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지 않으면 후회할 게 뻔할 정도로 청명한 가을 아침이다. 24절기 중 17번째 절기인 한로(寒露)답게 차가워진 공기가 신선함을 더해 준다. 한글날의 대체공휴일까지 3일 간의 연휴가 시작되는 첫날이지만 내일부터는 일기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예보이다. 주중의 바빠진 업무로 인해 미처 암벽등반 약속을 잡지 못한 오늘은 산길을 오래 걸어 보기로 한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서서 곧바로 칼바위 능선 끝자락을 타고 이어진 등산로에 접어든다. 아침 8시 즈음에 칼바위탐방안내소를 통과하여 중간에 한 번 쉬고 칼바위 정상의 테라스에서 커피타임을 갖는다. 저 멀리 용문산 너머의 가평 산군에 펼쳐진 운해가 이채롭다. 칼바위 정상에서 바라보는 삼각산과 도봉산의 봉우리들이 오늘 따라 유난히 선명하다. 산성주릉에 올라서서 보국문, 대성문, 대남문을 차례로 지나 문수봉 정상에서 또 한 번 장쾌한 조망을 맛본다.
문수봉 아래의 테라스에서 시원하게 뻗어 내려가는 비봉능선과 그 끝자락의 족두리봉 너머에서 가로로 굽이쳐 흐르는 한강의 물줄기를 바라보며 한가로운 점심시간을 보낸다. 한강과 여의도의 고층빌딩들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오늘 저녁에 있을 불꽃축제가 뇌리를 스친다. 즉흥적으로 하산 후에 인왕산이나 안산에 올라 불꽃놀이를 구경할 계획을 세운다. 불광사로 내려와서 막걸리 한 사발과 삼계탕을 먹고 다시금 둘레길을 걷다가 불광역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서대문구청에서 하차하여 안산 정상에 오른다. 예상과 달리 이미 발 디딜 틈이 없는 정상에서 내려와 한강변의 축제장이 정면으로 내려다 보이는 바위턱에서 불꽃놀이를 구경한 후 인파에 섞여 독립문역으로 하산한다. 오랜 시간 동안 산에서 머물고 야간산행까지 길게 이어졌던 하루가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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