잔 마셨던 것이 화근이었다. 한창 성장호르몬이 분비될 심야 시간에 잠이 깨어 소소한 업무를 처리하느라 몸에 쌓인 피로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 수면시간이 충분치 않으면 맥을 못추고 피곤해 하는 내몸을 잘 알지만, 어제의 짓궂던 날씨에 대한 보상이라도 해주려는 듯 화창하게 개인 이 좋은 봄날을 허투루 보낼 수는 없었다. 아침 8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자동차로 한 시간여 거리에 있는 파주의 거인암장을 다시 찾았다. 올 들어 벌써 세 번째 방문이다. 암장 초입에서 산뜻한 분홍 빛깔의 꽃잔디가 반겨주고 송곳처럼 오똑하게..

암빙벽등반 2021.04.18

불암산 천지암장 - 2021년 4월 17일(토)

때 늦은 꽃샘추위로 예년보다 쌀쌀했던 한 주간이었다. 토요일인 오늘도 봄날씨의 변덕은 멈추지 않았다. 잔뜩 흐린 날씨에 황사먼지까지 겹쳐서 암벽등반을 하기 위해 산을 오르는 게 썩 마음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가급적이면 주말 등반을 거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가까운 불암산의 천지암장을 찾아가기로 한다. 본래는 원주의 여심바위 등반을 계획했으나 멀리 가서 날씨가 좋지 않으면 이래저래 마음이 불편해지기 마련이어서 날씨를 핑계 삼아 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슬랩 루트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천지암장에서 오전에만 간단히 등반하고 금방이라도 비가 몰려올 듯한 하늘을 보면서 점심시간 직후에 하산을 결정했다. 오랜만의 슬랩 등반이 낯설어서 그런지 예상보다는 바위가 미끌리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내심 암장 좌..

암빙벽등반 2021.04.17

강화도 아만바히 암장 - 2021년 4월 11일(일)

어제는 하루종일 화창한 봄 날씨 속에 강촌의 유선대 암장에서 나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할 정도로 열심히 등반했다. 그 바람에 서울에는 늦은 밤 시간에 도착해야 했다. 몸이 피곤할 겨를도 없이 오늘은 기영형의 초청에 응하여 강화도에 있는 아만바히 암장으로 향한다. 오랜만에 기영형과 윤길수 선생님 얼굴도 뵙고 아늑한 섬인 강화도의 봄 풍경을 즐기면서 쉬었다 와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등반에 대한 부담감은 한편에 내려놓기로 한다. 그저 봄소풍이나 다녀오자는 즐거운 기분으로 집을 나선 것이다. 아만바히 암장은 '홍대클라이밍센터'를 운영하고 계시는 윤길수 선생님께서 몸소 개척하신 곳으로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으나, 그동안 인연이 잘 닿지 않았었다. 강화도의 드넓은 갯벌과 시원한 서해 바다가 눈앞으로 펼쳐지는 KT&G 강..

암빙벽등반 2021.04.12

강촌 유선대 암장 - 2021년 4월 10일(토)

산벚꽃이 활짝 피고 연초록 빛깔의 새순이 돋아나기 시작하여 온 산하가 한층 더 아름답게 물들고 있는 찬란한 봄날이 흐르고 있다. 이렇듯 좋은 계절에 강촌의 유선대 암장을 다시 찾은 기쁨이 크다. 지난 2월 말 경에 왔을 때, 좌벽의 '벚꽃 피는 날' 루트를 등반하면서 산벚꽃 필 무렵에 다시 오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마음 속에 품었었다. 겨울철의 나목들이 화사한 봄옷으로 단장하는 호시절에 유선대 주변 숲의 풍광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등반만을 위한 암장 행차가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하고픈 그 소망이 이루어졌으니 기분이 좋지 않을 수가 없다. 모처럼 주말에 비소식이 없는 화창한 날씨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봄나들이 철인 주말의 교통체증을 감안하여 조금 이른 시간인 아침 7시 정각에 기범씨와 ..

암빙벽등반 2021.04.12

봄날의 점심시간

요즘 점심시간에 산책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번 학기에도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는 강의로 인해서 학부 학생들은 거의 등교하지 않고 있다. 학기 중인데도 예년과 달리 조용한 캠퍼스가 생경하긴 하지만, 점심시간에 잠시 산책하는 동안은 한적한 교정이 오히려 좋다. 출근 후 대부분의 근무시간을 연구실 내에서 강의녹화와 연구업무를 하면서 보내야 하는 요즘이다. 실내 생활의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해보자는 의미에서 점심시간만이라도 바깥 공기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부터 간간히 실천해 오고 있는 점심식사 후 반 시간 남짓의 학교 주변 산책이 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는 듯하다. 월요일이 식목일인 이번 주는 지난 토요일에 흠뻑 내린 봄비 덕택에 캠퍼스 주변 숲의 봄빛이 한결 짙어졌다. 짧은 시간..

나의 이야기 2021.04.07

북한산 봄꽃 산행 - 2021년 4월 2일(금)

아침부터 몸이 축 늘어진다. 무엇을 할 의욕이 생기지 않아서 오늘 하루는 쉬기로 한다. 학기초부터 별다른 여유 시간 없이 달려온 탓에 좀 지친 모양이다. 집안에 가만히 있으면 갑갑할 듯하여 간단히 여장을 꾸려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온다. 어제까지 해야할 강의녹화는 모두 마쳤고, 오늘은 다행히 특별한 일정이 없다. 이번 주말에도 비가 온다고 하니 금요일인 오늘 산에 갈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란 생각에서 피곤한 몸인데도 밖에 나선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사전투표 첫날이니 정릉천변의 동사무소에서 투표하고 보국문을 향해서 북한산에 들기로 한다. 정릉계곡을 따라서 보국문으로 이어지는 등로 주변엔 노랑제비꽃들이 한창이다. 가끔가다가 흰색과 보라색 제비꽃도 보인다. 산성길에서 칼바위 능선으로 내려..

국내트레킹 2021.04.02

불암산 산머루산다래 암장 - 2021년 3월 27일(토)

오후부터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야속하기만 하다. 지난 주부터 주중엔 맑다가 주말에 흐리고 비가 내리는 날씨로 변하는 사이클이 반복되는 듯하다. 주중과 주말 날씨가 반대로 움직인다면 좋으련만 등반을 계획하는 입장에서는 주말의 비 예보가 반가울 리 만무하다. 가까운 불암산의 산머루산다래 암장에서 오전 시간만이라도 간단히 슬랩등반 연습이나 하고 올 생각으로 아침 9시에 당고개역에서 어프로치를 시작했다. 진달래가 탐스럽게 만개한 암장 주변의 봄풍경은 좋았으나, 세 피치짜리 '8월의 어느 날' 루트를 등반 완료하고 점심을 먹은 직후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 코스라도 더 등반할 수 있도록 비가 조금만 더 참아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부랴부랴 짐을 정리하여 하산..

암빙벽등반 2021.03.27

Stone Locals | Rediscovering the Soul of Climbing

클라이밍이 단순한 스포츠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삶에 새로운 영혼을 불어넣어 줄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영상이 감동적이다. 5명의 로컬 클라이머들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토리 전개가 훌륭한 다큐멘터리로 잔잔한 영상이지만 보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새로운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수작이다. youtu.be/Yj7ZCYMgSv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