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트레킹

[2023 스위스 알프스 #9] 에델바이스벡(Edelweissweg) - 8월 14일(월)

빌레이 2023. 8. 30. 15:06

체르마트 동편 언덕에 자리한 숙소에서 보면 아침마다 떠오르는 태양이 맞은편 서쪽 언덕을 밝게 비춘다. 가파른 그 언덕 중앙부의 절벽 위에는 에델바이스 산장이 조그맣고 하얀 상자처럼 얹혀져 있는 모습이 선명하게 올려다 보인다. 오늘은 이 언덕 위의 고원지대인 호흐발믄(Höhbalmen, 2665m)에 올라 마터호른 북벽 아래의 쯔무트빙하(Zmuttgletscher)에서 내려오는 협곡을 따라서 체르마트로 돌아오는 코스의 산길을 걸었다. 이 트레일은 체르마트 하이킹 지도에 '에델바이스벡(Edelweissweg)'이란 트레일로 표기되어 있다. 정코스로 걷는다면 전체 길이가 20km에 이른다고 한다. 독일어로 '벡(weg)'은 길을 의미한다. 체르마트(1620m) 중앙광장에서 에델바이스 산장(Edelweiss Alterhaupt, 1961m)을 거쳐 호흐발믄(2665m)에 이르는 쉼 없는 오르막길은 1천 미터 이상의 고도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다소 힘겨운 구간이었다. 하지만 고지 초원 위에서의 점심시간은 한없이 평온했고, 산허리길과 계곡길이 이어진 오후의 여정은 시종일관 두 눈이 즐거웠다. 위대한 등반가들의 족적이 새겨져 있는 마터호른 북벽을 가까이에서 살펴보는 순간이 감동적이었으며, 쯔무트빙하에서 시작되는 협곡의 웅장함이 빚어낸 대자연의 파노라마를 만끽할 수 있었다. 숙소를 출발해서 다시 돌아올 때까지 인공적인 교통수단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 온전히 나의 두 발로 알프스의 산길을 걸었던 하루가 뿌듯했다.          

 

▲ 체르마트에 온 이후로 아침마다 선명한 마터호른이 반겨주었다. 오늘 아침 마터호른의 선명도 점수는... 95점이다.
▲ 체르마트 동편 언덕 위에 자리한 숙소에서 아침마다 햇살에 빛나는 서쪽 언덕을 보게 된다. 갈라진 협곡 좌측 위에 에델바이스 산장이 아스라히 보인다. 오늘의 산장 좌측으로 이어지는 언덕을 오를 것이다.
▲ 체르마트 중앙광장에서 서편 언덕으로 이어진 골목길을 올라간다.
▲ 마을 뒤로 초원이 이어지고...
▲ 마가목 열매가 탐스러워 과일주로 담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 초원을 벗어나 숲길로 접어든다... 이른 아침부터 하늘엔 패러글라딩이 보이고...
▲ 오늘의 코스는 거의 '에델바이스길(Edelweissweg)'로 표시된 트레일을 따른다.
▲ 가파른 숲길을 올라가다 보니 절벽이 나왔는데... 볼트가 보이는 몇 개의 암벽루트를 따라가 보는 재미가 있었다.
▲ 에델바이스 산장(1961m)에 도착해서 한숨 돌리고...
▲ 산장의 특징을 잘 표현한 메뉴판 표지 그림이 멋져서...
▲ 산장에서 계곡을 따라 계속 올라가는 코스가 에델바이스길의 정코스. 계곡 끝자락에 트리프트(Trift, 2337m) 산장이 있는 이 길은 2010년도에 걸어보았다. 이번엔 마터호른을 좀 더 일찍 볼 수 있는 좌측길로 간다.
▲ 에델바이스 산장에서 좌측 언덕길로 오르면 호흐발믄까지 2시간 걸린다는 이정표... 우리는 10분 정도 더 걸렸다.
▲ 일행들과 한참 쉬었던 에델바이스 산장을 뒤로하고...
▲ 잠시 숲길을 올라가면...
▲ 어느새 수목한계선 위의 초원 너머로 마터호른이 얼굴을 내민다.
▲ 독일에서 오신 어르신들이 우리 뒤를 따르고... 체르마트 마을이 어느새 발 아래로...
▲ 언덕길은 끝날 기미가 없어 힘겨운데... 패러글라이딩이 우리를 내려다 본다...
▲ 언젠가는 끝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인내심을 갖고 오르다 보면...
▲ 오르막길도 종착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 드디어 오르막 구간의 종식을 알리는 호흐발믄(2665m)에 도착한다.
▲ 모자 쓰고 쉬고 계신 스위스 현지인 아저씨에게 '호흐발믄(Höhbalmen)' 발음을 물었는데... 우무라우트가 들어간 독일어 발음을 좀처럼 따라하기 어려웠다. '호흐(Höh)'는 영어의 'high'처럼 높다는 뜻이고, '발믄(balmen)'은 지역 명칭이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여 주셨다.
▲ 고원 초지인 호흐발믄에서 여유로운 점심시간을 가졌다.
▲ 마터호른 북벽과 유자형 빙하계곡이 눈앞으로 펼쳐지는 초원 위의 점심시간...
▲ 마터호른 북벽을 자세히 살펴 보면서... 동계 시즌에 북벽을 단독으로 초등한 발터 보나티, 처음으로 쯔무트릉 루트로 정상에 오른 알버트 머메리... 기라성 같은 등반가들의 위대한 등반사의 현장이었던 마터호른 북벽... 우측의 하늘금이 마터호른의 북서릉인 쯔무트릉이다.
▲ 어제 올랐던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와 몬테로사 산군이 맞은편에 보이고...
▲ 이제 산허리길을 따라 빙하 계곡으로 향한다.
▲ 산허리를 돌아나가는 오솔길은 순간적으로 바뀌는 풍광 때문에 더욱 즐겁다.
▲ 전망 좋은 언덕에서 잠시 쉬어가면서...
▲ 정상부의 구름모자가 아쉽지만... 마터호른 북벽의 빙하에서 흘러내리는 폭포 줄기가 선명하고... 좌측 모서리가 회른리릉, 우측 모서리가 쯔무트릉이다.
▲ 어느 전망이나 탁 트인 초원 위에서 캠핑이라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 빙하가 흘러내려 만들어졌을 유자형 협곡의 파노라마가 장관이었다.
▲ 계곡 가까이 내려서서 시냇물처럼 가늘게 흐르는 물줄기는 저 아래에서 폭포를 이룬다.
▲ 아르벤바흐 폭포(Arbenbach Falls)는 물길을 살짝 돌려서 만든 절반은 인공적인 폭포인 듯했다.
▲ 마터호른 북벽을 배경으로 떨어지는 아르밴바흐 폭포의 모습이 멋져 보였다.
▲ 이제 '쯔무트바흐(Zmuttbach)'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오솔길로 내려가면 체르마트가 나온다. 독일어로 '바흐(bach)'는 계곡이나 시냇물을 뜻한다.
▲ 우측 아래로 '스타우댐(Staudamm Zmuttbach)'이 보인다.
▲ 레스토랑들이 모여 있는 쯔무트 마을로 내려서서...
▲ 체르마트로 내려가는 길은 걷기 좋은 산책로...
▲ 길가의 나무 조각품들도 구경하면서 체르마트로 귀환했다.
▲ 체르마트 하이킹 지도에서 오늘 걸은 코스가 나타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