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 대체공휴일이 포함된 3일 동안의 연휴 첫날에 원주의 여심바위에서 보낸 하루가 더없이 알차고 행복한 날이었다. 등반 난이도 5.11a의 '서준로드' 루트를 네 번째 시도 만에 레드포인트(red point) 방식으로 완등했고, 바로 옆 루트인 '삼손(5.10d)'을 온사이트(onsight)로 완등하는 기쁨을 누렸다. 자연암벽에서 5.10d 난이도의 루트를 온사이트(onsight) 방식으로 내가 완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초크 자국이 남아 있는 하드프리 암장에서 루트에 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첫눈에 보고 추락 없이 완등하는 것을 의미하는 온사이트 등반 방식의 조건이 완벽히 충족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요즘엔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얻게 되는 루트 관련 정보도 온사이트 등반의 순결함을 저해하는 요소이다. 그래서 아마추어 클라이머들 사이에서는 등반하는 모습을 직접 보지 않고 첫 시도만에 완등했다면 보통 온사이트 완등으로 보는 듯하다.
등반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본 상태에서 자신의 첫 시도에 추락 없이 완등했다면 플래쉬(flash) 방식의 완등이라 부른다. 오늘은 등반파트너인 은경이도 나와 같이 '서준로드'를 네 번째 시도만에 레드포인트로 완등했고, '삼손'을 나의 빌레이 직후에 곧바로 플래쉬로 완등했다. 서로를 축하해 주는 마음이 더해져 더더욱 기뻤다. 완등 방식을 떠나 우리들만의 등반에서 만족스러운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었다. 암장 앞에서 야영하는 것으로 하룻밤을 보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캠핑사이트 옆을 흘러가는 판대천의 여울목에서 들리는 시냇물 소리와 풀벌레 우는 소리가 정겨웠던 초가을 밤이었다. 비록 옆 텐트의 젊은 친구들이 심야 시간까지 술자리를 갖는 소리가 조금 소란스러웠으나 해외직구를 통해 새로 구입한 텐트가 여러모로 마음에 쏙 들어서 잠자리는 예상보다 편했다.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들을 많이 쌓을 수 있었던 여심바위에서의 등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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