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때 사스페에 도착해서 하룻밤이 지났다. 오늘은 처음으로 트레킹에 나서는 날이다. 새벽에 잠이 깨어 창문 밖을 열어보니 벌써부터 스키를 둘러메고 숙소를 나서는 한 무리의 스키어들이 보인다. 7시 30분부터 제공되는 조식 시간에 앞서 숙소 근처의 사스페 거리를 잠시 둘러 보았다. 만년설에서 스키를 즐기려는 스키어들과 알파인 등반에 나서는 복장의 클라이머들이 아침 댓바람부터 활기찬 발걸음으로 분주하게 골목길을 오가는 모습이 조금은 낯설어 보였다. 다른 한편으론 알프스의 고봉들에 둘러싸인 깊은 산골마을에서는 여명이 밝아올 무렵부터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할 수 밖에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누구보다 부지런한 농부였던 부모님께서 늘 그랬던 것처럼. 인간들이 약속한 출퇴근 시간이 지정되어 있는 도시와 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