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쌀쌀해진 기온 탓인지 평소의 주말과 달리 거인암장은 한산했다. 3암장 앞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곧장 '나우리(5.10a)' 루트에 붙었는데, 오버행 턱을 넘어서는 동작에서 무리를 했는지 하강 후 허리통증이 시작되었다. 정확히 1년 전의 인수봉 등반에서 극심한 허리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나홀로 먼저 하산해야 했던 뼈아픈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맘때 다시 고개를 드는 허리통증을 이제부터는 더욱 현명하게 잘 다스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한 기분 나쁜 통증을 안고 살아야 하는 나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등반 욕심일랑은 한 켠에 제쳐두고 우선은 허리통증을 다스리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친구가 준비해 온 핫팩을 허리에 붙인 채 쉬운 난이도의 루트에서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매달리기로 했다. 3암장의 고난도 루트에서 등반하고 싶었던 애초의 바램은 접어두기로 하고, 2암장으로 이동하여 모든 루트를 올랐다. 다행히 등반하는 동안 허리통증은 더이상 심해지지 않았다. 몸이 어느 정도 풀리니 혈액순환이 잘 되어 허리도 괜찮아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후 시간이 될수록 기온이 떨어지고 찬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서도 1암장의 쉬운 루트들에서 체력이 소진되어 등반을 마칠 때까지도 허리는 잘 견뎌 주었다. 오늘의 등반은 나에게 허리통증을 다스리기 위한 한 가지 방편으로 익숙하고 쉬운 바윗길을 오르는 것이 괜찮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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