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이나 갈색으로 물든 단풍도 예쁘긴 하지만, 꽃처럼 아름다운 단풍은 뭐니뭐니 해도 빨간색 계열로 물든 게 으뜸이다. 올 가을엔 설악산에 갈 기회가 없었지만, 오늘 북한산에서 만난 선홍빛깔 단풍은 설악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실내 암장에서 운동하다가 알게 된 이신부님과 함께 숨은벽 등반에 나서는 길이었다. 도선사주차장에서 하루재를 향해 올라가는 등로 상에서 정말 멋진 단풍을 만날 수 있었다. 화사한 붉은 빛깔로 물든 단풍나무가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는 그 찬란한 자태는 가히 일품이었다. 사람이 만든 아무리 거대한 꽃다발일지라도 이 순간 자연 속의 단풍이 발하는 아름다움을 능가하지는 못 할 것이다. 하루재에서 백운산장까지 이어지는 등산로 주변에서도 멋진 단풍이 심심찮게 반겨주어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었다. 대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선물이 주위를 둘러싼 백운산장의 벤치에서 신부님과 마주앉아 단팥빵에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순간은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백운산장에서 호랑이굴 옆을 지나 냉골을 거쳐 숨은벽 대슬랩 아래까지 접근하는 길 주변은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아직 암벽등반은 초보라 할 수 있는 이신부님께 안전에 필요한 사항을 간단히 알려드린 후, 릿지화 끈을 단단히 동여매고 선등에 나섰다. 내 블로그 기록을 검색해 보니 숨은벽 등반은 7년만이다. 난이도를 떠나서 오랜만에 오르는 바윗길은 낯설어서 새롭고, 새로운 만큼 설레임이 동반하여 등반의 즐거움은 배가 되는 듯하다. 대슬랩을 올라서서 상어 지느러미 바위와 고래등 구간을 거쳐 숨은벽 릿지 정상인 엄지바위에 도착했을 때의 만족감은 생각보다 컸다. 무엇보다 이신부님이 안전하고 즐겁게 등반했다는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신부님은 나와 동갑이고 관심사나 독서 분야까지 비슷해서 그런지 실내 암장에서 대화를 주고 받을 때부터 말이 잘 통했다. 이러한 동질감이 내면에 흐르고 있었기에 바윗길에서도 마음 통하는 친구 되어 안전하고도 즐거운 숨은벽 릿지 등반이 가능했을 것이란 생각이다.
'암빙벽등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운대 'SR 형제길' - 2024년 11월 3일(일) (0) | 2024.11.04 |
---|---|
강촌 유선대 암장 - 2024년 11월 2일(토) (0) | 2024.11.04 |
파주 웅담리 암장 - 2024년 10월 12일(토) (0) | 2024.10.13 |
인수봉 '인수B' - 2024년 10월 9일(수) (0) | 2024.10.09 |
인수봉 '비원' - 2024년 10월 6일(일) (0) | 2024.10.06 |