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파주 웅담리 암장 - 2024년 10월 12일(토)

빌레이 2024. 10. 13. 10:33

등반하기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다. 파주의 암장으로 향하는 길에 운전을 조심해야 할 정도로 짙은 안개가 간간히 시야를 가린다. 적성면소재지의 카페에 들러 모닝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갖는다. 암장으로 향하는 짧은 오솔길을 걷던 중 잠시 고개를 돌려보니 운무에 휩싸인 맞은편 산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가을날의 신선함을 보여주는 아침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익숙한 암장에서의 등반은 여유로워서 좋다. 2암장의 '자유', '수호천사', '자성' 루트에서 몸을 풀고 'JK(5.10d)'를 두 번째 도전만에 만족스럽게 완등한다. 처음부터 퀵드로우세트를 볼트에 클립하면서 완등한 것이니 '핑크포인트'가 아닌 진정한 '레드포인트' 완등이다. 오후엔 3암장에서 등반했다. '선물(5.10c)'을 가볍게 완등하고, '여우비(5.10d)' 루트에 붙었는데 체력이 소진된 탓에 몇 차례의 행도깅을 해야만 했다. 톱로핑 상태에서 한 차례 더 '여우비'에 붙어서 크럭스 구간의 홀드와 동작을 찾아낸 것에 만족해야 했다. 가슴에 착용하는 등강기인 '크롤(CROLL S)'을 톱로핑 상태에서 빌레이 볼 때 로프를 당기는 용도로 처음 사용해 보았는데,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크롤은 작고 가벼워서 멀티피치 등반 시에 어센더를 대신할 장비로도 제격일 듯 싶었다. 완력을 요하는 여러 루트들을 등반한 덕택에 전완근에 펌핑이 오고 어깨가 뻐근해져 오는 피곤함을 오랜만에 느꼈다. 열심히 등반한 후에 찾아오는 육체적 피곤함은 정신적 충만감으로 보상 받는 기분 좋고 건강한 피곤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