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마트 동편 언덕에 자리한 숙소에서 보면 아침마다 떠오르는 태양이 맞은편 서쪽 언덕을 밝게 비춘다. 가파른 그 언덕 중앙부의 절벽 위에는 에델바이스 산장이 조그맣고 하얀 상자처럼 얹혀져 있는 모습이 선명하게 올려다 보인다. 오늘은 이 언덕 위의 고원지대인 호흐발믄(Höhbalmen, 2665m)에 올라 마터호른 북벽 아래의 쯔무트빙하(Zmuttgletscher)에서 내려오는 협곡을 따라서 체르마트로 돌아오는 코스의 산길을 걸었다. 이 트레일은 체르마트 하이킹 지도에 '에델바이스벡(Edelweissweg)'이란 트레일로 표기되어 있다. 정코스로 걷는다면 전체 길이가 20km에 이른다고 한다. 독일어로 '벡(weg)'은 길을 의미한다. 체르마트(1620m) 중앙광장에서 에델바이스 산장(Edelweiss Alterhaupt, 1961m)을 거쳐 호흐발믄(2665m)에 이르는 쉼 없는 오르막길은 1천 미터 이상의 고도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다소 힘겨운 구간이었다. 하지만 고지 초원 위에서의 점심시간은 한없이 평온했고, 산허리길과 계곡길이 이어진 오후의 여정은 시종일관 두 눈이 즐거웠다. 위대한 등반가들의 족적이 새겨져 있는 마터호른 북벽을 가까이에서 살펴보는 순간이 감동적이었으며, 쯔무트빙하에서 시작되는 협곡의 웅장함이 빚어낸 대자연의 파노라마를 만끽할 수 있었다. 숙소를 출발해서 다시 돌아올 때까지 인공적인 교통수단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 온전히 나의 두 발로 알프스의 산길을 걸었던 하루가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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