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원주 여심바위 '서준로드(5.11a)' 레드포인트, '삼손(5.10d)' 온사이트 완등 - 2021년 10월 2일(토)

빌레이 2021. 10. 3. 19:12

개천절 대체공휴일이 포함된 3일 동안의 연휴 첫날에 원주의 여심바위에서 보낸 하루가 더없이 알차고 행복한 날이었다. 등반 난이도 5.11a의 '서준로드' 루트를 네 번째 시도 만에 레드포인트(red point) 방식으로 완등했고, 바로 옆 루트인 '삼손(5.10d)'을 온사이트(onsight)로 완등하는 기쁨을 누렸다. 자연암벽에서 5.10d 난이도의 루트를 온사이트(onsight) 방식으로 내가 완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초크 자국이 남아 있는 하드프리 암장에서 루트에 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첫눈에 보고 추락 없이 완등하는 것을 의미하는 온사이트 등반 방식의 조건이 완벽히 충족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요즘엔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얻게 되는 루트 관련 정보도 온사이트 등반의 순결함을 저해하는 요소이다. 그래서 아마추어 클라이머들 사이에서는 등반하는 모습을 직접 보지 않고 첫 시도만에 완등했다면 보통 온사이트 완등으로 보는 듯하다.

 

등반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본 상태에서 자신의 첫 시도에 추락 없이 완등했다면 플래쉬(flash) 방식의 완등이라 부른다. 오늘은 등반파트너인 은경이도 나와 같이 '서준로드'를 네 번째 시도만에 레드포인트로 완등했고, '삼손'을 나의 빌레이 직후에 곧바로 플래쉬로 완등했다. 서로를 축하해 주는 마음이 더해져 더더욱 기뻤다. 완등 방식을 떠나 우리들만의 등반에서 만족스러운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었다. 암장 앞에서 야영하는 것으로 하룻밤을 보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캠핑사이트 옆을 흘러가는 판대천의 여울목에서 들리는 시냇물 소리와 풀벌레 우는 소리가 정겨웠던 초가을 밤이었다. 비록 옆 텐트의 젊은 친구들이 심야 시간까지 술자리를 갖는 소리가 조금 소란스러웠으나 해외직구를 통해 새로 구입한 텐트가 여러모로 마음에 쏙 들어서 잠자리는 예상보다 편했다.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들을 많이 쌓을 수 있었던 여심바위에서의 등반이었다.    

 

▲ 지난 4월 24일에 처음으로 등반했던 여심바위 암장에 5개월이 지나서 다시 오게 되었다. 스스로도 그때보다는 등반 능력이 향상 되었음을 깨닫고 오늘은 내심 일레븐대의 루트 하나는 완등하겠다는 마음을 품고 등반에 임했다. 
▲ 오늘은 그 이름도 멋진 '일취월장(5.10a)' 루트부터 올랐다. 지난 5개월 동안 나의 등반 능력은 과연 일취월장 했다고 할 수 있을까? 
▲ 두 번째로 오른 루트는 '사나이(5.10a)'였다. 첫 볼트가 손상되어 있어서 신중하게 올랐다.
▲ '사나이' 루트의 후반부를 등반 중이다.
▲ 세 번째로 오른 루트는 '봄길(5.10b)'로 지난 번에 방심하다 추락했던 오버행 구간 직전에서 더욱 신중을 기했다.
▲ 지난 봄에 추락했던 '봄길'의 사선 오버행 구간은 다시 봐도 별로 어려울 게 없었다. 항상 추락이나 부상은 방심할 때 발생하는 듯하다. 
▲ 몸이 어느 정도 풀린 듯하여 곧바로 일레븐대 루트인 '서준로드(5.11a)'에 붙었다.
▲ '서준로드'는 처음 세 개의 볼트에 클립하는 구간이 상당한 오버행이어서 크럭스였다. 그 이후는 오를만 했다. 첫 시도에서 한 차례의 행도깅(hangdogging) 후에 톱앵커에 클립핑 할 수 있었다. 
▲ 톱로핑 방식으로 초반 크럭스 구간의 동작과 홀드를 두 차례 연습한 후, 총 네 번째 도전에서 '서준로드'를 완등할 수 있었다.
▲ '서준로드'는 내가 두 번째로 완등한 일레븐대 루트이다. 
▲ 등반파트너인 은경이도 내 빌레이를 본 직후에 곧바로 '서준로드'를 완등했다.
▲ 점심시간에 둘러본 또다른 일레븐대 루트인 '여러분(5.11d)'을 살펴봤으나, 오늘은 무리하지 않고 다음 기회를 위해 아껴두기로 했다.
▲ 우측 암벽을 타고 가다가 자전거도로 아래의 H형 빔을 타고 가야하는 '코로나(5.10b)' 루트는 젊은 친구들에게 꽤나 인기 있는 듯했다.
▲ 점심시간에 암장 바로 옆을 흐르는 판대천변을 산책했다.
▲ 길가에 예쁘게 피어난 구절초꽃이 계절을 알려주고 있었다.
▲ 여심바위 근처를 지나는 KTX 중앙선 기차 소음이 아주 컸으나 등반에 집중할 때는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 점심 전에 일레븐대 루트를 완등하고 나니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점심 시간이 길어진 이유이다.
▲ 오후 등반은 '텐시작(5.10a)'을 오르는 것으로 시작했다.
▲ '삼손(5.10d)' 루트를 온사이트로 오르고 있는 중이다.
▲ '삼손(5.10d)'은 '서준로드(5.11a)' 바로 좌측에 있는 루트로 출발 직후의 오버행 부분만 약간 쉬울 뿐 그 위는 온사이트 등반이라서 그런지 오히려 '서준루트'보다 어렵게 느껴졌다. 단 한 번 뿐인 온사이트 완등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미세한 홀드를 잡고 버텼던 순간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 중간에 행도깅을 하고 싶은 유혹을 두세 차례 뿌리치고 끝내 온사이트로 '삼손(5.10d)' 루트를 완등한 순간의 기쁨은 남달랐다.
▲ 등반파트너인 은경이 또한 내 빌레이 직후에 '삼손'을 플래쉬로 완등하는 기쁨을 누렸다.
▲ 좌벽에서 유일하게 오르지 않았던 '송이송이(5.10b)'까지 완등하는 것으로 보람찼던 오늘의 등반을 마무리지었다.
▲ 출발 지점에서의 오버행 구간의 각도가 쎄고 어려워 보여서 지난 4월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서준로드'를 보냈다.
▲ '서준로드'는 레드포인트로, '삼손'은 온사이트로 완등하여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듯한 기쁨이 컸다.
▲ 밤에는 간현암까지 야간 산책을 다녀왔다. 간현암장을 스크린 삼아 레이저 쇼를 하고 있었다.
▲ 해외직구로 최근에 구입한 텐트를 처음으로 사용해 봤는데, 여러모로 매우 만족스러웠다. 
▲ 암장 앞에서 야영한 후에 새벽에 일어나 안개낀 강가를 산책했다. 여심바위에서 많은 추억을 간직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